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시각│ 시대가 변화해도 본질을 잃지 말자
│기자시각│ 시대가 변화해도 본질을 잃지 말자
  • 조민서 기자
  • 승인 2022.11.0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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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서 대학사회부장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은 사라진다', '학벌 사다리 타기가 만연하다'는 말이 유행하는 등 최근 학업에 힘을 쏟아야 하는 대학가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자퇴가 만연하다. 자퇴 사례는 기자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역대학의 위기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학력 인구 등의 이유로 신입생은 줄고 자퇴생은 느는 현상이 매년 반복·심화 되면서 닥친 위기다. 지역대학에 실제적인 정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절박해지고 있다.


특히 강원대의 연간 자퇴생은 2019년 처음으로 900명대를 찍었다가 이후 2020년과 2021년 역시 873명과 925명으로 약 900명대를 유지했다. 코로나로 대학 수업과 학생활동이 비대면으로 이뤄져 학교에 애착이 적은 반면, 수능 등 대입을 다시 준비하기 좋은 여건이 갖춰지면서 '반수생'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단 강원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거점국립대 자퇴생 비율은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국정 감사 기간 여야를 막론하고 지방대 지원을 강조하기도 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도종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대구·경북권 대학 충원율이 하락하고 있다. 일반대학은 2021년 91%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2019년 97.4%보다 6.4%p 감소한 수치다. 게다가 전문대학은 더욱 심각한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 2019년 96.5%에 비해 2021년에는 87.8%로 총 8.7%p나 하락해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하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 자퇴생 수는 수도권 37.7%에 비해 지방대학은 62.3%나 된다고 한다. 환경이 갖춰지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지방대를 자퇴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 이른바 인서울에 재입학하는 것이 대세가 된 것이다. 


물론 비단 지방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스카이라 불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서는 의약대로 재입학하는 현상이 공공연해지고 있다. 이에 입시전문가 사이에서는 서울의 주요 대학 정원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학력 인구는 감소해, 재수생이 명문대를 입학하기 유리한 상황이 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즉, 지방대→인서울대→SKY대→의약대로 이어지는 이른바 '학벌 사다리 타기'가 심각한 사회문제라는 얘기다. 


대학들은 말 그대로 비상이다. 어떤 대책을 시행해도 늘어나는 이탈 학생을 막을 방법도 충원율을 높일 방법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지방대학을 살릴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하지만 정책은 반대편을 향해 달리고 있다. 


2020년 중앙부처 대학 재정 지원 현황에 따르면 1개 학교 평균 재정지원이 수도권 161억 원인 반면, 지방은 130억 원에 그쳤다. 그에 따라 지방대에서는 각자 나름의 강점을 살려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 아래, 구조조정이나 학과 개편에 손을 뻗었다. 


지방대는 정원을 줄여서라도 신입생 충원율를 높여야 정부 재정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졸업 직후 취업률이 낮은 인문 계열과 기초학문을 다루는 학과 위주의 통폐합으로 정원조정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 대학교에서도 이번에 융합 전공 3개가 추가 개설됐다(본지 1177호 2면 참고). 그뿐만 아니라 매년 융합전공자에게 특별 장학금이 주어지거나 인턴십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새로운 학문의 길이 열린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그 이면에는 기초학문의 비명이 깔려있다. 


학교 측은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학과를 늘리는 행위는 당연하다. 하지만 동시에 기초학문을 죽일 이유는 되지 않는다. 대학의 본질이란 고등학문을 탐구하는 즉, 더욱 깊은 학업이다. 아무리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라지만 학문을 죽이는 본질에 반대되는 행보를 걷는 지금 대학의 방향성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시발점에는 산업인력 육성만을 강조하는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이 서 있기에 무엇보다 고등교육 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학교의 본질이 사라지는 원인은 대학생에게도 있다. 지식의 요람이라고 불리는 대학에서 책 읽는 풍경이 사라지고 있다. 과거 여행과 함께 20대 대학생 취미 1순위로 꼽히던 독서 활동이 크게 위축된 모양새다. 


지난 9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무소속 민형배 의원이 전국 10개 지역 거점 국립대에서 제출받은 지난해 '재학생 1인당 평균 도서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해당 학교의 학생 1인당 연간 종이책 대출 권수는 3.25권으로 조사됐다. 2017년 6.35권과 비교해 48.8%가량 감소한 수치다. 국내 최고의 대학이라고 자부하는 서울대도 4년 전 12.3권에서 6.32권으로 반토막 났다.


물론 그 배경에는 학업·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대학생의 정보 이용행태가 변한 점도 도서 대출 감소를 부추기는 경향이 크다. 이외에도 유튜브 등 영상 매체물이 이전보다 성행하거나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이 대학생들의 도서 대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단 분석도 있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종이책 독서보다 전자책(e-book)을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작성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도 대다수의 대학생이 포함된 19-29세 연령대의 종이책 독서율은 2017년 73.5%에서 지난해 60.3%로 대폭 감소했지만, 전자책 독서율은 34.7%에서 50.5%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체 독서량은 감소했으나 인쇄매체에서 디지털 매체로 변화하며 책을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 마냥 대학생이 독서와 담을 쌓았다고 보긴 어려운 셈이다.


일각에선 대학 도서관 인프라가 대학생들이 원하는 수준에 못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지식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대학들이 도서관 서비스 투자에 소극적이다.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대학생들의 도서관 이용 유인이 떨어질 수 있고 이 또한 대학의 자발적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정책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대목이다.


대학이 안팎으로 병들고 있다. 심지어 기자 주변에서는 기초학문을 공부하고 싶어 학과를 선택해 본인의 성적보다 낮은 학교에 입학했으나, 해당 학과가 통폐합된 경우도 봤다. 지금 대학에는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을 마련한 다음에 해야 한다는 뜻인 繪事後素(회사후소) 정신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조민서 대학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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