│기고│ 표준어와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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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0.12.0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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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형 교수<br>기초교양대학
안태형(기초교양대학) 교수

모 대학에서 과대표가 사투리를 쓰는 학생에게 학과의 단체생활에서 사투리 사용을 자제 해달라고 요청한 일이 알려져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투리를 사용하는 학생은 고칠 의향이 없다고 밝혔고, 과대표는 사투리를 고칠 의향이 없다는 학생의 태도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필자가 만약 사투리를 사용하는 학생의 입장이라면 사투리 사용을 자제한다고 했을까? 그 학생은 사투리가 얼마나 심했기에 과대표에게 사투리 사용 자제를 부탁받았을까? 과대표는 어떤 언어관을 가지고 있기에 다른 사람의 언어 사용에 개입을 하려했을까? 여러 의문점들이 생겼다.

사투리와 대비되는 언어는 표준어이다. 표준어는 서울지역의 방언이 중심을 이룬다. 표준어 제정 원칙이 현재 서울지역에 살고 있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사용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서울 사투리가 표준어가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서울 사투리가 표준어이다. 서울 지역 방언이 표준어이기에 나머지 지역 방언은 모두 사투리가 된다. 엄밀히 말해 중부방언인 표준어가 다른 지역의 사투리보다 우수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이고, 경제, 문화의 중심지라서 편의상 표준어의 기준을 서울로 정한 것이지 언어적으로 다른 지역의 언어보다 우수해서 표준어의 기준이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투리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이는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사투리를 사용하는 인물들이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고 극 중 비중이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반해 주인공은 표준어를 구사한다. 물론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 사투리를 많이 사용하면 대사 전달이 어렵고, 특정 사투리는 인물의 특성을 부각하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표준어를 사용하는 인물은 주인공, 사투리를 사용하는 인물은 조연이나 악역이라는 이미지가 쌓이면 사람들의 의식 속에는 사투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표준어에 대한 우월성으로 연결되며 결국 표준어와 사투리 사이에 서열이 생기는 것이다. 

사투리는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 학교가 있는 부산 지역의 사투리를 예를 들어보면 표준어에 비해 옛말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중세 국어 성조의 흔적이 남아 있어 높낮이가 많이 나타나며, '오 계열'의 의문문과 '아 계열'의 의문문이 남아 있어 '뭐 먹었나?', '뭐 먹었노?'의 질문이 요구하는 대답이 다르다는 것을 동남 방언 화자들은 알고 있다. 이러한 언어적 특성은 지역 사회의 특성과 지역민의 삶의 모습을 반영한다. 지역 정서가 사투리에 녹아 있는 것이다. 사투리가 사라진다는 것은 그 지역의 문화와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또한 사투리가 사라지는 것은 표준어로 언어가 획일화되는 것이며, 언어의 획일화는 사고의 획일화, 문화의 획일화로 이어진다. 사고와 문화의 발전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우리의 사고와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은 언어의 다양화, 다양한 언어의 보존이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사투리를 보존하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무작정 사투리를 사용하자는 것은 아니다. 공적인 장소에서 공공을 대상으로 말을 할 경우에는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사적인 대화 상황에서 사용하는 사투리까지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표준어 사용을 권장한다고 사투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사투리는 표준어와 동등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사투리와 표준어의 언어적 우월성은 비교할 가치가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존재가치를 지니고 있다. 
 

안태형(기초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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