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그들만의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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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서현 기자
  • 승인 2021.11.08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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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현 편집국장
박서현 편집국장

 그들만의 리그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영화 <그들만의 리그>(페니 마샬, 1992)의 제목으로 사용됐으며, '비주류에도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주류만이 중심이 되고 주목받을 수 있는 사회에서 비주류를 조명한다는 좋은 의미가 담긴 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반대의 의미를 갖는다. 그들 사이에 나는 감히 낄 수 없다고 느낄 때, 그들만의 리그가 된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15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2019년 12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가결됨에 따라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하향됐다. 청소년이라는 새로운 정치 참여계층이 등장함에 따라 차기 대선 후보들의 청소년·청년 정책 공약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 그러나 현재 대선 레이스는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를 두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더 나쁜 사람인가'를 주요 쟁점으로 삼으며 네거티브(negative)하기 급급하다. 심지어는 같은 정당 후보자들끼리도 경선 과정에서 정책을 제시하고 비교하기보다는 인신공격을 자행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착각을 심어 주기도 한다.


지난달 발표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종합 분석에 따르면 성인 1,000명 중 특정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의 비율은 23%(230명)였다. 그중에서도 만 18세에서 24세의 무당층 비율은 44%였다. 젠더 갈등을 필두로 청년들 사이에서 여러 이해관계가 형성돼 2030 유권자들이 파편화됐다. 그 결과,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 청년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이 현상을 아는지 모르는지 청년들의 생각에 귀 기울이기보단 다른 후보자들과 얼토당토않은 소모적 논쟁만 벌이는 실정이다. 이렇듯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치권은 유권자로 하여금 정치에 무관심하게 만들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냈다.


유권자들의 무관심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대학 사회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우리 대학교 학생회 선거 투표율은 60.87%에 그치며 최근 4년 중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코로나19로 첫 비대면 선거를 진행함에 따라 직접적인 선거 운동이 불가능해 투표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선거로 총 유권자 수의 겨우 절반을 넘겨 당선된 학생회가 대표성을 가졌다고 말하긴 어렵다. 

열흘 뒤면 우리 대학 학생회 선거가 비대면으로 진행된다. 현재 각 학과나 단과대 선거운동본부는 모든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온라인 선거 운동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정치권의 소모적 논쟁에 지쳐 선거 자체에 무관심해졌더라도, 대학 사회는 당장 우리가 직면한 문제다. 대학 사회조차 그들만의 리그가 돼 버린다면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비판보다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다. 후보자들도 진정성을 담아 유권자에게 다가가야 하겠지만, 유권자 자신도 그들만의 리그를 만드는 데에 동조하진 않았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박서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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