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시각│월드컵과 애국심
│기자시각│월드컵과 애국심
  • 조민서 기자
  • 승인 2022.12.05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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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어릴 적 2002년에 보았던 붉은악마를 생생히 기억한다. 거리에서 모두 하나 되어 함께 웃고 울었던 그 시간을 말이다. 사실 당시는 축구에 대한 룰도 잘 몰라 옆에서 아버지가 박수 치면 따라 박수 치고 아쉬워하면 같이 아쉬워했지만, 그래도 '2002 월드컵'의 추억은 아직도 머릿속 한구석 자리 잡고 있다. 


월드컵은 국가대항전이다. 국가나 집단에 대한 유대감은 누구나 있는 성향이다. 월드컵을 중계하는 영상은 국기, 전통의상, 민족 정체성 상징물을 자주 비춘다. 이 모든 것이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의도된 연출임을 알고도 지구촌 모두가 열광한다.


우리는 2002년 당시도 2022년 지금도 똑같이 바쁜 일상에 치여 산다. 그런데도 20년 전에는 월드컵이라는 이름 아래에 모두 다 같이 울고 웃었다. 그러나 '왜 지금은 그때처럼 열광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에 많은 사람이 그 시절보다 애국심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기자는 애국심이 '변화했음'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애국심이란 무엇일까? 우리 한국인에게 애국심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개념이다. 영화 기생충과 방탄소년단, 그리고 축구선수 손흥민의 성공에 어깨 으쓱해지지 않을 한국인이 누가 있겠는가. 전통적으로 애국과 충성을 강조하는 보수 진영뿐 아니라, 국가를 벗어난 사고를 중시하는 진보 진영에 속하는 이들도,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하면 애국심이 투철한 편이다. 그렇다 보니 등잔 밑 어두운 줄 모르듯 한국인은 애국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지난 20년간 그 방향성은 조금 변화했다. 


지난달 21일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이란과 잉글랜드의 경기에서는 좀 색다른 애국심을 봤다. 이란 선수들이 경기 시작 전 자국 국가 연주 때 침묵을 지킨 것이다. 경기를 앞둔 주말, 이란의 마하바드 지역에서 정부군이 히잡 의문사에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발포해 11명이 숨졌다. 이외에도 이란에서는 지난 9월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으로 촉발된 시위로 어린이 40여 명을 포함해 300명 이상이 숨졌다. 


선수들의 마음도 복잡했을 것이다. 갈고닦은 기량을 4년 만의 월드컵 무대에서 발휘할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란 정권에 항의하고, 동료 시민들에게 연대감을 표할 방법을 고민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축구 대표선수들이 국가 제창을 거부한 것은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칭찬하고 싶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우리나라 축구선수들도 정권에 항의하는 현재 이란과 같은 행동을 보인다면, 과연 국민들은 비난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분명히 과거에는 이 행동을 옹호하는 이가 대다수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옹호하는 사람도 있고 국가 위상을 떨어트렸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앞서 기자가 말한 애국심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변화'했다는 것은 권위적 애국심에서 민주적 애국심으로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권위적 애국심이 정권이나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국가에 표하는 무조건적 충성심이라면, 민주적 애국심은 자신의 나라 땅과 사람들, 또는 조국이 지향하는 원칙·가치에 대한 사랑이다. 따라서 기자는 우리나라 국민의 애국심은 충분히 큰 편이며,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이 또한 변화한 것이지 절대 약해진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조민서 기자
alstj21849@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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