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대학소멸 속 '잊힌 사람들'이 있다
│데스크칼럼│ 대학소멸 속 '잊힌 사람들'이 있다
  • 박주현 기자
  • 승인 2021.03.0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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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편집국장
박주현 편집국장

매년 우스갯소리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 닫는다'라고 말했지만, 올해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대학소멸의 현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부산 지역대학들은 학생 4,626명을 추가로 모집하기로 했다. 학교에 학생이 없는, 지역 대학소멸의 늪이 목전에 온 느낌이다. 

대다수 대학은 재정 구조상 등록금으로부터 얻는 수익에 전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학생이 줄어들면 재정난에 빠질 수밖에 없다. 

혹여나 학교가 문을 닫게 될까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학들은 타개책을 물색하기 바쁘다. 학교들이 모색한 방책은 대체로 구성원 사이에서도 언제든지 잘라도 무방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편법을 사용해 비용 감축을 이뤄낸다. 학내 청소노동자, 경비원 등이 그 대상이다. 

물론 대학이 문을 닫게 될 위기인 만큼 흘러나가는 돈이 없도록 비용 절감에 몰두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엄연히 학내 구성원이며 꼭 필요한 존재다. 시험 기간 강의실 앞 플라스틱 쓰레기통에 가득 쌓이다 못해 바닥에 넘쳐버린 일회용 커피 컵을 치우는 것도 학내 노동자의 몫이며 과방에 물건이 도난을 당할까 경비를 서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택배·배달 노동자들이 '필수노동자'로 불리는 것처럼 예나 지금이나 이들이 학내 필수노동자다. 

그러나 이들은 무시당하는 약자에 불과했다. 에어컨 없는 열악한 휴게실에서 불볕더위에 목숨을 잃은 서울대 청소노동자를 비롯해 이와 비슷한 환경에 놓인 수많은 학내 노동자의 가치는 폄하돼왔다. 

또한, 많은 대학은 근로기준법의 빈틈을 악용하기도 했다. 근로 시간보다 휴식 시간을 배로 더 부여해 결정적으로 노동자에게 임금을 적게 주는 방법은 예사롭다. 만에 하나 이들이 노조를 결성한다면 노조 탈퇴를 종용하거나 주동자 해고도 이뤄지는 경우가 존재한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가 아직까지 해결이 되지 않은 가운데 최근 한 지역대학의 청소노동자 51명 집단해고 소식이 들려왔다. 이들은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했지만 '버림을 받았다'고 토로한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순간에 일터를 잃어버린 그들의 심정이 어떨지 감히 짐작할 수 없다. 

대학이 생존하고자 명운을 거는 긴축경영은 지극히 옳고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은 충분히 안다. 하지만 그 칼날이 사람을 향하는 것은 과연 타당한가는 의문이다. 대학은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겠는가. 

박주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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