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얀마에서 5월의 광주를 마주하다
│기고│ 미얀마에서 5월의 광주를 마주하다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1.05.03 14: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재 미얀마에서는 군사 독재에 맞선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미얀마는 원래 뿌리 깊은 군부독재 국가였다. 그러다 2015년 총선에서 아웅산 수지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압승하며 반세기 넘게 이어오던 군부독재를 끝냈고, 지난해 11월 총선에서도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전체 의석의 83%를 차지했다. 이에 군부가 불복하며 첫 국회가 열리는 날인 지난 2월 1일 새벽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군부는 아웅산 수지와 대통령, 여당 지도자들을 구금하고 정부와 국회를 해산시켰으며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정부를 군부가 폭력적으로 전복시키는 것을 본 미얀마 국민들은 군부에 대한 불복종 운동을 시작했다. 민주화를 외치며 거리로 나선 국민들의 평화 시위에 군부는 폭력적으로 대응하고 어린아이에게까지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등 반인륜적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미얀마에서는 군부와 경찰의 야만적인 폭력 진압으로 민간인 희생자들이 계속 늘어만 간다. 그럼에도 미얀마 국민들은 위축되지 않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미얀마의 상황은 1980년 5월 광주를 떠오르게 한다. 언제부터인가 푸르른 5월이 되면 광주가 생각나는데, 올해는 미얀마의 상황이 겹쳐 5월 광주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신군부 세력은 전국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야당 지도자들을 체포 또는 가택연금 시켰다. 유신체제를 겪고 난 후 국민들은 두 번 다시 군인들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억압 정치를 하는 역사가 거듭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런데도 다시 군사쿠데타가 일어남으로써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은 무참히 깨져버렸다. 이에 전국적으로 시위가 발생했고 신군부 세력은 주요 도시에 탱크로 무장한 군 병력을 배치했다. 군부대를 학내에 투입하여 대학교를 장악했고 국회의사당을 봉쇄했으며 의원들의 등원을 총칼로 저지했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진압으로 인해 대부분은 결국 신군부 세력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단 한 곳, 광주는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 나갔다. 

광주에서도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신군부의 집권에 반대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졌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5월 18일이 되었다. 이날 계엄군은 전남대 정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막아 세우고 이에 항의하는 학생들을 구타·연행했다. 이를 만류하던 시민들도 폭행했다. 이렇게 하면 잠잠해질 것이라 예상한 계엄군의 의도와는 달리 이들의 잔인함에 분노한 광주 시민들의 저항은 거세지고 집단화됐다. 이날부터 5월 27일 새벽까지 열흘 동안 광주시민과 전남도민들은 '비상계엄 철폐', '유신세력 척결' 등을 외치며 죽음을 무릅쓴 항거를 시작했다. 계엄군은 시위를 진압한다는 명목으로 시민들에게 총을 난사했고 도심 곳곳에서 처참히 살해된 시신이 발견됐다. 이를 본 시민들의 분노의 물결은 더욱 거세졌다. 계엄군의 총알 세례에 맞서기 위해 시민들은 스스로를 무장하기도 했다. '시민군'들은 마지막까지 전남도청을 사수하며 계엄군에 맞서 싸웠다. 이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고 실종되고 부상당했는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학살 책임자에 대한 처벌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왜곡과 폄훼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5·18민주화운동이 이후 한국 민주화운동의 원동력이자 밑거름이 됐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으며, 더 나아가 세계에서도 독재와 권위주의 체제에 대한 항거로 주목을 받고 있다. 

민주주의는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외침과 희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지금 미얀마에서는 끊임없이 총성이 울리지만, 맨몸의 시민들은 외침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과거 광주처럼 미얀마가 외로운 싸움을 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군부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내어놓고 있으며, SNS에서는 미얀마 국민들을 응원하는 '세손가락 인사'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세손가락은 '자유, 선거,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5월의 광주와 닮아있는 미얀마, 미얀마 국민들에게 무한한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 


이가연 경성대 역사문화학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