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比(같을 비) 정상가족입니다
우리는 比(같을 비) 정상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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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5.0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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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연예인 사유리는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했다. 그는 자발적 비혼모다. 최근 육아 예능 프로그램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2013)에 사유리의 출연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상가족 형태가 아니다', '비혼과 비혼 출산을 장려한다' 등을 이유로 출연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들이 말하는 정상가족의 형태는 무엇일까. 사유리와 같은 비혼모·부, 미혼모·부를 포함해 △한부모가정 △동거가정 △비혼가정 △동성혼가정 등은 정상가족의 범주에 속할 수 없는 '비정상'인 걸까.

 

<일러스트레이션=임효원 기자>

 

정상가족이 뭔데?

 

일반적으로 가족이라고 하면, 혼인과 혈연을 통해 아빠·엄마·자녀로 이뤄진 핵가족을 가장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대한민국 민법 제779조에서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직계혈족(부모-자녀) △형제·자매 △배우자의 직계혈족과 형제·자매까지로 규정한다. 

'정상가족' 프레임은 부부와 미혼자녀로 구성된 핵가족이 전형적이고 정상적인 가족이며, 여기서 벗어난 무자녀 가족, 한부모 가족, 동성혼 가족 등은 비정상이라 단정 짓는다. 이때, 핵가족은 애정에 기반한 부부 중심의 생물학적 결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공동체의 기본 단위이자 불변의 사회 제도로 정착했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1960년대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박정희 정권은 경제발전을 위해 동질성과 단일민족으로서의 전통을 강조했다. 이는 전통적인 대가족, 현대적인 핵가족의 가족 이데올로기 개념을 양산했다. 결과적으로 성별에 따라 역할을 분담하는 '젠더 이데올로기'가 결합 돼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탄생한 것이다.

『이상한 정상가족』(동아시아, 2017)의 김희경 저자는 한국이야말로 '모든 사회 문제는 가족 문제'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국가라고 지적했다. '지금 팀코리아는 가족'(하지현, 2018) 논문에서는 "사회적 울타리에 속하기 위한 첫 번째 강령은 가족이다. 만일 이를 거부하거나 나름의 형식으로 가족을 형성하면 비정상적인 행위가 된다"며 "더불어 내부적으로 불완전한 가족이라도 가족 자체는 유지해야 한다는 심리가 사회에 만연하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이미 정상가족 틀에는 균열이 생긴 지 오래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율은 2016년 5.5%에서 지속해서 감소해 지난해 기준 4.2%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이혼 건수는 △2019년 11만 831건 △2020년 10만 6,500건으로 매해 10만 건을 넘기고 있다. 

가족구성권연구소 이유나 연구원은 "다양한 가족 구성을 나누는 경계는 섹슈얼리티(Sexuality)의 위계를 나눈다. 또한, 이성애 이외의 결합과 재생산을 비정상적인 섹슈얼리티로 낙인찍고 차별하는 근거가 된다"며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가족 구성의 자유를 방해할 뿐 아니라 각종 제도, 주거, 의료, 사회보험, 장례 등에서 비정상 가족을 누락시킴으로써 관계를 만들고 유지할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정상으로 산다는 것

한부모가정, 조손가정의 경우 '결손가정' 프레임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정상가족의 범주에는 속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그렇다면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변화했을까. 정상가족 범주 밖에 속하는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 불쌍한 아이
우리 대학교에 재학 중인 A 학생은 아버지가 일찍이 병으로 돌아가셨다. A 학생은 '어머니가 고생하셨겠다', '아버지가 없어 힘든 건 없었느냐'라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그는 "아버지가 살아계실 당시에도 부모님 사이가 엄청 좋은 편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워낙 어릴 때 일이라 아버지의 빈자리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런데 사람들한테 병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하면 애처롭게 본다"며 "오히려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고 전했다.

#2 어머니도 법적 보호자인데…
우리 대학 B 학생은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다. 그는 "부모님의 이혼 후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아버지나 동생 관련 얘기가 나올 때면 떨어져 지내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아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중학교로 진학할 때 부모님 도장이 필요해 어머니 도장을 가져갔다. 그러자 선생님께서 아버지 도장이 필요하다며 나무라셨다"며 "당시에는 이혼가정임을 밝히고 싶지 않아 가만히 있었지만 돌이켜보니 왜 어머니의 도장은 효력이 없는지 참 이상했다"고 회상했다. 

 

더불어 "간혹 수업을 듣거나 일상생활 도중에, 이혼율이 높아지는 게 문제라는 말을 들을 때가 있었다. 상당히 불쾌했다"며 "우리 가족은 오히려 정상가족일 때 비정상이었다. 싸우시는 부모님의 목소리가 창밖을 넘어갈까, 혹여나 더 큰 싸움으로 번질까 조마조마했기 때문에 지금이 더 편하다"고 밝혔다.

 

우리 대학 C 학생은 재혼가정의 자녀다. 그는 재혼가정의 자녀라는 이유로 학창 시절 집단따돌림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는 "중학생 때 한 회사 사택에서 잠시 살았는데 부모님 재혼 당시 좁은 사택 사회에서 소문이 다 돌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같이 살던 사택 애들이 불륜녀의 자녀라고 와전시켰다. 다른 친구들이랑 친해지려는 기색이 보이면 훼방을 놓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등학교 때 가정환경조사를 많이 했었다. 조사에서는 본인이 이혼가정이나 재혼가정 아이인지 물어봤었다"며 "당시에는 별생각이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이런 조사가 가정환경으로 아이의 성격을 가르는 편견인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고 답했다. 

 

또한, 그는 "재혼가정임을 밝히면 아무 일 아닌 것처럼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있다"며 "예전에 사귄 친구는 어린 시절 가정환경이 부정적인 성격을 형성한 게 아니냐고 물은 적이 있다.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히려 남들보다 더 열심히, 긍정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지만, 타인의 눈에는 저렇게 비친다는 생각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회상했다.

달라도 '가족'입니다

사회의 다원화와 함께 새로운 가족 유형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에서 진행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자의 66.3%(994명)가 혼인·혈연에 무관하게 생계와 주거를 공유할 경우 가족으로 인정하는 데 동의했다. 

또한, '다양한 가족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 문항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79.3%(1,189명)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비혼'에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으며,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형태인 '동거가정'에 대한 수용도는 67%(1,005명)이었다. 결혼하지 않고 자녀를 가지는 것에 대한 항목에서는 응답자의 과반인 50.6%(759명)가 수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서울에서 셰어하우스 '선녀방'을 운영 중인 장신재 씨는 하우스메이트(Housemate)들을 가족이라고 칭한다. 그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의식주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속한 느낌"이라 말했다.

<일러스트레이션=임효원 기자>

이어 그는 "현대 사회에서는 주거 형태 및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때문에 가족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답했다. 더불어 그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은 전통적인 가족 형태와 달리 선택권이 있다"며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특별하지만 그게 상대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온전히 보장해 주진 못한다. 그런 점에서 핏줄로 엮인 가족, 마음으로 엮인 가족을 모두 수용할 수 있게 가족 범위가 넓어지길 바란다"며 의견을 전했다.

이유나 연구원은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과 편견을 없애기 위해선 기존에 유형화된 결혼 여부나 양육자의 성별, 구성의 기준 외에 양육이나 돌봄, 친밀성을 수행하는 다양한 결합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법적 혼인과 양성의 양육자를 전제하는 가족의 정의와 규정부터 먼저 개정되거나 폐지돼야 한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생 D 씨는 "정상가족이라는 단어가 참 안타깝다. 우리 가정은 서로의 행복을 위한 선택으로 한부모가정이 됐다"며 "일반적인 핵가족과는 다른 형태지만 현재 가정에서도 충분히 행복하다. 경제성 측면에서 정상가족 형태가 자녀에게 더 나은 환경을 가져다줄 수는 있지만, 가정의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측은하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박서현·제서현 기자

<참고문헌> 
 '정상가족은 정상이 아니다'(조주은, 2005)
 '한부모 가족 담론의 균열과 변형된 
 정상가족 신화로의 포섭'(김환희·고병진,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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