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꾸물거림에 대하여
│사설│꾸물거림에 대하여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2.12.0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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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22년의 끝자락이다. 가을 학기의 종강과 종강의 마지막 관문인 기말 시험이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마 여러분들은 기말 시험에는 기필코 미리 공부해야겠다고 결심했다가도, 시험 직전에야 벼락치기를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대학생들이 시험이나 과제를 앞두고도 그 직전까지 미룬다고 한다. 게다가 이렇게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것은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필자 또한 학보에 사설을 쓰기로 해놓고는, 갑자기 하지도 않던 청소를 하고, 관련이 없는 책을 펼쳐 읽고, 언제 하는지도 몰랐던 월드컵 경기를 보다가, 마감 시간이 임박해서야 원고를 바쁘게 써내려가고 있다.

 

여러 연구들에 의하면, 해야 할 일을 제때 하지 않고 꾸물거리는 것, 특히 학업을 지속적으로 미루는 것은 여러 부정적인 결과들과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학업의 측면에서 꾸물거리는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수강 철회를 더 많이 하고 낮은 성적을 받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한 과제에서 꾸물거리면 다른 과제들도 순차적으로 밀리게 되어 전반적인 학업 성취에 차질을 빚는다.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꾸물거리는 학생들이 불안, 우울, 수치심 등의 부정적인 정서를 더 많이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그 외에도 꾸물거리는 동안 친구나 중요한 사람들과의 만남도 미루게 되어 인간관계도 점차 소원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꾸물거리는 행동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보편적이고 만연한 현상이지만, 이것이 만성적으로 나타날 때에는 달갑지 않은 결과가 뒤따른다.

 

특별히 어떤 사람들이 할 일을 더 미루고 꾸물거릴까? 심리학자들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꾸물거리는 행동은 성격 특질 중 성실성, 자기효능감, 완벽주의 등과 관련이 있었다. 예상대로 성실하지 못한 사람들은 성실한 사람들에 비해 마감 시한까지 할 일을 더 미룬다. 자기효능감이 낮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자기효능감은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자기효능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이 당면한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꾸만 할 일을 차일피일 미루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흔히 게으른 완벽주의자라고 불리는 이들은 더 꾸물거리는 경향이 있다. 물론 완벽주의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실수를 지나치게 염려하고,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지나치게 높게 만드는 완벽주의는 대개 꾸물거림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번 기말 시험에는 어떻게 하면 꾸물거리지 않고 공부를 시작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일을 시작하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처음부터 거대한 목표를 머릿속에 그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시간 공부하기", "1장 완벽 개념 정리"를 실행에 옮기려고 하면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아 시작조차 할 수 없다.

 

꾸물거림을 물리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의 시간이나 양만큼만 공부하겠다고 생각하며 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5분만 공부하겠다"라거나 "1쪽만 읽겠다"라고 생각하며 일단 시작하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할 수만 있게 되면, 사람들은 대개 5분만 공부하거나 1쪽만 읽게 되지 않고 그 이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작은 목표를 세워 공부를 시작하고 성공하였다면, 공부 시간이나 양이 적더라도 자신에게 마음껏 보상을 준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즐거운 보상을 주는 일들을 더 하고 싶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신문을 덮고 무엇이 됐든 여러분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을 5분만 하러 가보자.

 

본지 논설위원
사회학 최혜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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