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넓은 공감'을 위하여
│기고│'넓은 공감'을 위하여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2.12.05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br>

갈등이나 불화가 없는 사회는 존재하기 어렵다.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한 생각과 입장을 가진 여러 집단이나 사람들이 민주적 절차에 따른 소통과 협의를 통해 차이를 좁혀가는 과정을 전제하기에, 우리는 어쩌면 다양한 갈등의 장면을 통해 오히려 더욱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갈등이나 불화가 앞서 말한 성숙한 사회의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니라 분열과 반목의 골을 끊임없이 깊게 만들어 소통의 가능성조차 봉쇄한다는 점에 있다. 각종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살펴볼 수 있는 2022년 겨울, 우리 사회가 그렇다.

 

많은 이들은 이러한 갈등이나 분열, 심지어 혐오가 넘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공감(共感, empathy)'을 들고 있다. 타인의 감정이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함으로써 우리 공동체가 화합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7년 전쯤 본 지면을 통하여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교육의 측면에서도 이러한 공감의 중요성은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에도 반영되어,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학교 교육 전 과정을 통해 중점적으로 기르고자 하는 핵심역량 중 하나로 '인간에 대한 공감적 이해와 문화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향유하는 심미적 감성 역량'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곧 개정 고시 예정인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그대로 포함되어 있다. 초·중등학교 국어과를 포함한 여러 관련 교과의 성취기준에도 반영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처럼 모두가 '공감'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왜 우리 사회는 여전한, 아니 이전보다 더욱 심한 갈등과 반목 안에 있는 것일까. 과학철학자이자 진화학자인 장대익은 최근 그의 저서 <공감의 반경>에서 이에 대한 흥미로운 논의를 하였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공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공감을 너무 많이 해서 편을 가른다는 것이다. 그는 공감을 타인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정서적 공감과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는 인지적 공감으로 구분하고, '느낌'의 영역인 정서적 공감은 좁고 깊어 우리끼리만 뭉치게 하고 타인에겐 눈 멀게 한다고 지적한다.

 

공감은 마일리지 같은 것이어서 누군가에게 쓰면 다른 이들에게는 줄 수 없다. 내집단에 강하게 공감했다면 그만큼 외집단에 공감할 여유가 소멸하게 되며, 심지어 내집단에 대한 공감이 외집단에 대한 처벌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공감의 깊이와 넓이는 상충하므로, 개입과 교육, 접촉과 교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인지적 공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의 과제는 공감의 깊이가 아닌, 공감의 반경을 넓히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내 편과 내 집단에 깊이 공감한다. 가령 정치적 견해가 같은 사람들끼리는 눈물을 흘리며 공감하고 서로 다독여주지만, 이러한 아름다운 공감은 견해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너무나 쉽게 휘발되고 증오와 비난으로 바뀌어버리곤 한다. 공감이 정치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씨앗이 되는 셈이다. 이처럼 내 편에만 쉬이 공감할 때, 공감은 구심력으로만 작동하여 분열과 혐오의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게 놓고 보면,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공감은 나와 생각이 전혀 다른 사람의 입장까지도 일부러 노력하여 이해하려 애쓰는 원심적 과정에서 시작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다사다난했던 2022년도 저물어가고 있다. 다가오는 2023년은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오게 될까. 나의 지경을 벗어나 다른 사람의 견해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넓은 공감을 바탕으로 하여 더 다양한 생각, 더 다양한 가치가 포용될 수 있는 새해가 되기를 바라본다.

 

이재형 교육대학원 독서교육전공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