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머물수록 멀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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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2.03.0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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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일상 속 빈틈은 무엇으로 채워지고 있는가. 핸드폰만 쥐고 있으면 OTT를 통해 볼 수 있는 갖은 영화, 드라마, 동영상으로 여가가 화려해진 요즘이지만, 지금보다 볼 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 필자는 여가시간을 보통 책으로 채웠다. 지금도 여전히 책을 읽긴 하지만, 보다 가성비 있는 매체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필요한 전공책 몇 권만 사도 10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물가에 오롯이 독서를 위한 지출을 더 늘리긴 쉽지 않아 책을 사기에 망설여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0년 7월 실시한 도서정가제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총 2,000명의 응답자 중 41.1%가 최근 5년간 물가 상승률 대비 종이책의 가격 상승률이 높다고 생각했다. 반면 낮다는 의견을 표한 응답자의 비율은 15,1%, 비슷하다는 답변은 43.8%를 기록했다. 지금의 종이책 가격이 사회 전반의 물가와 비슷한 곡선으로 상승했거나, 보다 더욱 가파르게 높아졌다는 인식이 다수다.


해당 조사에서 현행 도서정가제가 허용하는 할인율에 대해 전체 응답자 중 70.7%가 범위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도서정가제는 현재 책의 할인율을 정가의 최대 15%로 제한 중이며, 가격 할인은 최대 10%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과열화된 대형 서점들의 책값 인하 경쟁을 막고 독립출판사와 독립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나, 그러지 않아도 도서 값이 상승했다고 체감해 가격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연스레 규제의 완화를 바라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3년 주기로 도서정가제 재검토 기한이 돌아올 때마다 개정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거워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나, 지난 2020년 재검토를 앞뒀을 당시의 갈등은 더욱 유별했다. 2019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도서정가제 폐지 청원글이 작성됐으며 20만 명이 넘는 참여 인원 수를 기록했다. 국민 독서율은 지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도서정가제 도입 이후에도 초판발행부수가 감소하고 오프라인 서점의 수 역시 줄어드는 등 출판업계에서 역시 난항에 마땅한 타계책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도서정가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여론이 이토록 부정적이었던 데는 도입 이후 출판시장 일각에서 제도 강화 의견을 꾸준히 제시해왔기에, 그로 인해 완전도서정가제로 전환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해야 했던 탓도 있다. 이에 정부는 청원에 대한 답변으로 완전도서정가제로의 전환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실제로 이듬해 도서정가제 재검토 당시 현행과 비슷한 수준의 규제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이 기존의 문제점을 해소시킬 물꼬를 틀지 못했으며, 소비자와 출판업계 양측의 불만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재검토의 의의에 의문이 생긴다.


도서정가제가 계속해서 제자리에 머물러있는 동안, 종이책의 위기 상황 역시 그대로 고였다. 2년마다 실시되는 국민독서 실태조사에서 지속적인 하향선을 그리다 2019년 55.7%를 기록했던 국민독서율은 지난해 8.2% 감소한 47.5%로 집계됐다. 매일 새롭게 태어나는 뉴미디어가 벽해를 이루는 시대에, 여전히 소비자로부터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인식을 지우지 못한 책은 어떻게 경쟁력을 다시금 찾을 수 있을까. 도서정가제는 출판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방패이나, 제대로 된 방어막 역할을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장유진 독자위원(경영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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