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음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나는 '마음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 박선주 기자
  • 승인 2022.09.05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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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고통을 감당하기 힘들다면 오세요' 최근 정신과는 스스로 문턱을 낮추며 청년들을 이끌고 있다. 몸이 아플 때 병원을 찾듯이, 청년들은 마음이 아프면 정신과와 심리상담센터 문을 두드린다. 일명 '마음병원'은 마음의 상처를 부드럽게 쓸어주며 청년들을 품고 있다. 정신건강의 장벽이 허물어지면서 마음병원에 다닌다고 외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최은주 기자>

정신건강에 대한 높아진 관심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2020)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2021)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2022) 해당 프로그램들은 최근 방영되고 있는 방송으로 모두 정신건강을 콘텐츠로 하고 있다. 또 유튜브에서도 '뇌 부자들', '정신과 의사 정우열', '닥터 지하고'처럼 정신과 의사들이 직접 상담해주는 콘텐츠 역시 증가하고 있다. 바야흐로 심리상담 콘텐츠의 세상이 다가왔다. 이러한 상담 콘텐츠의 증가는 그동안 부정적 이미지였던 정신건강 인식 변화에 큰 영향을 불러왔다.


우리 대학교 A 학생은 "예전에는 정신 상담의 인식이 좋지 않아 진입장벽이 높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SNS를 통해 무기력증과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비교적 흔하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예전보다 정신과 인식이 좋아졌다"며 정신 상담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말했다.


이에 정두영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불과 몇 년 전인 2016년엔 정신과 인식 및 편견 해소를 위해 홍보한 기억이 난다"며 "하지만 팟캐스트나 유튜브 등에서 심리상담 콘텐츠를 다루기 시작하며 정신과 인식변화가 일어났고 최근 공중파 방송에서도 상담 콘텐츠를 다루며 정신과 문턱이 낮아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신건강의학의 수요도 증가했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21년 급여 의약품 청구 현황'에 따르면 정신건강의학과의 처방 건수는 △2017년 8,876건 △2020년 11,042건 △2021년 10,611건으로 5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정신건강에 따른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청년들의 마음건강


지난해 8월 대학 내일 20대 연구소에서 발표한 '정신건강 및 스트레스 관리의 필요성'에서 전국 15-40세 남녀 9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 10명 중 7명(70.9%)은 '정신 건강 및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90년도 이후 출생한 후기 밀리니얼 세대가 취업 부담감 등의 이유로 필요성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청년층이 정신건강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선경 심리학자는 청년세대의 문화를 한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MZ세대는 글로벌 소통이 가능한 디지털 문명 속에서 태어났고, 개인주의문화의 영향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며 "그런 와중에 MBTI라는 재밌고 유익한 도구가 유행으로 번지면서 자연스럽게 청년들이 정신건강에 관심을 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는 박경화 원장 역시 "예전에는 타인과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주변 환경에 많이 집중했다면 요즘 청년들은 자기 이해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다. 또한 자신의 성격을 MBTI로 표현하는 것이 일반화됐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상담센터에서 최근 젊은 친구들이 커플의 기질 및 성격 심리검사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갈등을 해결한다"며 정신건강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우리 대학 김민지(금융학 '22 졸) 동문은 심리검사를 받았던 이유에 대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려 했다"고 말했다. 강민석(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3) 학생 역시 "자아를 보호하는데 취약해 심리검사로 정신건강을 보완하려 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원인으로 정두영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코로나19와 청년층의 정신건강 연관성을 설명했다. 그는 "청년층이 미디어로 정신의학에 대한 편견이 낮아진 상태다. 이런 상황 속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맞이하면서 심리상담의 수요와 관심이 증가했다고 본다"며 의견을 전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대와 30대가 우울 평균점수와 우울 위험군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20대와 30대 우울 위험군은 각각 24.3%와 22.6%로 50대, 60대(모두 13.5%)에 비해 1.5배 이상 높은 수치를 보이는데, 이는 젊은 층이 코로나19로 인해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코로나19가 개인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김이레 외2, 2022) 논문에서도 감염병의 확산은 국민들의 우울감 등 정신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청년층에서 경기 침체로 인한 취업 불안과 교내활동 제한으로 인한 외로움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의 박경화 원장은 "청년들이 예전과는 달리 △물가상승 △취업난 △학업 등 겪고 있는 어려움이 다양해지면서 자연스레 청년층의 심리상담 수요 역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생애주기별 우울 진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 성년, 중년, 노년층의 3세대 비교를 중심으로'(정준수·이혜경, 2017)에 따르면 취업 여부가 청년집단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요인임을 강조했다. 실제 우리 대학 B학생은 "취업 준비를 하면서 무기력증이 와 심리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


'청년의 정신건강 리터러시와 도움 요청 행동'(박지혜·이선혜, 2020)에서는 청년기가 발달단계 상 다양한 삶의 변화와 과업들로 인해 심리 정서적 어려움에 쉽게 노출되는 시기라는 점과 함께 주요 정신질환의 발병 시기와 맞물린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처럼 청년들은 환경·시기적으로 연약할 수밖에 없기에, 그들을 돌봐줄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로 청년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사업은 증가하고 있다. 올해부터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청년 마음건강 바우처' 사업은 청년들을 위한 전문적인 심리 상담을 제공한다. 총 3개월간 10회에 걸쳐 주 1회씩 이뤄지며, 상담 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고위험군은 정신건강복지센터 또는 의료기관에서 꾸준히 관리 받을 수 있다. 상담 비용 또한 정부지원금이 90%를 차지한다.

 

해당 사업은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으며, 부산시에서는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만 18-34세의 부산 청년을 대상으로 청년마음상담 지원 사업이 운영 중이다. 지난해 131명의 청년이 사업의 도움을 받았으며, 올해는 더 많은 참여율을 위해 지원대상 확대와 더불어 사업명도 '청년마음이음'으로 변경됐다.

<일러스트레이션=최은주 기자>

 

열풍 뒤로 드러난 사회의 민낯


정신건강에 대해 관심과 수요는 높아졌지만 정두영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그럼에도 잔존하는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학교 내에 있는 상담실은 대기가 길고, 사설 상담은 다소 가격이 높기에 그에 따른 격차가 생길 것"이라고 예견했다. 


'한국의 정신질환 치료격차 감소를 위한 전략'(김종태·채정호, 2020)에 따르면 정신과 의료 행위에 보험 수가가 적용되지 않아 격차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효과가 입증된 변증법 행동치료의 경우, 공공보험 급여 지급률이 약 29-55%로 조사된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보험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다. 이러한 인지행동치료는 20-30분 사이로 진행되는 정신 치료보다 수가가 낮다. 


또한 재정 자원의 부족도 격차의 원인이다. 2019년 기준, 보건복지부의 총예산 72조 5,148억 원에서 정신질환 관리를 위한 예산은 약 1,713억 원이다. 이는 국내 정신질환의 질병 부담 비중이 약 5%임을 고려하면 매우 부족한 수치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인당 정신보건 예산 3,889원은 유럽의 1/7, 미국 주립 지역의 1/3 수준이다. 


이에 이선경 심리학자는 "정신건강에 대해 비용적인 면에서 국가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심리상담도 보험이 적용돼 자기부담금 10-40달러(1-5만 원)만 내도 상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우울증 △ADHD △조현병과 같은 특정 질병만 실손 보험이 적용된다. 정신건강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상담 서비스의 전문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두영 전문의는 "정부에서 공급의 질 관리를 해줘야 한다. 특히 심리상담 자격증을 아무나 딸 수 있게 해두는 등 허가증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과거보다 나아지려면 수요자들이 정책을 요구해야 한다"며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경화 원장도 "상담전문가의 양성과 상담사들의 전문성과 자질 향상"을 강조했다. 그는 "상담사들은 끊임없는 수련이 필요하다. 상담사 자신이 도구가 돼, 내담자들이 상담자와의 대상 경험을 통해 성장하므로 상담자의 전문적인 자질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우리 대학 강민석 학생은 "정신건강의학과는 우리가 감기 걸렸을 때, 병원에 가듯이 심리적으로 불안할 때 망설이지 않고 갈 수 있는 병원이 돼야한다"며 이어 그는 "'나는 상담을 받는다', '나는 정신과에 다닌다'라는 말이 누구나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보다 성숙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선주 기자
 2100366@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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