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 수 있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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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4.0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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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兵役), 유선상(有線上), 사흘…' 

 

이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단어들이다. 병역은 군대에서 일정 기간 복무하는 것을 말하며, 유선상은 전선에 의한 통신 방식. 즉 휴대전화로 연락이 온 경우를 뜻한다. 또 사흘은 3일을 의미한다. 하지만 병역을 병결과 같은 의미로 알거나 사흘은 4일로 이해하는 등 잘못된 의미로 단어를 해석하는 경우가 늘었다. 심지어는 아예 단어의 의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면서 우리나라의 낮은 문해력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일러스트레이션=박소현 기자>

 

내 문해력 점수는?

문해(文解)력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의미하지만, 단순히 글을 읽을 수 있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문해력은 일상생활을 해나가는데 필요한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라 정의한다. 

이러한 문해력은 글을 읽고 쓸 줄을 모름을 의미하는 비문해(문맹)와 다른 의미다. 2008년 국어국립원에서 마지막으로 조사한 '기초 문해력 조사' 보도자료에 따르면 19-79세 이하 성인 12,137명 중 98.3%가 문해자이며, 1.7%(전체 성인인구 대비 62만 명으로 추정)만이 비문해자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청 인구 총조사에서 비문해율이 1966년 8.9%, 1970년 7%로 조사된 것에 비하면 크게 향상된 수치다.

일상생활을 비롯한 전반에 걸쳐 문해력이 활용되고 있음에도 해마다 문해력과 관련한 이슈가 생겨난다. 2019년 7월엔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 2019)을 보고 작성한 한 줄평 속 '명징(明澄)과 직조(織造)'라는 단어가 이해하기 힘들다는 논란이 일었으며, 2020년엔 '사흘'의 의미를 혼동해 사흘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일도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문해력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2020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성인문해능력조사'에 따르면 만 18세 이상 성인(44,081,271명) 중 초등 또는 중학 수준의 학습이 필요한 '수준 1-수준 3'에 해당하는 성인은 20.2%로, 약 890만 명 정도가 이에 해당했으며, 이 가운데 일상생활에 필요한 문해 능력이 부족한 수준 1(초등 1-2학년 학습 필요 수준)에 해당하는 성인은 4.5%로, 약 200만 명 정도가 이에 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2020년 국민의 언어 인식 조사'(국립국어원, 2020)에선 신문과 TV에 나오는 말의 의미를 몰라서 곤란했던 경험이 자주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010년 7.3% △2015년 5.6% △2020년 36.3%로 2015년 이후 30.7%p 증가했다.

지난해 3월 방영된 EBS <당신의 문해력>(2021)에서 역시 성인 833명을 대상으로 문해력 테스트를 한 결과, 평균 점수 54점으로 11개의 문제 중 1인당 평균 6개의 문제를 맞힌 것에 그쳤다. 이제 우리나라 문해력은 결코 웃어 넘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수업 따라가기도 버거운 대학생들

문해력 저하 현상은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 대학교 학생에게 병역과 유선상의 의미를 묻자, A(경영학 2) 학생은 "병역은 알고 있는데 유선상은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어 논문이나 전공 서적을 읽으며 글을 이해하는데 어려웠던 경험은 없었는지 묻자, 강진용(행정학 2) 학생은 "전공 서적에 나오는 몇 개의 단어는 잘 몰라서 찾아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김장훈(국제무역학 3) 학생 역시 "많이 있다. 특히 처음에 논문을 읽을 때 이해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고 말해 대학생들 역시 문해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1월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우석 의원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전국 대학생 1,048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글쓰기 평가를 진행한 결과, 무려 11%에 달하는 학생이 초등학생 수준의 어휘력을 구사한다'고 밝혔다.

이에 우리 대학 이재형(교육대학원 독서교육 전공) 교수는 "대학생의 문식성 문제는 단지 대학 생활이나 공부의 어려움을 넘어, 곧 전 사회적인 의사소통 전반에 대한 문제로 이어진다"며 대학생의 문해력 저하 현상에 대해 우려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해력 저하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독해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딱리딩' 대표 윤정원 씨는 문해력 저하 현상의 원인을 3가지로 들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휴대폰이나 TV등 자극적인 매체에 노출됨으로써 학생들이 긴 문장을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지 못했으며, 다독과 속독에 초점이 맞춰진 독서로 인해 책을 깊이 있게 제대로 읽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또한 학교 교육 역시 독해력과 문해력에 관한 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결국 이러한 것들이 합쳐져 문해력 저하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안동대 송상호(교육공학) 교수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실질적인 독해력이 떨어졌다고 봤다. 그는 "스마트폰과 같이 강한 자극의 전자기기가 등장하면서 자기가 필요한 단어만 찾아서 읽고, 이러한 현상은 결국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저하시켰으며, 강한 자극인 디지털 기기의 화면에만 반응하는 일명 '팝콘 브레인 현상'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이재형 교수는 한자어 교육 문제로 문해력 저하 현상을 분석했다. 그는 "우리말을 구성하는 어휘 중 상당수가 한자어로 이뤄져있으며, 특히 개념어, 학술어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최근 초·중등교육에서 한자어에 대한 관심과 교육이 이전 세대에 비해 많이 줄었고, 이는 문해력 저하를 일으키는 하나의 원인"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문해력 저하는 비단 대학생들만의 문제로 한정 지을 수 없다. 지난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조선일보가 전국 초·중·고교 교사 1,152명을 대상으로 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을 조사한 결과, 요즘 학생들 문해력 수준을 점수(100점 만점)로 환산했을 때, 37.9%가 70-79점이라고 답해 가장 많은 응답을 기록했다. 뒤이어 △60-69점 35.1% △80-89점 15.4% △59점 미만 9.4% 순으로 나타났다.

<일러스트레이션=박소현 기자>


문해력 저하, 극복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문해력은 왜 중요하며, 어떻게 확대할 수 있을까. 이 교수는 "문해력 저하 현상은 사회 전반의 소통 문제와 문화적인 질적 저하를 낳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심각하게 논의돼야 할 부분"이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기초 문해력과 국어과 교육과정의 대응'(이경화, 2022)에 따르면 국어 기초학력 부진은 모든 교과 학습 부진을 초래하는데 국어 기초 학력의 핵심은 문해력이며, 이 문해력의 출발이 '기초 문해력'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국어교과 역량은 국어 기초 기능을 토대로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더 중요하고 국어 기초 기능이 부족하면 학습 부진이 심화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해력 저하 현상을 탈피하는 방법으로 독서를 제시했다. 이 교수는 "우리는 독서를 통해 다양한 어휘를 알아나가고 그 쓰임새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독서량의 저하는 곧 문식성과 어휘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문해력과 독서의 연결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문해력과 독서의 연결성에도 불구하고 매년 우리나라 독서량은 줄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2021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율은 47.5%로 2019년 55.7%, 2021년 47.5%로 2년 사이에 8.2%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독서량 증가만이 문해력 저하 극복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윤정원 대표는 "독서를 안 하는 것보단 독서하는 것이 문해력 향상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독서의 물리적인 양과 수치를 늘린다고 해서 문해력이 향상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독과 속독에 맞춰진 현재의 독서 교육 방식 대신, 깊이 있고 자기 속도로 책을 정독해 지식을  재구성해 나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송상호 교수는 "요즘은 글보다는 그림과 영상을 먼저 접하는 시대라 스스로 생각해서 해결하는 힘이 부족하다. 너무 어렵게 언어적 사고를 강조하는 것보단, 신문기사를 읽고 의미 파악을 하는 훈련과 읽기 연습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윤 대표는 "언어는 인간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언어를 들으면 그 의미를 생각해야 하는데, 이때 그 의미 파악을 보다 잘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문자다. 그렇기에 문해력은 인간이 문자를 잘 이해하는 것의 기반이 돼야 한다. 앞으로도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이다"고 조언했다.

박혜정·이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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