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점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하는 이유
│사설│ 학점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하는 이유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2.03.0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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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점 인플레이션은 평균 학점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상한값이 존재하지 않는 물가와는 달리 학점의 경우 받을 수 있는 최대 학점이 4.3 또는 4.5로 정해져 있으므로 학점 컴프레션(compression)이라고도 부른다. 학점 인플레이션과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갑작스런 비대면 수업의 확산은 시행 초기 적잖은 혼란을 초래했고, 기존의 평가방식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마련하는 동안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지난해 8월 31일 교육부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과목별 학점이 B 이상인 재학생의 비율은 2020년 기준 87.5%로 전년 대비 15.8%p 증가했다. 


학점은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수단일뿐만 아니라 구직 시 고용주에게 개인의 역량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신호의 역할도 수행한다. 획일화된 기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수의 기업은 수많은 지원자를 효율적으로 선별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학점을 참고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학생들은 취업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를 누리기 위해 학점을 꾸준히 관리하고, 교수자 역시 평가의 일관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투자한다.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학점 인플레이션을 우려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모든 학생이 동일하게 A학점을 받는다고 상상해보자. 이 경우 학생들에게는 출석을 하고, 과제를 제출하고, 시험을 봐야 할 유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의 경제학자 밥 콕(Babcock)이 2010년에 발표한 논문은 교수자와 과목 특성을 통제하면 학생들이 수업에 쏟는 노력은 기대 학점과 반비례함을 보여준다. 이 논문에 따르면 학점을 "짜게" 주는 수업의 수강생들이 학점을 후하게 주는 수업의 수강생에 비해 약 두 배 정도 열심히 공부한다고 한다. 


한편 볼레슬라브스키(Boleslavsky)와 코튼(Cotton)이 2015년 발표한 논문은 학점의 변별력이 떨어질수록 학교의 명성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때 개별 대학은 평판을 끌어올리기 위해 투자를 늘리게 되고, 늘어난 투자는 학생들이 인적자본 축적을 위해 더욱 힘쓰도록 돕는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한다면 학점 인플레이션이 반드시 해로운 것만은 아니라고 저자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들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실증 근거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부터 시행된 '반값 등록금'정책의 여파로 다수의 대학이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주장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대학 간 평판이나 순위 경쟁이 지방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다.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진다. 학점도 예외는 아니다. A학점의 증가는 A학점의 가치를 희석시킨다. 절반 이상이 A학점을 받는 요즘 같은 시대에 A학점은 '보통(Average)'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이미 언론에서는 대학가의 학점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성적장학금 지급율이 낮아졌고 지방의 취준생들이 취업시장에서 내세울 것이 없어졌다는 보도를 이어간다. 다행히 최근 백신 접종자가 늘고 위중한 환자 수도 많이 감소하면서 이번 학기부터는 대학 교육이 다시 대면 수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상의 회복과 더불어 학업성취에 대한 평가 역시 조만간 정상화되기를 희망해본다.

 

본지 논설위원
경제학 박진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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