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빨간 머리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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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1.09.0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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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앞에 흑인과 백인이 있다. 차별이 일어난다면 누가 누구를 차별했다는 생각이 들까. 대부분은 흑인이 차별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백인만 존재하면 차별이 없는 세상이 오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그렇게 형편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얀 흑인(White Nigger)'이라고 불렸던 아일랜드계 백인, '진저(Ginger)'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한다.


아일랜드의 역사는 그리 밝지 않다. 역사적으로 바이킹을 비롯한 여러 세력에게 침략당하고, 근대에 와서는 영국의 식민지가 돼 수탈로 대기근을 겪기도 했다. 영국의 세계 진출로 인해 아일랜드인도 여러 국가로 퍼졌고 그들은 아일랜드계 백인이 됐다. 그들은 멸시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당연했고 대부분 서구 국가의 하층민이 됐다. 진저란 생강을 의미한다. 아일랜드계 백인은 붉은 머릿결에 주근깨가 특징이었기 때문에 이를 비하하며 생강이라고 칭한 것이다. 빨간 머리 앤이 자신을 기구하다고 여긴 이유는 여기에 있다.


요즘 문화계에서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킨 주제는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것이다. PC주의가 유행하자 평등이라는 이름 아래 근 몇 년간의 창작물들은 인종, 성별 등의 다양성을 드러내게 됐다. 다만 여기서 문제는 전작 혹은 원작에서 백인이던 인물이 갑자기 흑인으로 변한다거나, 아무도 몰랐던 성적 지향성을 드러내 작품 의도를 왜곡하거나 관객들의 거부감을 유발한다는 논란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 <인어공주>(롭 마셜 감독, 2022년 예정)의 주인공이 흑인으로 캐스팅되면서 새로운 논란이 생겨났다. 영화사들이 PC주의자들의 요구 충족과 홍보를 위해 흑인을 캐스팅하되 그 역할로 상대적으로 반발이 적은 진저 캐릭터들을 맡기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빨간 머리를 가진 인어공주는 물론이고, 이전부터 원작의 빨간 머리 캐릭터를 흑인이 맡은 경우가 꽤 빈번하게 있었기 때문에 충분히 할 법한 의심이었다. 해당 논란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는 영화사들의 평면적 태도가 다른 차별을 낳은 사례가 됐다고 할 수 있다.
차별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누구나 당할 수 있다. 차별에 필요한 것은 명분이기 때문에 그것이 굳이 인종이 아니어도 차별은 일어날 수 있다. 그만큼 해결에는 조심스러운 접근을 요구한다. 요컨대 진정한 평등은 충돌과 강요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배려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진저의 사례를 통해 안일한 방식은 갈등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새로운 상처를 남긴 것을 알 수 있었다. 차별로 인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요즘, 서로를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조준혁(정치외교학 3) 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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