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도 자립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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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2.0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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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2,600명 이상의 보호종료아동이 사회로 나온다. 자립능력형성여부와 상관없이 만 18세가 되면 더 이상 국가의 보호 조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보호종료아동은 단돈 500만 원을 가지고 사회로 나오지만, 홀로 정착하고 삶을 일궈내기엔 역부족이다. 결국 하루하루 연명하다 잘 곳을 찾기 어려워 홈리스(Homeless)가 되기도 한다.

열여덟 어른, 보호종료아동
자립준비청년, 즉 '보호종료아동'은 만 18세를 기준으로 보호조치가 종료돼 보육기관에서 나와 독립해야 하는 아동을 뜻한다. 이들은 만 18세 이전에는 '보호대상아동'이라 불리며 보호대상아동은 아동복지법 제3조 제4호에 의해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아동 또는 아동학대,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기에 적당하지 않거나 양육할 능력이 없는 경우의 아동을 말한다. 보호대상아동에게 국가는 가정 내 보호 혹은 가정 외 보호를 지원한다. 가정 외 보호는 △가정위탁 △아동복지시설 △아동치료시설 등에 입소시킨다. 


그러나 국가의 이러한 지원은 보호대상아동이 만 18세가 되면 종료된다. 이들은 이때부터 보호종료아동이라 불리며 자신이 살고 있는 보육시설을 떠나 자립해야 한다. 보호종료아동의 자립능력형성여부와 상관없이 아동복지법상 만 18세가 되면 보호 조치가 끊기기 때문이다. 오로지 혼자 사회로 나가는 보호종료아동의 손에는 지자체에서 주는 약 500만 원의 자립정착금과 매월 받는 자립 수당 30만 원 정도만이 남는 셈이다.


'보호종료(예정)아동 심리정서 실태조사'(이상정, 2020)에 따르면 실제 보호종료아동은 일반 청년에 비해 △건강 △심리정서 △사회적 관계 △주거 △교육 △고용 및 경제 관련 지표가 대부분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반 청년에 비해 심리·정서적 부분에서 취약성이 두드러졌는데, 보호종료 1-5년차 아동의 심리·정서적 현황조사에서 이들의 삶의 만족도는 5.02점이었다. 이는 2019년 사회통합실태조사의 20대 삶의 만족도 평균이 6.0점으로 나온 것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또한, 이들은 법정 연령에도 제한을 받는다. 지난해 1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보호종료아동의 핸드폰 개통과 관련한 법을 개편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해당 글은 아동복지법상 만 18세가 되면 보호종료아동에 해당돼 사회에 나오게 되지만 민법상 미성년자에 해당해 휴대폰을 개통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경주에 거주하는 자립준비청년 허진이(27) 씨는 "(보육시설) 퇴소 당시 나이 때문에 휴대폰 가입이 불가해 대신 생일이 지난 친구들의 명의를 빌렸고 이로 인해 요금미납, 연락두절 등의 범죄로 이어진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만 18세에 사회로 나오는 보호종료아동은 휴대폰 개통 외에도 △긴급수술 △여권 발급 △계좌 개설 △의료서류 발급 등을 할 때 미성년자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에 지난해 2월 장정숙 민생당 의원 주도하에 국회의원 11명이 보호조치 종료 나이를 18세에서 21세로 올리는 법안을 발의했다.

 

<일러스트레이션=정영림 기자>

 


자립준비청년의 홀로서기
자립준비청년으로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어려움과 난관이 존재한다. 만 18세에 사회로 나가는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국가는 △경제 △주거 △교육비 △취업 등의 부분에서 자립을 지원한다. 그러나 실제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거나, 지원정책이 있지만 사각지대에 있어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존의 보호종료아동을 지원하는 아동복지법은 주로 경제와 주거 지원에 집중됐지만 이 역시 부족한 점이 많다는 목소리가 크다. 


주거 지원의 경우 주거지원통합서비스와 국토교통부, LH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원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은 비율은 낮다. 국가인권위원회 '보호종료아동의 인권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공공주거지원율은 37%에 그쳤다. 광주대 이용교(사회학) 교수는 "공공임대주택 지원을 원하는 사람에게 다 줘야 하는데, 양을 정해놓고 선착순이나 특별 조건에 해당되는 사람에게만 주고 있다"며 미약한 주거 지원을 꼬집었다.


일상생활에서도 그들의 어려움은 이어진다. 자립준비청년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 캠페이너로 활동하는 자립 5년 차 박강빈(24) 씨는 "(보육시설) 퇴소 후 바로 직장생활을 했는데, 직장을 다니면서 단골처럼 묻는 것이 군대 질문이다. 그러나 양육시설에 보호대상아동으로 5년 이상 거주하면 남성은 사회자립기간 보장을 사유로 군 면제가 된다"며 "이런 점을 주변에 솔직하게 말했을 때 좋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며 사회에서 보호종료아동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열여덟 어른 캠페이너 허진이 씨는 "사회는 보육원 생활과 많은 부분이 달랐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고, 홀로 적응해야 하는 사실 자체만으로 두렵고, 어딘가 힘이 빠졌던 기억이 있다"며 "좌절을 경험할 때 스스로 회복해야 하고, 또 잘 살아가야만 하는 현실이 버겁게 느껴졌다"며 심리적인 면에서 힘듦을 토로했다.


전문가들 역시 자립준비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으로 심리적인 면을 꼽았다.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커뮤니티 케어센터 '청포도' 김주하 국장은 "최근 2-3년간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면서 경제적인 면에서 혼자 자립하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다. 그러나 심리·정서적인 면에서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아 자립 후에 아이들에게 정신적인 멘토 역할을 해 주는 어른이 없다"며 "정부에서 자립전담요원 제도를 지원하지만 전담요원 1명이 약 100명의 아이들을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적인 부분에서도 자립준비청년들이 체감하는 현실의 벽은 달랐다. 보육기관에서는 보호조치가 종료되기 1-2년 전부터 자립심을 기르기 위해 자립지원 교육을 실시한다. 그러나 당사자들 대부분이 자립교육이 실제 자립을 할 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반응이었다. 박강빈 씨는 "자립교육을 받을 당시 왜 지금 배워야 하는지 동기가 없었고, 시설 아동 전원이 모여 PPT를 보며 읽었던 글자들은 와닿지 않았다. 자립교육은 시기적절하게 개개인에게 체험형으로 맞춤형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었다.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자립교육은 자립준비청년들의 경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허진이 씨는 "퇴소 후 해 보지 못한 것을 모두 해소하느라 생활지원금이 금방 소진돼 짧은 기간 생활고를 경험했었다. 그 이후로도 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기는 원인은 대부분 '잘못된 소비습관'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자립준비청년들이 잘못된 소비습관과 소비 태도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보호종료아동에서 자립준비청년으로

그렇다면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자립준비청년들의 상황은 어떨까. 현재 부산시에 거주하는 보호아동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558명이며 보호종료아동은 1,153명이다. 부산광역시 보호아동자립지원센터 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자립정착금은 600만 원으로 보건복지부 권고사항인 500만 원 보다 100만 원 많다.


또한 부산시 자립지원전담기관인 '부산광역시 보호아동자립지원센터'가 설립돼 있어, 이곳에서 아동양육시설과 공동생활가정 등에서 퇴소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아동을 대상으로 자립지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복지시설 보호아동 및 보호종료아동 욕구조사'(부산광역시 보호아동자립지원센터, 2021)에 따르면 보호아동의 자립 준비 어려움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이 37%로 가장 높았으며, '주거마련의 어려움'이 25%로 뒤를 이어 부산 역시 자립준비청년들이 살아가기엔 척박했다.


보호종료아동을 지원하는 아동복지법의 공백이 지속적으로 논의되자, 정부는 올해 7월 자립준비청년지원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은 자립준비청년에게 공평한 삶의 출발기회 보장과 실질적 자립기반 마련을 목표로 3개의 기본방향과 6대 주요 추진 과제로 구성됐다.


우선 첫 번째로 보호 기간을 연장해 기존의 보호가 종료되는 만 18세에서 본인 의사에 따라 만 24세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제도화했다. 그리고 만 18세에 퇴소하거나 보호가 종료돼 미성년자의 법정대리권이 공백 상태에 놓이는 상황을 막기 위해 지자체가 법원에 친권상실 혹은 제한을 적극적  으로 청구할 수 있도록 법정 사유를 구체화하고, '공공후견인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립지원전담 기관과 인력을 확충해 보호종료아동에게 상황에 필요한 맞춤형 자립지원 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며 일부 지역에서만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시키고 관련 인력도 확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소득과 주거 지원 역시 강화됐다. 3년이던 기존 자립수당 지급을 5년으로 늘리고, 아동자산형성도 확대됐다. 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자립정착금도 500만 원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가장 취약했던 심리·정서부분에서도 자립역량 강화를 위해 당사자 모임(바람개비서포터즈)과 학교전담경찰관 멘토링을 지원해 보호종료 전 범죄피해 예방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아름다운재단 관계자는 "개정안에 경제와 주거 지원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당사자의 목소리를 잘 반영한 것 같아 환영한다. 그러나 퇴소 연령을 만 24세까지 연장할 수 있다는 부분에 오히려 당사자들은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보육원에서 자란 보호대상 아이들 대부분이 빨리 보육원의 규율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결코 퇴소를 늦추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이상정 부연구위원은 "대부분 보호종료아동 지원 서비스들은 보호종료 후로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보호아동이 보호종료아동이 됐을 때, 경제적 지원을 받아도 자립지원금을 탕진하거나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보호 종료 이전에 자립준비지원이 잘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또한 삼육대 정종화(사회복지학) 교수는 "보육 시설에 있을 때부터 자립 준비를 시켜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보육 시설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100만 원을 모으면 시에서 100만 원을 지원해 주는 플러스 통장이 존재한다"며 "자립준비 자금을 만들 수 있도록 보육시설에 있을 때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그 부분에 있어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강빈 씨는 "자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야 한다. 하지만 누구보다 일찍 자립을 시작하는 자립준비청년에게 스스로 나아갈 수 있도록 좋은 환경과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며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 자립준비청년들은 오늘도 여전히 자립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제서현·박혜정 기자

 

<참고문헌>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지원에 관한 아동복지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제철웅, 2021)
'자립지원의 공백: 보호종료청소년을 위한 개인 자립지원 상담사 도입 과제' (허민숙,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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