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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9.0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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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한 계절이 지난다. 이번 여름엔 갖은 수식어가 뒤따랐다. 세계기상기구(MMO)는 지난 7월의 더위가 지구 관측 역사상의 모든 7월 기온 중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수준이라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제주시 낮 최고 기온이 37.5도까지 오르며 전에 없던 기록을 남겼다. 이러한 더위의 몸살이 가시기도 전, 한반도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예상치 못한 폭우까지 내려 또 한차례 기상이변이 부른 고역을 치러야 했다.


무려 115년 만의 최대 수치로 기록된 지난달의 수도권 집중호우는 이례적이었던 만큼 극심한 재산 피해와 인명피해를 안겼다. 기상청은 예기치 못했던 이번 폭우의 근원 중 하나로 '블로킹 현상'을 꼽았다. 블로킹 현상이란 말 그대로 대기의 흐름이 꽉 막혀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며, 우세한 고기압이 특정 위치에 장기간 체류함으로써 저기압의 진행을 방해하거나 고기압을 역행시킨다. 지난 홍수 역시 오호츠크해에서 발생한 블로킹 현상으로 장마철 같은 정체전선이 형성돼 비의 규모가 커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블로킹 현상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기상이변 사례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그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특히 유럽 대륙의 경우 블로킹 고기압이 두 달 가까이 상공에 정체한 영향으로 지난달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지난달 23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공식 보고를 통해 유럽 대륙의 47%가 토양 수분 부족에 처했다고 밝혔으며, 실제로 라인강과 다뉴브강은 수위가 대폭 낮아져 바닥을 드러냈다. 이에 세계 각지의 환경단체들은 기후 위기의 적신호가 커진 것이라는 근심의 목소리를 높인다. 지구 온난화로 지면과 해수면의 온도가 상승하자 강한 고기압이 발생하는 빈도가 잦아지며 블로킹 현상으로 인한 기후 이상이 빈번해졌다는 요지에서 근원된 우려다.


다사다난했던 여름을 지나 새로운 계절의 전환점에 들어섰더라도 마음이 편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무더위와 물난리의 상흔이 짙은 탓도 있으나 그 뒤 마주한 가을 역시 온전히 누릴 수 없는 계절이 되어가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해 기상청이 공개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추세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과거 30년(1912년-1940년)에 비해 최근 30년(1991년-2020년) 가을과 겨울의 길이는 급격히 줄었다. 평균적으로 봄이 85일, 여름이 98일, 가을 73일, 겨울 109일이었던 과거와 달리 현재의 경우 봄과 여름이 각각 91일과 118일로 증가했고 가을과 겨울이 각각 69일과 87일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기존에도 사계 중 가장 짧은 시기였던 가을의 경우 이 추세로 온난화가 가속화된다면, 계절 자체의 종말도 비현실적인 걱정은 아닐 것이다.


매해 그랬듯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처서의 선선한 바람이 언제까지 우리 곁에 머물지, 당장 십수 해 뒤의 미래조차 불투명하다. 지금은 또렷이 그려지는 여름 속 녹음의 잔상 역시 폭우와 가뭄 앞에 언제 흐릿해질지 모르는 실정이다.

 

꾸준히 위험성이 제기돼 왔음에도 멈추지 못한 과오로, 이제 지구는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 위기 단계에 발을 디뎠다. 날씨와 계절에 작별을 고할 때가 찾아오기 전에 위기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어느 때보다도 해답이 절실한 지금이다.


 장유진 독자위원(경영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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