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2사 만루의 한국 프로야구
9회말 2사 만루의 한국 프로야구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2.05.30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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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구일생(一球一生), 일구일사(一球一死). 
공 하나에 죽고 공 하나에 산다"

 

이는 영화 『퍼펙트게임』(감독 박희곤, 2011)의 명대사 중 하나이다. 투수의 투구하나에 짜릿한 긴장감을 선사하고, 타자의 타격 한 번에 울고 우는 스포츠였던 야구가 힘을 잃어가고 있다. '구도(球都)'라 불리던 부산 또한 이를 피해가지 못했고, 부산 연고팀 응원가인 '부산 갈매기'의 노랫 소리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박소현 기자>

 

찬란했던 '구도 부산'

우리나라 최초 야구팀은 1904년의 황성 YMCA 야구단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부산 야구의 역사는 YMCA 야구단 창설 이전부터 항만·철도의 발전과 함께 시작됐다. 부산 야구는 1945년 광복 이후 황금기를 맞이한다. 각종 전국 대회에서 부산 출신 팀들이 연거푸 우승하기도 했으며, 1949년에는 전국 중등학교 초청 야구 대회를 부산에서 개최하기도 했다(본지 1150호 8면 참고).


현재 부산의 프로야구 연고팀인 롯데자이언츠는 1975년 6월 서울에서 실업팀으로 창단돼, 1982년 부산과 경남을 연고지로 하는 프로야구팀으로 전환됐고, 그 후 1982년과 1983년 6개 구단 중 각각 5위와 6위로 마무리하며 초창기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984년 최동원 선수가 정규리그 MVP와 27승으로 다승왕, 탈삼진 223개로 역대 탈삼진 1위라는 기록을 세워 그의 한국시리즈 4승은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았다. 당시 최동원 선수의 역투(力投)는 영화 『퍼펙트게임』으로 제작되기까지 했다. 이때부터 롯데자이언츠는 1989년까지 6년 연속 프로야구 관중 동원 1위를 기록하였으며, 1991년에는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최초로 홈경기 100만 관중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부산에 거주하는 이복희 씨는 "1984년 당시 롯데자이언츠가 한국시리즈를 우승했을 때, 우리집도 물론이고 부산 팬들이 난리 났던 기억이 난다"며 "홈구장이 아니라도 중계화면을 보면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신문지를 찢어 들고 흔들며 응원하는 모습이 꼭 나와서 아직도 기억이 난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꺼져가는 야구 불꽃

식을 줄 모르던 부산 야구의 열기는 창원 연고팀인 NC다이노스의 등장과 롯데자이언츠의 지속된 성적부진으로 인해, 2019년 총 관중 672,163명을 기록하며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롯데자이언츠뿐만 아니라, 국내 프로야구도 출범 30주년이던 2012년 경기당 평균 관중이 1만 3,451명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2016년 1만 1,583명을 지나 2019년 1만 119명을 기록하며 평균 관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이에 유튜브에서 '프로동네야구 PDB' 채널을 운영하는 톰톰 씨는 "야구에 대한 열기가 식은 건 시대적인 흐름인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다르게 현재는 야구 말고도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굉장히 많아짐에 따라, 야구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 같다"며 현상을 분석했다.


지난 3월, 한국갤럽에서 프로야구에 관심이 많은 314명을 대상으로 국내·외 활동 야구 선수 중 가장 좋아하는 선수를 묻는 질문에 37%(116명)가 특별히 좋아하는 선수가 없다고 답할 정도로 인기 스타의 부재도 야구 인기 하락에 큰 원인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우리 대학교 야구부 이재헌 감독은 "과거 유소년 학생들은 박찬호, 이승엽 선수를 바라보며 꿈을 꿨고, 현재는 류현진 선수와 같은 메이저리그 선수 혹은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선수를 보며 꿈을 키운다. 하지만 류현진 선수 이후로 국제적인 메이저리그 선수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전국구 스타 선수가 출현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MZ세대의 프로야구 외면 문제도 심각하다. 앞선 한국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최근 10년간 18세 이상 성인 프로야구 관심도는 20대 기준 2013년 44%에서 2022년 18%까지 추락하며 20대의 관심도가 절반 이상 폭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대학 이병진(국제무역학 2) 학생은 "19년도에 롯데자이언츠 경기를 홈에서 직관했지만 다른 스포츠에 비해 역동적인 느낌을 받지 못했고 경기가 재미없었다"고 말했다. 박나현(국제무역학 3) 학생 역시 "친구들을 따라서 야구 경기를 보러 간 적이 있지만, 생소한 규칙과 긴 경기 시간에 지루함을 느꼈다. 그래서 TV 채널에 야구 경기가 나오면 채널을 돌렸던 경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MZ세대에서의 야구 인기 하락에 대해, 우리 대학 야구 동아리 '알파'의 회장 우성준(기계공학 2) 학생은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대사이에서 야구에 대한 관심과 인기가 하락한 것이 느껴진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국제경기 성적 저조와 코로나19로 인한 야구장 방문 금지, 특히 부산 내 지역 야구팀의 성적 저하로 인해 20대 청년들이 다른 오락거리를 찾아 나선 것 같다"며 말했다.


이재헌 감독은 "청소년들은 주로 부모님을 따라 야구장에 방문하면서 야구를 접하게 된다. 이때 야구의 매력에 빠져드는데 인기팀들의 성적 하락과 선수들의 도덕적 해이, 국가대표의 실적 부진이나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부모 세대의 야구장 방문 횟수가 줄다보니 이러한 현상이 일어난 것 같다"며 또한 "축구는 공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운동인데 야구는 준비할 장비나 공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10대나 20대가 접하기 힘들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사)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는 2019년 '통신/포탈 컨소시엄' 계약을 5년간 맺은 이후, 프로야구의 짤막한 경기 장면들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게시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제지해 영상매체에 익숙한 MZ세대에게 프로야구를 어필하지 못했다.


이에 지난 3월 열린 KBO 신임 총재 취임식에서 허구연 신임 총재는 "(짧은 영상들을) 계약 조건으로 인해 사용하지 못한다고 들었을 때 깜짝 놀랐다. 그런 것들을 풀어놓지 않고 새로운 팬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어 톰톰 씨 또한 "온라인에서 KBO의 영상 클립을 사용할 수 없게 해 팬들이 자발적으로 스타를 만들어내는 경로를 막아버린 듯하다"고 말했다.

 

'부산 갈매기'가 다시 부산 전역에 퍼지길

"야구팬들이 하는 말이 있죠. 열받긴 해도 팀 세탁은 죽어도 못한다" 『스토브리그』(SBS, 2019)


지난 3월, 한국갤럽의 프로야구 관련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0년 프로야구 구단 선호도 16%로 10개 구단 중 1위를 지키던 롯데자이언츠는 2022년엔 8%로 선호도가 반토막 나면서 전 구단 중 3위로 추락했다.


우리 대학 A 학생은 "프로야구에 크게 관심이 없지만, 롯데자이언츠가 연승을 하면서 리그 2위까지 올라갔을 때, 친구들이 '요즘 롯데 잘하는데 야구나 보러 가자'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했다"며 "단편적으로 봐도 성적이 크게 직관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하종수(국제무역학 3) 학생 또한 "친구들에게 야구 보러 가자고 말하면, 요즘 롯데가 못해서 질 것 같다며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롯데자이언츠의 성적이 좋아진다면 사람들이 야구를 많이 보러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야구팀의 성적과 관중수의 연관성은 KBO 기록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 2016년, 롯데자이언츠가 정규리그를 8위로 마무리했을 땐 경기당 평균 1만 1,842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그러나 2017년 정규리그를 3위로 마무리하자 1년 만에 다시 경기당 평균 1만 4,424로 크게 증가한 것을 미뤄봤을 때, 롯데자이언츠가 다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부산 시민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이 다시 불타오를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롯데자이언츠가 홈구장으로 사용 중인 사직구장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많았다. 하종수 학생은 "사직구장은 창원에 있는 NC다이노스 구장에 비해 경사가 높아 경기의 질을 높여주는 장점은 있지만, 관중들이 조금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B 학생 또한 "사직구장의 협소한 공간 때문에 오래 앉아 있으면 다리가 아프고, 음식을 먹기 불편해 재방문이 고민된다"고 밝혔다.


이에 롯데자이언츠 관계자는 "관중석 경사도나 위생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매년 보수를 진행하고 있다"며 "또한 음식을 먹기 편하도록 컵홀더를 설치했고, 비대면 티켓팅이나 암표를 방지하기 위해 스마트 게이트를 설치하는 등 사직구장을 방문하는 팬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BO 또한 프로야구의 부흥을 위해 노력 중이다. KBO는 'MZ 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회 구성을 위해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야구팬 공모 및 접수를 받았다. 이는 MZ세대에 대한 야구 이해도 제고 및 해당 세대와의 소통, 그리고 KBO 리그의 중장기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KBO 리그는 2015 시즌부터 총 10팀 중 5팀 만이 '가을야구'라 불리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해 오는 9월까지 진행되는 2022 KBO 리그에서 롯데자이언츠는 현재 7위를 기록하고 있으며(5월 26일 조판일 기준), 많은 팬들이 롯데자이언츠가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길 바라고 있다.


톰톰 씨는 야구에 관해 "야구의 관심이 많이 줄었지만, 야구라는 스포츠는 공 하나하나에 긴장감이 있고, 다양한 기록을 통해서 선수나 팀을 분석할 수 있다. 또한 직접 즐기면 더 재미있어서 굉장히 매력 있는 스포츠다"라고 평가했다.


우성준 학생 또한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관을 하지 못해 야구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지만, 야구는 다양한 응원문화를 가지고 있고 재미있는 스포츠다. 야구를 잘 모르는 분들도 친구들과 직접 야구장에 방문해 응원해 보고, 많은 추억을 남기면 좋을 것 같다"며 바람을 전했다.


김진효·이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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