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 책임 없는 욕구 앞에 펼쳐진 '가짜지옥'
│상아탑│ 책임 없는 욕구 앞에 펼쳐진 '가짜지옥'
  • 정찬희 기자
  • 승인 2022.03.07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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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아탑 상실의 시대, 교수의 학술을 들여다봅니다.

 

 

지난해 12월,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솔로지옥'(2021)이 전 세계 인기 순위 5위에 등극하며 흥행했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의 한 출연자가가품(假品)을 착용하고 여러 차례 촬영에 임한 것이 알려져 몰매를 맞았다. 작품에서 착용해 논란이 된 가짜 명품은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명품 의류 브랜드의 모조품이었다.


논란이 된 해당 출연진의 본업은 인터넷 방송인으로 알려졌다. 그는 일명 '재벌' 설정으로 명품 의류와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후기를 남기는 콘텐츠를 제작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부 영상에서 소개한 제품이 모조품으로 드러나 비판 여론이 과열됐다.


이러한 날 선 비판 중 해당 사건의 원인이 청년층의 명품에 대한 흥미로부터 기반한다는 의견이 존재했다. 롯데멤버스가 지난달 발표한 '명품 소비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2018년 대비 2021년 20대의 명품 거래량 증가세가 70.1%로 눈에 띄는 변화를 보였다. 뒤따르는 50대 증가세 62.8%와 비교해도 크게 웃도는 수준이며 경제력 차이까지 고려하면 명품에 대한 청년층의 남다른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SNS에서 '레플리카'를 검색한 모습


실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레플리카(replica : 복제품, 모형)'를 검색하면 명품 브랜드의 디자인과 로고 등을 그대로 복제해 △시계 △의류 △액세서리 등의 제품을 판매하는 게시글이 많다. 해당 게시글에 첨부된 명품 레플리카의 사진은 육안으로는 진품과 구별하기 어려웠다.


'대학생소비자의 명품브랜드 구매의도에 관한 연구 : 구매경험유무를 중심으로'(이승미, 2005) 논문에 따르면 유명상표를 선호하는 20대 젊은 세대들은 상류사회의 편입과 자신을 과시할 수 있는 점에서 고가의 수입명품을 선호,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분석이 존재했다.


그렇다면 현세대 청년들은 왜 명품을 소비하고, 열광할까. 우리 대학교 사회학과 윤상우 교수를 만나봤다.

▲우리 대학 윤상우(사회학) 교수

 

Q. '솔로지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가 가짜 명품인 가품을 착용 논란이 일었다. 또한 해당 출연자의 본업인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도 가품을 진품처럼 착용하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파급력이 큰 콘텐츠에서 명품을 착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해당 크리에이터의 주된 영상인 일상, 리뷰 등의 콘텐츠는 이미 과열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채널과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명품을 소개하며 주목받고자 하는 열망을 표출했다고 본다. 또한, 크리에이터의 소속사에서 '재벌' 캐릭터와 콘텐츠의 산물로 명품이 동원됐고 채널 유지와 발전을 위해서는 가짜 명품을 동원해서라도 대중의 관심과 그것을 기반으로 한 영상 조회수가 필요했을 것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에 따르면 특정 재화를 구입할 때 재화의 기능 혹은 생활에 밀접한 필요성이 있는지 등의 고려 외에도 재화가 상징하는 사회적 지위 또한 소비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이 있다. 이번 사태는 그 특정 재화가 명품으로 맞아떨어진 것 같다.

 

Q. 청년들이 명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명품에 집착하고 선호하는 심리는 일반적이다. 최근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명품 의류 혹은 액세서리 등을 구매하고선 재판매해 또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하는 현상이 있다. 이렇듯 명품에 대한 전반적인 선망과 관심이 높아질수록 명품을 착용한 인물이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이다.


실제로 명품은 상품의 외적 아름다움에서 그칠 뿐만 아니라 소유자의 사회적 지위를 대변하는 가치도 지닌다. 그렇기에 실제로는 화려한 명품을 소유할 정도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달하지 못하더라도 타인의 시선을 명품으로 하여금 현혹할 수 있는 것이다.

 

Q. 우리나라의 현행법상 가품을 구입한 소비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 그러나 단순히 명품 모조품을 구입한 주체가 공인이라는 이유로 언론까지 나서 비난하는 것은 지나친 도덕성 요구라는 비판도 있다.

20-30대 입장에서는 해당 출연자가 반칙을 사용했다는 인식이 있을 수 있다. 특히 MZ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명품을 구매할 경제력이 약하고 아르바이트가 주 수입원이다. 그렇다 보니 오랜 시간 노력해 겨우 구매하는 명품을 손쉽게 구매하고 인기를 얻는 출연자를 보고 편법을 사용해 인기를 끌었다고 판단해 분노했다고 본다. 


그리고 해당 출연자가 영상에서 소개한 의류 전부가 가짜 명품은 아니다. 어느 정도 명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재력이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 보여지는 직업 특성상 과시하고 싶은 욕구가 서서히 커져 가짜 명품을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 본인의 사회적 지위를 속이는 일종의 삐뚤어진 과시욕이라고 생각한다.

 

Q. 해당 사건의 사회적 파장과 앞으로의 패션 시장의 변동을 내다본다면.

우리나라에서 가품 소비가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실제로 우리나라가 80-90년대 개발도상국 지위였을 당시 '짝퉁' 제품이 많았고, 지금도 남포동 노점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모조품에 관한 법률이 크게 강화되고 추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조직적으로 가품을 생산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렇기에 가짜 명품을 중국이나 타국에서 제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경우가 위험 부담이 적을 것이다. 상품 판매자들은 SNS상에서 소비자의 의뢰로 모조품을 제작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조직적으로 모조품 생산을 대폭 늘리는 일이 있을 것 같진 않다.

 

정찬희 기자
radiant@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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