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비극에 마침표를 찍을 때
│사각사각│비극에 마침표를 찍을 때
  • 박선주 기자
  • 승인 2022.12.05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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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오늘도 사각(死角)과 여러 각도(角塗)를 조명하며 사각사각 연필 소리를 낸다.

- 관련기사: 청춘과 가족을 맞바꾸다

 

 

박선주 기자

대구에서 홀로 간병하던 22살 청년이 아버지를 방치해 결국 죽음을 야기한 사건이 있었다. '쌀 사 먹을 돈 2만 원만' 달라는 스물둘 청춘의 이야기에 가슴이 무너졌다. 우리 사회는 단돈 2만 원이 없었던 청년에게 병원비 이천만 원을 요구했다. 비극과 어울리는 사람은 없음에도 청년은 주어진 모든 날이 비극뿐인 것처럼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살았다.

 

한 청년이 삶을 통째로 내던져도 감당하기 어려웠을 비극 앞에서 돌봄과 난투극을 벌일 때, 국가는 어디에도 없었다. 사회의 사각지대를 비추는 거울이 바로 국가의 역할이었음에도 오히려 죄를 청년에게 뒤집어씌우며 패륜으로 몰았다. 청년은 한순간에 아버지의 보호자가 됐지만, 정작 그는 보호자도 없이 혼자였다. '긴 병에 효자·효부 없고, 간병엔 돌부처도 돌아눕는다'는 말이 있다. 타인을 손가락질할 때 나머지 세 손가락이 본인을 향하듯, 우리는 청년에게 돌을 던질 어떠한 명목도 없다.

 

가족 돌봄 청년은 무너지는 청춘을 안아보려고 온갖 애를 써왔지만, 꽃다운 청춘은 한참 지나간 후였다. 청춘이 사라진 시간 속에서 그들의 돌봄은 넘쳐났다. 떠나간 청춘은 말이 없고, 돌봄을 조율하기엔 오래된 버릇과 깊숙이 살아버렸다. 청춘이 없어진 삶의 순간성에서 청년들은 세상의 모든 무게를 짊어지고 무너졌다.

 

이번 기사를 취재하며 만난 영케어러들은 하나같이 '행복해지자'는 혼잣말을 습관처럼 했다. 하나도 행복하지 않은 얼굴이 처연해서 차마 어떤 말도 꺼내지 못했다. 행복이 뭔지 아냐고 물어보려 했으나,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만 같아 입을 다물었다. 시간의 건널목이 넓어 그들의 하루하루가 고비였다.

 

간병인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우리 사회의 수많은 청년은 '가까운 지인'이 된다. 매일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의 비극이라면 다가오는 의미부터 변하지 않겠는가. 슬픔이 폐부 속 깊이 파고들어 우리를 무너지게 만드는가 하면, 감정들이 복잡하게 뒤얽혀 동정과 연민을 자극하리라.

 

우리는 단순히 사건을 비극으로 치부해버리기보다 본인의 일이라 생각하고 공동체로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이 문제인지 반성하고, 어떻게 바꿔야 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며, 영케어러를 위한 복지제도에 힘을 더할 때 우리는 비극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사회는 비극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시작점을 찍기 위해 가족 돌봄 청년들에게는 쉼표를 주면서 아픈 생의 밑바닥을 걷는 이들의 안녕을 빌자. 이름처럼 달고 다니는 간병에서 벗어나지 못해 청춘을 포기했지만, 결코 마침표를 본인의 삶에 찍지 않으리란 걸 알기 때문이다. 조각난 마음과 부서진 세상을 달래고, 가족보다 자신을 깊숙이 돌아보며, 내면의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할 당신을 여기에 부른다.
 

 

박선주 기자
2100366@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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