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하이퍼리얼리즘
│상아탑│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하이퍼리얼리즘
  • 박혜정 기자
  • 승인 2022.05.30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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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아탑 상실의 시대, 교수의 학술을 들여다봅니다.

 

 

'11년 차 장기연애 커플', '당근마켓 남편들', '아싸인 척하는 인싸들'…

 

이는 최근 올리는 영상마다 유튜브 조회 수 100만 회를 훌쩍 넘길 만큼 화제가 되는 영상 제목들로 모두 현실을 실감 나게 묘사하는 극사실주의 즉,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을 기반으로 제작됐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하이퍼리얼리즘이란 원래 미술계에서 쓰이는 용어로 마치 사진으로 보일만큼 철저한 사실 묘사로 인해 극사실주의, 포토리얼리즘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이런 하이퍼리얼리즘이 최근 영상 콘텐츠 장르와 결합하면서 그 의미가 확장됐고, 현실을 실감 나게 반영하는 일명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하이퍼리얼리즘형 웹드라마 〈좋좋소〉의 콘텐츠 특성 연구'(이준석·정원식, 2022) 논문에 따르면 하이퍼리얼리즘형 콘텐츠는 시청자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스스로 개인적 경험을 교차하며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읽어내고 회자하게 함으로써 공감형 콘텐츠의 시작점이자 핵심 요소가 됐다고 분석했다.


또 생활변화관측소에서 2019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소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사한 결과, '리얼리티' 관련 언급은 2019년 이래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였으나 '하이퍼리얼리즘' 관련 언급량은 2019년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꾸준히 상승해 5.4배 증가했다.


그렇다면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는 왜 등장했으며, 이런 콘텐츠의 증가에 따른 어두운 면은 없는지에 대해 한국방송통신대 이성민(미디어영상학) 교수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한국방송통신대 이성민(미디어영상학) 교수

 

최근 유튜브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숏박스 △좋좋소 △피식대학 등 영상 콘텐츠들은 모두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을 기반   으로 하고 있다. 이런 콘텐츠가 증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는 수요와 공급으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공급 요인은 방송 기반의 개그 콘텐츠 장이 점차 줄어들면서 개그맨들이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인 유튜브로 옮겨간 것이 시작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유튜브를 기반으로 할 수 있는 개그 콘텐츠가 계속해서 발굴되고 콘텐츠 경쟁이 심화되는 과정 속에서 하이퍼리얼리즘이라는 극사실주의를 바탕으로 한 신규 개그 콘텐츠가 등장하게 됐다고 본다.


수요 요인 역시 단순하다. 그동안 인터넷상에서도 서로 공감하고 반응하는 것은 모든 영역에 있어 왔지만, 현실관찰을 토대로 연기하면서 대중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의 콘텐츠가 좀 더 직관적인 장르로 등장하면서 대중들에게 좋은 반응과 수요를 얻었다고 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콘텐츠 증가가 흥미로운 현상이기는 하지만, 또 어떤 시각에선 늘 존재하던 콘텐츠가 다시 유행한 것으로도 분석할 수 있다.

 

특히 이런 콘텐츠는 M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무엇인지.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파악할 수 있다. 『유튜브 트렌드 2020』(김경달, 이은북, 2019)를 쓴 김경달 작가는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들은 '기승전결'이 아닌 '결승전결'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또 만화 아카데미의 모 사장은 "웹툰이 기존의 만화와 다른 건 서사를 쌓아나가는 과정 없이 즉각적으로 서사 안으로 뛰어들게 만드는 구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점을 미뤄볼 때, 영상 콘텐츠 소비가 익숙한 MZ세대들은 굳이 소설처럼 서론의 과정을 견디는 것보다 극사실주의 콘텐츠처럼 즉각적으로 콘텐츠에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이 더욱 익숙할 것이다. 또한 이런 콘텐츠는 대부분 영상 길이가 짧고 영상 내에 등장인물의 캐릭터나 서사를 설명하지 않고, 바로 한 장면을 보여주며 공감을 유도하는 구조이다. 이는 MZ세대가 오랫동안 소비해왔던 콘텐츠의 한 형식이기에 유행처럼 번질 수 있었다고 본다.


또 한 가지는 본인만의 과도한 해석일 수 있지만, 수다 떨 공간이 미디어화돼 유행된 것으로 보인다. 원래 어떤 집단이나 커뮤니티 안에선 뒷담화를 통해 서로 공감하던 얘기들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환경과 개인화된 MZ세대의 특징 등으로 담론 공간이 유튜브로 옮겨왔다. 그 안에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가 공감의 경험을 댓글로 소통하는 구조를 제공하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하이퍼리얼리즘이 현실을 재현한다는 점에서 대중들의 공감을 얻어 인기를 끌었지만, 한편으로는 혐오나 차별적인 표현들 때문에 불편하거나 불쾌하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현실을 재현한다는 것은 언제나 특정한 시각을 담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차별이나 혐오의 특정 관념들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좋은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차별과 혐오적인 표현들이 그 선을 넘어가고 그런 콘텐츠가 과잉생산 된다면 거기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다른 콘텐츠를 찾게 되면서 하이퍼리얼리즘의 장르가 색깔을 잃거나 규모가 줄어들 수 있고, 이는 장르의 흥망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앞으로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 전망은 어떻게 될지.

MBTI(성격유형검사) 같은 경우도 바로 그 사람의 성격을 유형화해서 이해하고 친밀감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관계,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 등 전체적으로 관계의 요소들이 축적된 방식을 가진다. 즉, 직관적으로 관계에 들어가게 만드는 효과와 그것의 방법론이 발굴된 것이다.


하이퍼리얼리즘 콘텐츠 역시 하나의 새로운 장르가 발굴된 것이다. 어떤 방향으로 갈 건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최근 서사 없이 바로 진입하는 하이퍼리얼리즘의 장치가 개그 분야에서 웹 드라마, 웹 소설 등으로 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콘텐츠는 더 확장될 것이라 예상한다.


박혜정 기자
2108591@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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