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시인하다 1화
오늘을 시인하다 1화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2.03.0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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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의도 : 각자가 살아가며 가지는 사연에 아름다운 시로 위안을 얻는다.

ANN: 이예진

PD: 김시은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을 시인하다’의 디제이 김시은입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 사연을 가지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하나의 사연이 생겼을 때,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거나 위로를 얻길 원하기도 하는데요. 때로는 아름다운 시를 통해 공감과 위로를 얻어가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을 시인하다’ 지금 시작합니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된 요즘, 여러분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새 학기를 맞아 학교에 적응하랴, 시간표 맞추랴, 바쁘게 지내시는 분들이나, 여러 알바와 대외활동으로 보람차게 보낼 준비를 하는 분들. 아니면 벌써부터 학교 가는 게 너무 귀찮아 모든 것이 마냥 힘들게만 느껴지는 분들 등. 모두가 가지각색으로 다양하게 새 학기를 맞이하고 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렇게 각자가 다르게 시작하는 새 학기라 할지라도, 그 앞에 모두가 공통적으로 가지게 되는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감정 정리에 관한 고민이 아닐까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땐, 그에 맞는 새로운 감정도 따라오기 마련인데요. 때로는 그것이 나의 감정임에도, 내 마음대로 조정하거나 적절하게 유지하는 게 벅차고 힘들 때도 있더라고요. 특히나 새롭고 낯선 일상만 잔뜩 펼쳐지는 요즘 같은 새 학기엔 특히나 감정의 정리가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여러 일에 바쁘게 이끌려 다니다 보면, 어느새 몸도 마음도 지치고 힘들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을 시인하다’의 디제이인 제가, 그런 여러분들을 위해 위로가 될만한 시를 하나 소개해드리려고 준비했답니다. 안희연 시인의 ‘몫’이라는 시인데요. 감정의 정리와 체념에 관한 시여서 그런지, 이리저리 혼란스러운 일이 많을 여러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럼 바로 읽어드릴게요.

몫, 안희연

앞니가 부러지는 꿈을 꿨어 이가 상하는 꿈은 백이면 백 흉몽이라던데 이제는 호들갑 떨지 않는다 몫이었겠지, 생각한다 몫이라는 말을 처음부터 사랑했던 것은 아니야 악어처럼 나를 물고 한참을 놓아주지 않았지 모든 걸 원점으로 되돌리는 말이잖아 다른 방도는 없다는 듯이 어디 한번 달아나 보라는 듯이 이런 장면이 겹쳐지기도 했어 죽은 토끼를 가운데 두고 맹렬히 싸우는 두 사람 묻자고 말하는 쪽과 묻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쪽 각자의 몫이 있었을 거야 토끼는 그저 유독 피곤했던 것일 수도 그날따라 잠이 미로처럼 깊어 약속시간에 조금 늦은 것이었을지도 어떻게 다 알 수 있겠어 피에로의 고깔모자가 감추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물총새의 속눈썹이 견딜 수 있는 무게는 얼마인지 죽음이 드나드는 문은 어디에 있는지 몫이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덜 미워하게 될는지도 이제는 조바심내지 않는다 기차는 길고, 길다는 건 기차의 몫이 그러하므로 어떻게든 계속 가야 한다는 뜻 영원히 잠든 토끼의 영원히 찾지 못할 영혼을 생각하면 몫이라는 말, 결코 다정하지는 않지만  

어떠신가요? 이렇게 시를 한 편 감상하고 나니, 잠깐 생각에 잠기게 되지 않나요? 시라는 건 참 짧은 글임에도, 그 글 안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문학인 것 같아요. 그럼 우리 잠시 많아진 생각도 정리할 겸, 노래 한 곡 들으며 쉬어가는 시간을 가질까요? 노래 듣고 오겠습니다.   루시의 개화 듣고 왔습니다. 노래가 나오는 동안 시와 관련된 사연 하나를 받았는데요. 어떤 사연인지 함께 들어봅시다. “안녕하세요, 올해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22학번 새내기입니다. 저는 평소에 사소한 일에도 감정 기복이 심한 게 늘 고민이었습니다. 남들은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길 일도 괜히 크게 받아들이고, 혼자 과민반응하기도 하는 조금은 피곤한 성격인데요. 스무 살이 되고 대학 입학을 준비하던 날들도, 마냥 신나게만 생각하던 남들과는 달리 저에게는 여러 고민과 생각을 하게 만든 심각한 사건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 시를 듣고 나니, 문득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저에게 고3 담임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기억납니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모든 일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도 중요한 거야.’ 아직까지도 성인과 대학생이 되었다는 것은 저에게 혼란스러운 일이지만, 잊고 있던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리니 마음 정리를 해볼 용기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정말 저에게도 이 시에 나온 것처럼 걱정을 내려놓고 몫이었겠거니, 하며 수긍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네, 사연자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제가 처음 스무 살이 되었던 날이 기억나네요. 저도 그때 사연자님처럼 새로운 사회에 놓인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정말 많았었는데요. 사실 그건, 성인이 되고 학생이라는 울타리 바깥으로 놓이는 시기에 누구나 할 수 있는 걱정이란 생각이 들어요. 사연자님은 유독 그런 순간이 자주 찾아오는 시기일 뿐일 거예요. 지금 당장 이 요동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게 되는 때에는, 이 시에 나온 것처럼 이 순간 역시 ‘몫이겠거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각자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각자가 가진 몫을 인정하는 거죠. 그렇게 된다면 사연자님도 언젠가 날카로운 감정에 무뎌지고 편해지는 순간이 올 거예요. 0207님께서 이렇게 댓글 남겨주셨어요. “저도 이 시를 읽고 생각이 참 많아지네요. 저는 감정 기복이 심한 게 고민인데요. 제 감정인데도 불구하고, 이걸 스스로 조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제가 이리저리 감정에 끌려다니게 되더라고요.” 맞아요. 사실 본인의 감정을 스스로 조정하는 건 정말 어렵죠. 정말 중요한 건 이 시에 나온 대로 ‘조바심내지 않는 것’인 것 아닐까요? 왜 내 감정을 내가 컨트롤할 수 없을까, 하며 불안해하지 말고, 천천히 기다리며 수긍하는 것이 감정 정리의 시작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음, 0452님께서 “전 오히려 모든 것에 너무 체념한 게 고민이에요. 이 시가 어쩐지 제 상황과 비슷한 것 같아서 공감되네요.”라고 남겨주셨어요. 네, 사실 주변 상황에 수긍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분들이 대다수여서 그렇지, 오히려 너무 체념하신 분들도 그분들 나름대로 고민이라고 하더라고요. 여기에서도 마지막에 ‘몫이라는 말, 결코 다정하지는 않지만’이라는 구절이 나오잖아요. 실은 몫이었겠거니, 생각하는 게 마음의 평안과 정리를 주긴 하지만, 또 다른 말로는 어찌할 방도가 없다는 변명의 뜻이 될 수도 있거든요. 주변 상황에 집착하고 전전긍긍하는 것이 어쩌면 자신의 삶에 그만큼 애정이 있다는 반증 아닐까요? 감정을 정리한다는 것이 너무 ‘모든 것에 체념하고 다 내려놓아라.’라는 뜻은 또 아니니까, 적당히 각자의 몫을 인정하고 이해하며 천천히 마음속을 정돈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휴, 사실 이렇든 저렇든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정리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네요. 우리 아무래도 진지한 얘기를 계속하다 보니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진 것 같은데, 잠시 노래 들으며 쉬어갈까요? 에프엑스 - 올마인  

자 여러분, 소개해드린 시와 사연을 듣고 나니 어떠신가요. 조금 위안을 얻게 되셨나요? 노래가 나오는 동안 댓글을 쭉 읽어봤더니,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정말 많이 보이더라고요. 괜히 제가 다 뿌듯합니다. 사실 저도 이 시를 읽으며 많은 공감과 위로를 얻었었는데요. 이 시를 쓴 시인인 안희연 시인은 본인의 작품을 통해 특유의 공감과 위로를 참 많이 주는 것 같아요. 안희연 시인에 대해 짧게 소개하자면, 2012년 창비신인시인상을 통해 첫 등단한 시인으로, 정교하고 정성이 가득 담긴 시로 잘 알려져 있답니다. 예전에 매체를 통한 한 인터뷰에서 ‘강물이 흐르듯이 쓴 게 아니라 벽돌 하나 위에 또 다른 벽돌 하나를 쌓아가는 심정으로 시를 써나간다.’라고 했었는데요. 그만큼 강박적일 정도로 빽빽하게 채우는 시어가 안희연 시인만의 문체라고 할 수 있죠. 누군가는 그런 작품을 보며 보기 힘들 정도로 결벽이라고도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속에 담긴 특유의 정성이 보는 이로 하여금 위안을 얻게 하는 거라 생각해요. 시인은 독자들을 먹먹함 속으로 끌고 들어가고 싶다고 하며 ‘읽었을 때 먹먹해지는 시, 막 시끄럽다가 갑자기 귀가 잘 안 들리는 것 같고 울컥하고 마음의 막다른 곳에 탁 도착해서 멈추게 하는 시’를 쓰고 싶었다고 표현했답니다. 그런 시인의 지향성에 다다른 시가 결국 우리에게 또 다른 위안이 되어준 것이라 생각이 들어요.

오늘 소개해드린 ‘몫’이라는 시도 그만큼 정성이 들어있기에 우리가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혹시 안희연 시인의 소개를 듣고 나니, 시인의 더 많은 작품을 찾아보고 싶어진 분들 계신가요? 그렇다면 제가 시집 하나를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안희연 시인은 특유의 위로와 정성이 담긴 시로 알려져 있다고 했었는데요. 시인의 첫 시집인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에서도 이런 위안의 생각을 품게 만드는 많은 시들을 찾아볼 수 있답니다. 저는 특히 그중에서도 ‘백색 공간’이라는 시를 좋아하는데요. 자신의 감정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더라고요. 백색의 의미와 내면의 감정에 대해 깊게 생각하며 읽으면 참 좋을 것 같은 시랍니다. 참고로 시인은 ‘백색’에 대해 어둠마저 다 빨아들인 색이라고 표현했었는데요. 침묵에 가장 가까운, 설원이나 창문마저 없는 흰 방 같은 고요의 마음가짐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요. 아무것도 없는 흰 방에 다다르고 싶다는 열망, 마음속의 소우주를 지향하고 싶은 이야기 등을 표현한 작품이니 혹시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시 ‘백색 공간’ 중 한 구절을 소개해드리며 오늘의 라디오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밤 나는 눈 뜨면 끊어질 것 같은 그네를 타고 일 초에 하나씩 새로운 옆을 만든다.”

각자가 가진 사연에 아름다운 시를 통해 위안을 얻어보니 어떠셨나요? 때로는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관찰하며 각자가 가진 몫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 소개해드린 모든 작품과 이야기들이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다면 좋겠습니다. 오늘 해드린 시 소개를 다시 듣고 싶으시다면 유튜브와 다우미디어센터 홈페이지를 방문해주세요. 지금까지 제작과 송출에 이예진 PD 수고많으셨고요, 저는 ‘오늘을 시인하다’의 디제이 김시은이었습니다. 그럼 다음 주에 만나요. 안녕~
 

[음악]
데이식스 - 예뻤어
LUCY - 개화
폴킴 - Hey
f(x) - All Mine
EXO - 나비소녀
SHINee - 방백

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Track : My Star - https://youtu.be/BQmpRD0MN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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