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시인하다 8화
오늘을 시인하다 8화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2.05.3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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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의도 : 각자가 살아가며 가지는 사연에 아름다운 시로 위안을 얻는다.

ANN: 김시은

PD: 이예진

시은 :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을 시인하다’의 디제이 김시은입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 사연을 가지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하나의 사연이 생겼을 때,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거나 위로를 얻길 원하기도 하는데요. 때로는 아름다운 시를 통해 공감과 위로를 얻어가는 것은 어떨까요? ‘오늘을 시인하다’ 지금 시작합니다.

시은 : 라디오 시작부터 슬픈 소식을 들고 와 죄송한 마음이 큰 오늘입니다. 다들 짐작하셨듯이 오늘을 시인한다는 8화를 마지막으로 끝이 나는데요. 이번 학기는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 것 같아요.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찾아오기 마련이죠. 이별이란 겪고 싶지 않지만 피할 수도 없어 더 슬픈 것 같습니다. 이별을 예상하며 만나는 인연은 없잖아요. 내가 원치 않아 했던 헤어짐, 생각지도 못했던 이별을 갑자기 겪게 된 적 있으신가요? 그 아픔은 이로 말할 수 없죠. 영원할 것만 같았던 관계가 끝이 나면 사람들은 슬픔이라는 감정을 겪게 됩니다. 슬픔을 넘어 괴로워하고, 시간이 지나 괴로움이 그리움이 되어 떠난 사람의 이름을 마음 한쪽에 새겨두죠. 세상에 영원한 건 없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무엇을 위해 기다릴까요? 여러분들도 예상했듯이 오늘 얘기해볼 주제는 ‘이별’인데요. 이별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벌써 마음이 먹먹해지네요. 좋은 이별이든 나쁜 이별이든 세상에 안 슬픈 이별은 없잖아요. 오늘 소개해 드릴 시는 이성복 시인의 ‘서해’라는 시입니다. 짧지만 슬픈 마음을 달래줄 수 있는 작품이라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서해, 이성복

아직 서해엔 가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저기에 계실지 모르겠기에

그 곳 바다인들 여느 바다와 다를까요

검은 개펄엔 작은 게들이 구멍 속을 들락거리고

언제나 바다는 멀리서 진펄에 몸을 뒤척이겠지요

당신이 계실 자리를 위해

가보지 않은 곳을 남겨두어야 할까봅니다

내 다 가보면 당신 계실곳이 남지 않을 것이기에

내 가보지 않은 한쪽 바다는

늘 마음속에서나 파도치고 있습니다

시은 : 노래가 나오는 동안 시와 관련된 사연 하나를 받았는데요. 어떤 사연인지 함께 들어봅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3년 간 연애를 하고 저번 주에 연인과 헤어진 대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끝까지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연애는 처음이라 그 분과의 연애는 기억에 더 남는 것 같네요. 사귀는 동안 정말 좋은 추억을 쌓았거든요. 함께 여행도 많이 하고, 그분과 함께라면 인생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처럼 존재 자체가 든든하고, 힘이 되었어요. 서로에게 항상 해주었던 말이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항상 곁에 있어 주자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였어요. 그러다 제가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예전처럼 그분께 못 해줬습니다. 병원에 자주 가게 되고, 혼자 견디기 힘들었거든요. 사실 그 분도 이미 많이 지쳐 보였어요. 정말 나를 좋아하는 게 맞는지, 예전과는 다른 모습에 상처도 많이 받았죠. 싫어하는 티를 내도 묵묵히 변함없이 사랑한다고 표현하면 다시 마음이 돌아올 거라 믿었지만, 한 번 바뀐 마음은 다시 돌이킬 수 없나 봐요. 헤어지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정말 많이 울었거든요. 그분이 미안하다며 우는 모습을 보는데 저는 울 수 없었어요. 우는 모습을 보여주면 다시 안 올 것 같았거든요. 계속 미안하다 말했지만 미안해 하지 말라며 그분을 말렸어요. 그 말을 들으니깐 정말 끝이 난 것 같았거든요. 길을 가다 혹시라도 만날까 싶어 같이 걸었던 길을 기웃거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만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거 있죠. 원래 몰랐던 사람인 척 태연하게 서로를 모른 척하며 지나갈까 봐요.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시작도 하지 말걸’이라는 생각을 가질 때면 그분과 함께했던 시간과 추억이 너무 소중해 다시 생각나네요. 그분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사연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 말을 마지막으로 잊고 싶거든요. ‘많이 사랑해서 미안했다’고 전하고 싶어요.”

시은 : 사연 잘 들었습니다. 그 분께서도 라디오를 듣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서로를 정말 많이 아껴주고 사랑했던 것 같아요. 헤어지고 나서 문뜩 옛 연인의 사소한 습관까지 기억날 때면 슬프기도 하고 ‘내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 사람과는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였는데..’라는 생각에 잠기기도 합니다. 또 밥을 먹다가도 같이 밥을 먹었던 그 순간이 기억나곤 하죠. 오늘도 많은 청취자분께서 댓글 남겨주셨는데요. 0823님께서 이렇게 댓글 남겨주셨습니다. “많이 공감 가는 사연이라 문자 남겨요. 저도 헤어진 남자친구랑 같이 산책했던 길을 걸을 때면 계속 기억이 나더라고요. 항상 만났던 골목길을 지날 때면 항상 그랬듯 그 자리에 서 있을 것만 같았어요. 그분을 잊으려 같이 찍었던 사진을 정리하니 저에겐 그분과의 시간이 제 전부였더라고요. 사진과 함께 1년이라는 시간이 같이 사라진 느낌이었어요. 헤어지던 날 이 말을 했었거든요. 우리가 처음 만난 날 후회 없이 사랑할 거라 다짐했다고. 그래서 정말 후회 없이 사랑했는데 사귀면서 딱 하나 후회하는 게 있었어. 사랑이 서툴러 상처를 줬던 게 후회되더라. 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요.”라고 남겨주셨네요.

시은 : 오늘은 ‘이별’이라는 주제로 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앞서 이성복 시인의 ‘서해’라는 작품도 만나봤는데요. 이 작품이 낯익으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왜냐하면 제가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 실린 작품이기도 하거든요. 처음 시를 읽고 난 후 시에서 사용된 표현을 보고 나와 비슷한 세대인 시인의 작품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거든요. 이성복 시인에 대해 더 찾아봤더니 40년 가까이 시를 써오신 분이었어요. 제가 시를 읽고 처음으로 마음에 와닿았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작품을 좋아한답니다. 작품 ‘서해’에서는 당신을 그리워하지만, 부재를 인정하기 싫어 멀리서 그리워하기를 선택한 거죠. 당신이 간절하게 그리운 마음과 한편으로는 배려하는 화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나타나네요. 2연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여느 바다와 다르지 않을 테니 나는 가보지 않을 거야’라고 표현합니다. 정말 가고 싶지만, 사랑하는 당신을 위해 하염없이 기다리겠다고 표현한 것 같아 더 슬프게 다가왔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이별을 고했을 때의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플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줄 수 있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건 이별밖에 없다면 최선의 이별을 위해 노력하죠. 정말 사랑하기에 마지막까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듯 이별 뒤 만남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시은 :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꿈만 같았던 시간이 이제는 꿈에서만 만날 수 있게 되었다는 건 이별을 뜻하는 거죠.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다시 만나게 된다면 해주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면, 이별의 아픔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최선을 다해 사랑했다면 이별 후 빨리 극복하는 것 같다고.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주고 후회 없이 사랑해서 그런 거 아닐까요? ‘헌신적인 사랑’이라기 보다 나의 감정과 마음을 서슴없이 표현할 수 있는 관계라 가능한 거겠죠? 이 관계를 한 단어로 정의한다면 그게 바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마지막 곡 듣고 오겠습니다.

시은 : 오늘을 시인한다는 이번 화를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네요. 다음 학기에는 더 재밌고 유익한 라디오로 여러분들을 찾아뵙겠습니다. 그동안 오늘을 시인한다를 사랑해주신 청취자분들께 다시 한번 더 감사드리며 저희는 인사드릴게요. 라디오를 다시 듣고 싶으시다면 유튜브와 다우 미디어센터 홈페이지를 방문해주세요. 지금까지 제작과 송출에 이예진 PD 수고 많으셨고요, 저는 ‘오늘을 시인한다’의 디제이 김시은이었습니다. 모두 안녕~

 

음악

m1) (Pretender - Official Hige Dandism)

m2) (밝게 빛나는 별이 되어 비춰줄게 – 송이한)

m3) (마음이 말하는 행복 - 마크툽)

m4) (헤어지던 밤 - 어쿠루브)

m5) (시한부 - 토일)

m6) (more – sam Ryder)

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Track : In the Rain - https://youtu.be/IEszJ91p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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