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문해력, 기성세대의 잘난 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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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10.0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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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과정 중 불편을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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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웹툰 작가 사인회가 예정되었던 서울의 한 카페의 SNS에 올라온 공지글 중 일부이다. 해당 공지글은 예약 과정에서 발생한 시스템 오류에 대한 사과와 더불어 사인회 진행과 관련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사과문에 날이 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는데, '심심한 사과'가 그 원인이었다.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고 심심한 사과?", "심심한 사과라니 난 하나도 안 심심하다", "앞으로 공지글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 올리는 게 어떨까?" 등 '심심(甚深)하다'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읽는 이로 하여금 얼굴을 붉히게 한다. 


이 같은 반응이 화제로 떠오르면서 그동안 알려졌던 문해력 논란 사례도 함께 급부상했다. 평론가 이동진의 영화 '기생충' 한 줄 평에서 사용된 '명징하게, 직조하는' 표현을 두고 "알기 힘든 단어가 연속으로 쓰여 해석하기 어렵다", "있어 보이려고 너무 허세를 부렸다" 등의 반응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금일'을 금요일로 해석하여 인사담당자와 갈등을 빚은 취업준비생의 일화와 3일간 임시공휴일 지정에 대한 정부의 '사흘간 연휴' 표현 사용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낯선 단어"라며 '삼사흘'과 같은 신조어를 창조하기도 하였다. 


문해력 논란은 기성세대의 한자어 사용의 문제일까? 문해력 논란을 두고 전문가들은 세대 간의 언어 격차, 독서 교육의 필요성, 고도화된 맞춤형 알고리즘 등 여러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특히 OECD의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에서 매회 하향 곡선을 그리는 한국인의 읽기 순위 결과는, 문해력 논란과 독서 교육의 필요성에 타당성을 더한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온라인상 특정 성향의 정보만 제공하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에 의해 강해진 배타성을 지적한다. 즉, 디지털 세대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현상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자신이 속한 곳에서 사용하지 않는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에게 불신을 내포한 분노를 표현하는 반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심심한 사과' 논란이 기존의 사례들과 달리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그동안의 문해력 논란 사례를 다시금 불러일으킨 것은, 문해력 부족 자체뿐만 아니라 이를 바로잡는 지적에 대해 '잘난 체하는 꼰대'로 여기는 태도였다. 


이에 네티즌 대부분은 "SNS에 비난 글을 올릴 시간에 단어 뜻을 찾아보겠다"와 같은 의견을 공유했다. 읽지 않아도 검색하면 되고, 정보를 빠르고 쉽게 취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필요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스스로 쟁취할 수 있는 능력을 고도화된 알고리즘에 주객전도되어 이러한 사회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 


이번 논란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서 다뤄지고 여러 시사점이 제시되는 것을 미루어 보아 앞으로의 제도적 해결이 기대된다. 그러나 제도적 해결에 의존하기에 앞서 '맥락과 의도'를 파악하려는 개인의 의지와 노력의 자세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박주현 독자위원(교육대학원 4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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