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원도심, 지역 소멸
무너지는 원도심, 지역 소멸
  • 박혜정 기자
  • 승인 2023.03.06 1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감소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부산 역시 2020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부산의 초고령 사회 진입은 전국 7개 대도시 중 처음이다. 이런 부산에서도 유독 인구감소가 심한 곳은 원도심이다.

과거 부산의 중심지로 불리며, 한때 위상을 떨쳤던 지역들은 이제 소멸 문제에 직면했다

〈일러스트레이션=최은주 기자〉

 

무너지는 원도심, 지역 소멸


"영도구는 문화도 교통도 다 불편해요. 그러니깐 저를 비롯한 청년들이 계속 빠져나갈 수밖에 없어요"

태어나서 쭉 부산 영도구에 거주하는 A(부경대 국어국문학 1) 씨는 영도구에서 계속 살고 싶지만, 다른 곳으로 나가야 한다고 토로했다.


2021년 10월, 행정안전부에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122곳 중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해 지역 인구 감소 위기에 행정·재정적 지원을 약속했다. 그중 부산은 △동구 △서구 △영도구가 포함돼 있다. 해당 지역들은 모두 과거 부산의 원도심이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방 내 각 지역의 원도심은 왜 소멸 위기에 처했을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부산연구원의 박봉철 도시·환경 연구위원은 "지역의 소멸에는 많은 원인이 있다. 먼저 인구가 감소하면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경기침체는 도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그 과정에서 지역에 남아있는 사람들도 다른 지역으로 떠나게 되면서 결국 쇠퇴 지역으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대학교 장세훈(사회학) 교수도 "(원도심 소멸에는) △자연스러운 도시화 △부산의 노령화·실버타운화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 △산업구조 개편 크게 4가지 원인이 있다. 도시도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탄생-성장-성숙-소멸의 과정을 거치는데 성숙 단계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이 더해지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해당 도시는 위축·소멸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안병길 의원은 "본래 원도심은 도시의 중심부 역할을 담당하는 시청·시장·역 등이 위치하며, 상업·행정·업무·주거 등 도시의 주요 기능이 집적된 곳이다. 그러나 주변 지역 개발이 추진되면서 인구 및 주요 기능이 유출되고 원도심의 쇠퇴 속도는 가속화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원도심 소멸, 외면한다면


과거 부산의 원도심으로 불렸던 △동구 △서구 △영도구는 이제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그렇다면 우리가 원도심 소멸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안병길 의원은 "통계청 인구추계에 따르면 저출산·고령화 문제로 향후 국가 전체 인구는 2067년 3,923만 명으로 감소하고 10-20대 인구의 지속적인 유출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한다"며 이어 "수도권의 경우, 토지 및 주택비용의 상승, 임대비용의 상승 등 생산요소 비용이 증가할 뿐만 아니라 혼잡비용, 환경비용 등 사회적 비용도 동시에 증가할 것이다. 이로 인해 지역별 인적·물적 자원의 비효율적 활용을 초래하게 돼 전체적으로 국가의 경쟁력 약화가 초래될 것이다"고 말했다.


장세훈 교수는 "원도심 지역의 노후화와 주민의 노령화는 장기적으로 사회복지 비용을 비롯해서 지역회생을 위한 정부의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나아가 인구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건물의 노후화, 빈집 증가 등으로 치안 공백, 생활환경 악화 등의 사회문제를 가중시킨다"고 전했다. 이어 "빈곤과 사회문제의 공간적 집적으로 슬럼화가 급속히 진행돼, 해당지역 주민에 대한 사회적 배제와 소외로 이어지며 빈곤의 확대재생산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시 말해 원도심 소멸은 지자체뿐만 아니라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중앙정부에서는 지방소멸을 방지할 목적으로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는 직접적인 재정 지원책으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지난해 도입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지난해부터 향후 10년간 매년 정부출연금 1조 원을 재원(22년은 7,500억)으로 지원되며, 기초자치단체에 75%, 광역자치단체에 25%의 재원을 각각 배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지방소멸대응기금에 대해 소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운용되는 최초의 기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한계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장세훈 교수는 "주민을 사업 추진의 주체가 아니라 정책의 대상으로 삼아 뒷전으로 미뤄둔 채, 관이 주도해서 정부 돈으로 가시적인 물리적 성과를 내는데 골몰하는 방식이기에, 단기간에는 성과를 내는 듯이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원도심을 벗어나려는 청장년층을 붙잡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고, 지속적으로 추진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병길 의원은 "한시적인 기금 제도가 가지는 한계가 있다. 10년 이상의 장기 사업을 발굴하기가 어렵고 연례적인 소규모 반복 사업을 실시하기에 용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도심, 다시 활력을 되찾기 위해


이런 상황에서 원도심이 다시 활력을 찾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달 14일, 안병길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재생 촉진을 위한 일명 '원도심 활성화 법'은 기존의 현행법안인 주거재생 혁신지구를 삭제하고 혁신지구로 일원화해, 주거재생 혁신지구에만 허용됐던 토지의 수용·사용을 모든 혁신지구에서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안병길 국회의원은 "중앙정부·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지역주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상호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지역의 상점가 활성화를 위해 「상점가의 활성화를 위한 지역주민의 수요에 응한 사업 활동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적이 있다"며 이어 "법의 주요 내용이 상점가가 스스로 지역 주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상가 활성화 대책을 수립하면 정부가 보조금·무이자 융자·세제 혜택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우리도 이 같은 제도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어 장세훈 교수는 "주민들이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것, 주민들이 지역사회에 남도록 하기 위한 유인동기, 지역사회에 무관심한 주민들에게 관심과 참여 동기를 불러일으킬 방안 등을 먼저 파악하고, 주민들이 지방정부와 함께 지역사회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도록 주민 참여 통로를 다각도로 확장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대책이라는 큰 방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봉철 연구위원은 "지역에 대한 정밀한 파악은 현재의 실태가 사회적·물리적·경제적으로 어떤 상태인지 확실히 볼 수 있기에 필요하고, 그것이 됐을 때, 지역에 맞는 처방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부산 내 △동구 △서구 △영도구의 소멸을 막기 위해선 어떤 처방과 대책이 시행돼야 할까. 이어지는 기획에서는 부산 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에 대해 특성과 시행되는 정책 그리고 실효성에 대해 알아볼 예정이다.  

>> 제1182호 3면에 계속

박혜정 기자
2108591@donga.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