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그때의 나, 그때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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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2.05.3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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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필자는 어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선망했다. 특히 카페나 식당에서 차분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주문과 결제를 마치는 모습은 상상했던 '어른스러움'의 완성형이었다. 호기심을 눈치챈 어머니가 작은 심부름을 시켜주면, 신이 나 출발했던 걸음과는 달리 결국 계산대 앞에서 쭈뼛대다 점원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결제를 마치곤 했다. 더 자라도 영영 어려울 것만 같은 일을 척척 해내는 '어른'들은 어린아이 눈에 우상이었다.


하지만 이런 경험들이 언젠간 필자 세대만의 기억으로 간직될지도 모르겠다. 최근의 음식점과 카페는 어린이 고객의 출입을 거부하겠다며 '노키즈존(No Kids Zone)'을 선언하는 곳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황혼의 초입에 들어선 그때의 우상들은 종업원이 아닌 무인 계산기기 '키오스크(Kiosk)'와 소통해야 하는 상황에 자꾸만 움츠러들어 간다. 요즘의 가게들에선 점차 어린아이 손님들은 사라지고, 한때 우리가 동경했던 어른들은 오히려 계산대 앞을 쭈뼛거리게 됐다.


노키즈존과 키오스크 설치는 결국 '다수의 편의'를 위한다는 이유 하나로 빠른 속도로 확대돼 가는 중이다. 하지만 늘 다수를 선택한 데 뒤따르는 '소수의 피해'는 이번에도 역시 유야무야 덮어진다. 노키즈존은 어린아이들이 일으킬 수 있는 소란들이 업장 운영에 불편을 준다는 논거를 내세운다. 그러나 이는 이미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제주시의 한 노키즈존 운영 식당에 내린 판정문을 통해 아동을 일반화해 새로운 차별의 시발점이 된다는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도 지난해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의 노키즈존 인식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000명 중 80%가 노키즈존을 허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각종 매장에서의 키오스크 도입 보편화 이후 고령층 이용객의 한숨이 짙어진 상황 역시 하루 이틀간 다뤄져 온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서울 디지털 재단에서 진행한 '디지털 역량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55세 이상 응답자 중 키오스크를 사용해봤다고 답한 비중은 45.8%에 그쳤다. 만 55세 미만의 응답자들은 동일 질문에 94.1%가 경험이 있다고 한 것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더불어 보건복지부의 '2020 노인실태조사'에서는 키오스크 이용 경험이 있는 노인 중 64.2%가 불편함을 느꼈다는 결과가 드러났다. 여러해째 조사 결과와 통계를 통해 문제점이 발견됨에도 다수의 편리함 앞에서는 명확한 해결책 도출이 더뎌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해서 어떻게 다수의 취향과 편의를 포기하란 말을 꺼낼 수 있을까. 당장에 모든 노키즈존을 철폐하고, 키오스크 기기를 수거해 종업원이 주문을 받는 체계로 돌아갈 순 없는 일이다. 다만 그 편의를 누리고 있다면, 한때 마찬가지로 미숙한 어린이였을 자신의 과거와 그 앞에 뻗어졌던 어른들의 손길을 기억해야한다. 각기 다른 모두가 서로의 편의를 존중할 수 있는 해답을 찾아낼 때까지, 조금 더 다정해질 수는 없을까. 온정어린 시선과 포기 없는 노력이 간절한 시점이다.

 

장유진 독자위원(경영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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