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의 숲, 들어 본 적 있나요
바닷속의 숲, 들어 본 적 있나요
  • 김진효 기자
  • 승인 2022.05.02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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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 이곳은 아주 작은 생물부터 
큰 생물까지 모두 어울려 살기 딱 좋아." 
『얘들아, 바다숲에서 놀자』
(한국수산자원공단, 2020) 

 

파도에 햇빛이 부서지고, 아름다운 새소리와 파도 소리가 들리는 바다. 아름다운 우리 바다를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바닷속에도 생태계가 존재한다. 육지에선 나무와 풀들이 산뜻한 공기를 배출하며 아름다운 생태계를 이루듯이, 바다에도 작고 귀여운 해양 생물에게 서식처를 제공하는 ' 바다숲'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해양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 바다식목일'이 존재한다.

 

▲바다숲이 조성돼 있는 모습.
<제공=한국수산자원공단>

 

바다에도 식목일이?


4월 5일 식목일은 익히 들어봤겠지만, 바다에도 식목일이 존재한다는 것은 다소 생소할 것이다. 육지에 나무가 있듯, 바다에도 해조류가 존재한다. 숲에 나무가 없으면 휑하게 보이는 것처럼 바다 또한 해조류가 없으면 우리가 아는 풍요로운 바다가 아니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지속된다면 부채말이나 산호말과 같은 석회조류가 암반을 뒤덮어 바다사막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바다를 지키고자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부터 5월 10일을 '바다식목일'로 지정해 매년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그렇다면 바다식목일이란 무엇일까. 해양수산부에선 과도한 연안개발과 환경오염, 기후 변화 등으로 오염된 바다가 수산생물의 산란장이자 서식장이 될 수 있도록 해조류를 심어 바다숲을 조성하는 날이라 정의한다.


지난 2019년에 열린 바다식목일 기념식에서 한국해양진흥공사 김양수 사장은 "우리가 조성하는 바다숲이 우리 바다를 건강하게 만드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되길 바란다"며 바다식목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바다식목일의 존재를 잘 인식하지 못했다. 부산에 거주하는 최수안 씨는 "과거 봉사활동을 하며, 바다에 쓰레기가 굉장히 많은 것을 봤다. 그런데 바다식목일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최지원(부경대 에너지수송시스템공학 1) 씨 역시 "바다의 오염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 바다식목일은 생소하다"고 답했다. 


바다숲, 어떻게 만들어질까


해양수산부에 의하면 바닷속에도 육상의 숲과 같은 바다의 숲 같은 공간이 있으며, 미역과 다시마 같은 해조류가 무성한 곳을 천연 해조장이라 부른다. 이를 보호하고 보전하고자 진행하는 사업을 바다숲사업이라 부른다.


한국수산자원공단(이하 FIRA) 김경빈 주임은 바다숲에 대해 "바다숲이란 한 마디로 바다 생태계에 가장 기초가 되는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바다숲을 구성하는 것은 바다 밑에서 자라는 큰 바닷말류를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다"며 "해조류 이외에도 잘피나 종자식물 등 해초류가 무리 지어 살고 있는 해역 등을 통틀어 바다숲이라고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부경대 최창근(생태공학) 교수 또한 "바다숲은 해양생물들의 안전한 산란처와 생활 터전이 돼 주는 등 아주 다양한 그림들을 만들어 내 안정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안정적인 해양 생태계를 구축하는 바다숲은 전국 연안 211개소가 존재하며 △남해 36개소 △서해 28개소 △동해 69개소 △제주 40개소로 총 21,489헥타르의 바다숲이 복원, 관리되고 있으며, 부산의 경우 총 6개소의 바다숲이 관리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이런 바다숲의 중요성을 인식해 2009년부터 FIRA의 주도하에 2030년까지 54,000헥타르의 바다숲을 전국 연안에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러한 바다숲은 어떻게 조성되는 걸까. 바다숲 조성사업은 해양수산부 산하 FIRA에서 담당하며, 사업지 선정에만 최소 1-2년의 시간이 걸린다. FIRA의 △동해본부 △서해본부 △남해본부 △제주본부에서 각 해역에 위치한 바다를 조사해 바다숲을 조성하기 적합한 장소를 찾고, 정밀조사를 통해 해양환경과 해당 지역에 살고 있는 생물 등을 분석하면 해양수산부에선 해당 어촌계 및 지자체의 적극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업지를 최종 선정한다.


그다음 바닷속 쓰레기나 오염 물질들을 제거하고, 해조류를 심어 바다숲을 직접 만든다. 마지막으로 해적 동물이라 불리며 해조류를 먹고 사는 성게와 고동 같은 조식동물을 걸러내면 최종적으로 바다숲이 만들어진다. 이후 지속적인 관찰, 관리를 통해 바다숲이 잘 유지되도록 꾸준히 노력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바다숲은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며 생태계의 지속가능성과 더불어 많은 가치를 지닌다. 최근 이슈가 된 온실가스 저감 효과와 관련해, FIRA는 바다숲이 1헥타르 당 3.37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바다숲이 열대우림에 비해 탄소흡수 능력이 5배나 높은 것을 의미한다. 또한 바다숲은 청정 바이오 에너지원(바이오매스), 바이오에탄올 등 청정 바이오 에너지 생산원으로도 사용된다.


김경빈 주임은 "바다숲을 이루고 있는 해조류는 연안 해역 생태계의 중요한 자원으로서 우리에게 다양한 서비스와 재화를 제공하고 있다"며 "해조류는 혈당 조절 및 동맥 경화 예방과 같은 의약품 등으로 활용 가능하며, 웰빙 식품으로도 사용한다"며 바다숲의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바다숲은 에너지 생산원으로서 중요한 가치를 가졌지만, 경제적 가치 또한 뛰어나다. '우리나라 바다숲의 경제적 가치'(강석규, 2018)논문에 따르면, 바다숲 1헥타르 당 연간 경제가치는 약 7억 7천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2016년까지 조성된 12,208헥타르와 비교하면 연간 약 12조 7천억 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바다숲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갯녹음 현상 예방이다. 갯녹음 현상이란 바다사막화라 불리며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상승돼 나타나는 현상이다. 시멘트와 같은 흰색 조류, 즉 무절석회조류가 연안 암반을 뒤덮어 바다 생태계가 황폐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바다숲이 형성되면 바다숲은 갯녹음이 진행된 해역에 새로운 해조류를 번성시켜 생태계를 복원하는 역할을 한다. 한 마디로, 육지 사막에 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것이다.


김경빈 주임은 "국내 연안의 갯녹음은 매년 여의도 면적의 4배인 1,200헥타르씩 발생하고 있다. 이에 FIRA는 바다숲 조성 및 관리 사업을 통해 이러한 갯녹음 현상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조성해역 주변에 심각했던 갯녹음도 점차 해소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갯녹음이 진행된 암반 모습.
<제공=한국수산자원공단>

 


바다숲 보전 위해 사후관리 필요해


하지만 이런 다양한 장점을 가진 바다숲도 비판을 피하긴 힘들었다. 지난 2019년, 감사원에서 '한국수산자원공단 기관운영감사' 보고서를 통해 FIRA에게 바다숲 조성사업에 대해 주의 요구를 통보했다.
감사원은 바다숲 조성지 선정이 부적절하고, 사후관리 이행 여부를 고려하지 않은 채 바다숲을 신규 조성하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산시 바다숲 조성지 중 한 곳에 대해 '바다숲을 조성하기 이전보다 해조류는 다소 증가했으나, 해저서식동물은 감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본지가 부산시청 수산정책과에 문의해 본 결과 부산시의 경우 바다숲 보전·관리와 관련해 FIRA에서 이관된 사업을 다시 부산시 예산을 통해 FIRA로 관리 위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숲 조성 현황과 전망'(최옥인, 2015)에서도, 갯녹음과 바다사막화로 훼손된 지역에 인공적으로 해조류를 심어 바다숲을 조성하는 것보다 천연 해조장을 보전하는 것이 생태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미 진행된 갯녹음 현상을 줄이기 위해선 바다숲은 필수적이라는 것이 전문 기관들의 의견이다. 해양수산부와 FIRA가 남해안 연안을 대상으로 갯녹음 실태를 정밀 조사한 결과, 2015년에 전체 암반면적의 33%인 2,737헥타르에서 갯녹음이 진행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2019년에 다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암반 면적의 12.6%인 1,109헥타르로 갯녹음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의 경우, 대표적으로 바다숲이 설치된 이기대 주변 오륙도 남부는 2015년 정상암반이 59.4%인 약 238헥타르였지만, 2019년에는 정상암반이 전체 암반면적의 78.4%으로 크게 정상화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바다숲과 해양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최창근 교수는 "많이 발전된 지역일수록 바다 생태계는 그만큼 훼손될 수 있다. 인간이 편해지면 자연은 인간이 편해진 만큼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며 "우리가 환경을 생각하고, 편리함을 덜 추구한다면 자연은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해양 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우리 대학교 최재훈(환경공학 3) 학생은 "바다숲이 더 많이 조성돼 오염된 바다를 정화하고 안정적인 생태계가 구축됐으면 한다"며 바다숲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올해 10돌을 맞은 바다식목일을 기념해 FIRA에선 바다식목일의 중요성을 잘 나타내는 주제가 및 영상 대국민 공모전, 집에서 바다숲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교구 2만 여개를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배포하는 등의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경빈 주임은 "일반 국민들이 바다 아래에 있는 바다숲을 직접 가꾸고 확인하는 일은 쉽지 않다"며 "눈에 보이지 않는 만큼 관심을 기울이거나 촉구하는 일은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육지의 식목일만큼이나 중요한 바다식목일과 바다숲 조성에 대한 국민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며 바다식목일과 바다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최지원 씨는 "평소에 많은 사람들이 해양 생태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환경 캠페인에 동참한다면 해양 오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바다숲과 바다식목일이 생소한 만큼 더욱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김진효 기자
1821848@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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