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잘 배운 사람의 말, 교양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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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2.04.0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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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파(한국어문학) 교수

 

"나는 잘 배운 사람의 다정함을 좋아한다. 학력 이야기가 아닌, 그저 반듯하게 자라서 본인이 하는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지 한 번은 더 생각하는 그런 공감능력적인 배움 말이다. 공감도 지능이라고 하잖아. 그런 게 좋다. (출처: 트위터 닝강, @1667985_i)“


며칠 전 지인이 좋은 글귀라며 트위터 글을 보내줬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말과 글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글을 읽으며 잘 배운 사람의 말과 많이 배운 사람, 정확히는 많이 배우기만 한 사람의 말에 대해 생각해봤다.

많이 배운 사람의 말은 어렵다. 그들의 말은 화려한 수식어와 유려한 말투, 어려운 외국어나 전문 용어로 듣는 이를 현혹시킨다. 듣는 이가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보이면 상대를 수준 낮은 사람으로 취급하거나 자신이 지적으로 우월하다는 자만심에 으스대기 일쑤다.

반면 잘 배운 사람의 말은 쉽다. 잘 배운 사람의 말은 짧고 간결하나 그 말 속에는 책임감과 진정성이 들어 있어 듣는 이에게 믿음을 준다. 혹시 상대방이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라도 무안하지 않게 배려하며 듣는 이의 눈높이에서 말을 해 소통과 공감이 이뤄진다.

너무도 당연하게 잘 배워야 잘 배운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잘 배우는 것인가? 많이 배우는 것과 잘 배우는 것은 무엇이 다른가? 대학에서 많이 배우는 것과 잘 배우는 것의 차이는 전공 학습과 교양 학습으로 비유가 가능하다. 

전문 분야의 지식을 학습하는 전공 학습은 많이 배우는 것에 속한다. 물론 많이 배운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전공 학습을 통해 해당 학문의 지식을 폭넓게 쌓고 관련 산업에 진출해 사회의 구성원으로 일익을 담당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많이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많이 배우는 것에만 몰두해 잘 배우는 것을 등한시하지 말자는 의미이다.

교양 학습은 잘 배우는 것에 해당한다. 교양이란 말의 어감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교양은 배워도 되고 안 배워도 되는 것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교양 수업을 그저 졸업 학점을 채우기 위한 과목으로 생각한다거나 심지어 전공 공부할 시간을 깎아 먹는 불필요한 수업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교양이란 것은 문화센터의 십자수 수업과 같이 알아도 좋고 몰라도 좋은 그저 그런 것이 아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교양을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으로 정의하며, 두산백과에서는 '인간의 정신능력을 일정한 문화이상에 입각, 개발하여 원만한 인격을 배양해 가는 노력과 그 성과'라고 정의한다. 즉 교양 교육을 통해 우리는 창조적 지식을 창출하고, 사회와 하나가 되며, 인격을 완성할 수 있다.

전문 지식을 누구보다 많이 습득하더라도 불완전한 인격을 가져 다른 사회 구성원을 배려하지 못하고 소통할 수 없다면 그것은 많이 배우기만 한 것일 뿐 잘 배운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잘 배우는 것으로서의 교양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교양 수업과 나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상과 소통하는 글쓰기 교양 수업 등을 통해 나와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의 말도 존중하고 경청할 수 있으며, 배려하고 소통함으로써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소양을 갖출 수 있다.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소통하는 것, 그것이 교양 교육을 통한 인격의 완성이며 그것이 바로 잘 배운 사람의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잘 배운 사람의 말은 곧 그 사람이 가진 교양의 향기라고 할 수 있다. 봄이 오는 캠퍼스에 아름다운 꽃향기와 더불어 지성과 교양의 향기가 가득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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