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마음속의 주홍글자 지우기
│사설│마음속의 주홍글자 지우기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2.11.07 14: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몇 해 전, 용산역 인근의 국숫집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IMF 외환위기 직후 한 노숙자가 국수집에서 무전취식을 하고 달아났는데, 주인 할머니는 돈이 없어도 위험하게 뛰지 말고 배가 고프면 다시 오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그 노숙자는 주인 할머니의 외침에 주저앉아 울었고, 결국 해외로 건너가 재기에 성공했다. 주인 할머니는 노숙자의 행색을 보고 처음부터 돈이 없음을 알았다고 하는데, 만약 주인 할머니가 노숙자의 행동을 경계하다가 달아나는 순간 주변의 도움을 얻어 잡았다면 그 노숙자의 삶은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의 삶과 같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을 것이다. 


사회학 혹은 범죄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이야기는 낙인이론과 관련이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누군가가 일탈 행위를 저지른 것이 우연히 다른 사람 혹은 형사사법기관에 의해 적발이 될 때, 그 사람에게 일탈행위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그리고 사회구성원들은 그 사람을 대할 때 그에게 찍혀 있는 낙인에 반응한다.  


낙인은 사회적인 편견의 일종으로 비단 불법행위를 저지른 범죄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정신의학계에서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을 우려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성적 정체성에 따른 낙인이나 코로나19 감염자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또한, 임대아파트나 빌라 거주자를 비하하는 '휴거(휴먼시아 거지)'나 '빌거(빌라에 사는 거지)', 그리고 전·월세 사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전거지', '월거지'라는 낙인도 존재한다. 또한, 출신 지역에 따른 낙인, 대학 서열에 따른 낙인도 존재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사실상 누구나 낙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낙인이론에 따르면 사회구성원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낙인찍힌 사람 또한 스스로를 일탈행위자로 규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의 관점에서 볼 때, 스스로를 일탈행위자로 규정한 사람은 타인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에 대한 이미지에 맞추어 행동하게 된다. 이는 일탈행위자를 중대한 범죄자로 만들 수도 있으며, 사회생활이 가능한 정신질환자가 사회로 내딛는 발걸음을 막아설 수 있으며, 거주지에 따라 놀림받는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가능성을 제한하게 만든다.


그런데, 본래 낙인이론은 일탈행위의 해악보다도 주변인들 혹은 형사사법기관이 일탈행위를 저지른 사람에게 오명을 씌우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특히 여타 사회적인 낙인의 경우 사실 낙인의 대상이 문제를 가지고 있기보다는 낙인찍는 행위의 주체가 문제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즉, 비난받아야 할 것은 낙인 찍힌 사람 혹은 그가 가진 어떠한 속성이 아니라 낙인 찍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에 여러 학자와 사회운동가들은 사회적 낙인을 극복하는 방안 중 하나로 '저항'을 내세운다. 


저항은 타인이 찍은 낙인의 내재화를 거부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낙인찍는 자들은 낙인의 대상자들이 일탈경력, 장애, 사회경제적 계층, 출신지 등 이들이 가진 특정한 속성을 조롱하며 극복하지 못할 것처럼 여기지만 이는 편견일 뿐이며, 이를 극복한 사례들을 우리 주위에서 무수히 찾을 수 있다. 다만, 낙인효과 내지는 자기충족적 예언 효과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기효능감이 필요하다.

 

즉 패배주의와 무력감을 경계하고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기대와 신념을 가져야 한다. 물론 낙인찍는 자들은 낙인 대상자들이 가지는 기대와 신념은 '희망고문'이라고, 이들의 계획은 '희망회로'에 불과하다고 폄하 할 것이다. 하지만 소설 주홍글자의 주인공 헤스터 프린이 자신에게 찍힌 낙인인 주홍글자 A의 의미를 간통(adultery)에서 유능함(able)로 변화시킨 것처럼, 삶을 통해 낙인에 저항하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내어야 한다.


본지 논설위원 경찰소방학 라광현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