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불편하면 자세를 고쳐 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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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서현 기자
  • 승인 2022.05.02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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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현 편집국장
박서현 편집국장

 동대신역 8번 출구에 위치한 휠체어 승강기는 승강기 안전 검사를 이유로 지난해 5월부터 현재까지 1년간 운행이 정지된 상태이다. 며칠 전, 동대신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전동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 한 분이 역사 내에 위치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탑승구로 내려오셨다. 문득 가동이 중단된 휠체어 승강기가 생각났다. 할아버지께 승강기가 운행하지 않아 불편하지 않느냐고 여쭤봤다. 할아버지는 8번 출구 인근에 거주하시는데, 승강기 운행이 중단된 이후로는 엘리베이터로만 지하로 내려올 수 있어 다소 거리가 있는 3번 출구나 4번 출구까지 가야 한다고 하셨다. "예전에는 불편했는데, 이젠 적응했어요. 별수 있나요?" 할아버지는 담담하게 웃어넘기셨다.


지난해 12월부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이동권 예산 보장을 요구하며 지하철 승강장과 거리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전장연은 출근 시간대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지하철에 탑승하는 방식으로 시위를 펼쳤는데, 이 시위로 오전 지하철 운행이 지연과 연착을 반복하게 되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많은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었다. 전장연의 이동권 보장은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로 인해 회사에 지각해 업무에 차질을 빚어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도 등장하면서 비판 여론도 퍼지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전장연 시위를 두고 '시민을 볼모로 삼은 투쟁 방식'이라 저격하며 비판 여론에 힘을 실었다. 이준석 대표가 말한 '시민'에 장애인은 없는 모양이다.


또한, 최근 모 연예인이 개인 SNS에 전장연의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지지하는 내용의 게시글을 작성해 많은 이들이 갑론을박을 벌였다. 해당 게시글을 응원하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지하철을 이용하지 않는 연예인이 지하철 시위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함을 아느냐'라는 비판도 존재했다. 결국 해당 게시글은 도덕적 허영심에 취했다는 조롱을 받으며 '논란'이 됐고, 계속된 비판에 해당 연예인은 추가 게시글을 게재했다. "저는 주로 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지하철 시위로 피해를 본 많은 분들의 고통을 깊게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장애를 갖지 않은 우리는 시위에 나서야만 하는 장애인들의 고통을 뭘 알까요?"


지난달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지난해 본지에서는 장애인의 날 기획으로 '장애인 대학생들의 코로나19 학습권' 기사를 작성했는데, 당시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칼럼에서 한 인터뷰이의 말을 인용했다. "아무리 전달해도 변화하는 게 없었기에 시도해 볼 필요성을 잃은 분위기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그들의 목소리는 학교를 넘어 정치권에도 닿지 않았고, 이준석 대표를 포함한 일부 정치인들은 전장연의 시위를 문제 삼으며 외려 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기만 했다. 생존과 일상 생활 보전을 위한 투쟁이 정치권의 갈라치기 희생양에 불과하게 됐다.


2020년을 기준으로 국내 장애인 수는 국내 인구의 약 5%로 20명 중 한 명은 장애인인 셈이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은 여전히 부족하다. 비장애인들에겐 지하철과 버스로 무사히 등교하고 출근하는 것이 일상이지만, 장애인들은 투쟁을 해야만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 우리는 단지 지각한다는 이유만으로 불편함을 호소하며 그들을 비난하고 혐오할 것이 아니라, 누군가는 일평생 불편함을 호소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인지하고 함께 연대해야 한다. 이준석 대표가 대통령 선거 기간 당시 남겼던 명언이 있다. 장애인 시위가 불편한 이들에게 그 명언을 그대로 전하고 싶다. 그들의 시위가 불편하면, 당신들이 자세를 고쳐 앉아라. 누구에게도 불편을 주지 않는 투쟁은 없다.

박서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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