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은 서울 가는 날?
문화가 있는 날은 서울 가는 날?
  • 신재원 기자
  • 승인 2023.03.06 1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약 부산에 거주하는 우리 대학 학생이 서울에 있는 대학로 공연을 보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부분 기차를 타고 서울에 도착해 공연을 보고, 하룻밤을 해결하거나 다시 기차를 타고, 돌아와야 할 것이다.

부산에 살면 문화를 즐기기엔 '하루'가 부족하다. 

<일러스트레이션=박하늘 기자>

 

공연 하나 보러 서울로?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과 그 주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문화의 날이다. 문화의 날에는 △영화관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 △문화재 △스포츠 시설 등 전국 2,000여 개 이상의 문화시설 할인 또는 무료 관람, 야간 개방 등 다양한 문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처럼 문화의 날은 국민의 일상 속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어쩌면 이는 수도권에만 국한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우리 대학교 A(기계공학 4) 학생은 오케스트라, 바이올린 독주 등 여러 공연을 관람하지만, 부산에서는 공연을 못 본다고 했다. 그는 "유명하거나 괜찮은 공연은 전부 수도권에서 하고, 버스킹이나 연예인 관련 행사도 주로 수도권에서 진행되기에 수도권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부산에서 문화를 즐길 수 없는 걸까.


부산연구원의 김민경 연구위원은 "이전에는 부산 지역의 문화 생태계 비활성화의 원인을 시설 부족으로 봤다. 그래서 부산에 이러한 문화 시설이 필요하다는 것이 의논돼, 최근 오페라 하우스나 국제아트센터 등 새로운 시설을 만들고 있어 문화 시설을 증축하고 있다"며 문화 시설의 부족함만을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2022 전국 문화 기반 시설 총람'(문화체육관광부, 2022)에 따르면 수도권 3개 시도에 문화시설의 36.6%가 분포하고 있으며, 지역별 인구 백만 명 당 시설 수를 살펴보면 수도권 44.27개, 지방 77.80개로 지역별 인구 대비 문화시설은 오히려 지방에 더 많이 분포하고 있다. 

 

그러나 전시·공연 횟수, 예술 활동 현황이 지방과 수도권이 현저하게 차이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예연감 2021'에 따르면 2020년 이루어진 예술 활동 건수를 지역별로 정리했을 때, 15,468건의 문화예술 활동 중 5,539건이 서울, 1,724건 경기에서 개최돼 주로 수도권에서 문화예술 활동이 많았고, 부산은 1,003건으로 파악했다. 또한 시각예술 전시는 총 6,379건 중 서울이 2,110건으로 가장 많이 열렸다. 부산은 369건으로 서울과는 1,741건 정도 차이가 났다. 이어 공연예술 분야의 경우 총 62,139회 중 서울이 43,121회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부산은 2,518회였다. 

▲2020년 예술 활동 건수 <일러스트레이션=박하늘 기자>

 

김 연구위원도 "인구 백만 명당 시설 수는 평준화돼있으나, 공연이나 전시 관람 같은 경우는 수도권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이어 "공간적인 부분이 확충돼도 소비하는 시민들, 그리고 관련 콘텐츠를 생산하는 예술인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설이 있어도 여전히 활성화되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을 만드는 사람도 수도권으로


지방은 문화생활을 즐길 공간과 기회도 마땅하지 않지만, 지방에서 활동할 예술인을 위한 인프라 또한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지역별 예술활동증명 현황에 따르면 이번 달 기준 전국 예술활동증명 완료 예술인의 약 64%가 수도권에, 약 10%가 부·울·경 지역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울·경 지역 20-30대 청년층의 유출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부산예술대 B(더 플레이어 뮤직학) 교수는 "예술 전공은 실기·현장 중심의 교육과정이 특성이기에 교육 인프라와 현장(공연, 전시) 인프라가 폭넓게 돼 있는 서울(수도권)을 더욱 선호하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의 대학에서 예술학을 전공하는 동서대 장누리(뮤지컬과 2) 씨는 "고학년이 될수록 부산의 환경이 부족함을 더욱 느끼게 될 것 같다"며 "뮤지컬을 전공하면서도 부산에서 크고 작은 공연을 다양하게 보는 것이 힘들어 많이 아쉽다"고 답했다.


또한 "졸업 이후에도 부산에는 큰 극단이나 공연을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는 극장도 잘 없어서 배우나 연출로서 경험을 쌓기 힘들 것 같다"며 "서울로 가야 공연을 할 수 있는 환경이나 연결되는 인맥이 생기기 때문에 서울에서 경험을 쌓고 부산으로 다시 올 수는 있어도, 졸업 후에 계속 부산에서만 활동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지역 대학 역시 △입학 경쟁률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 등을 이유로 예술 관련 학과를 통폐합하고 있어 젊은 예술가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는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2010년 신라대 공예과가 폐과됐으며, 2012년 우리 대학이 정원 미달과 재정문제 등을 이유로 무용학과를 폐과 결정했다. 이어 2017년 경성대가 무용학과를 폐과했고, 오는 2023학년도부터 우리 대학 현대미술학과와 공예학과는 미술학과로 통합된다. 


이러한 예술 관련 학과의 통폐합에 B 교수는 "학교가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예술 관련 학과를 통합하고, 학생들은 전공에 맞지 않는 교육을 받으며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져 학생들이 학교를 포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수도권 진학을 목표하거나, 지방대를 나오고도 다시 수도권 대학에 재입학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부·울·경 지역 문화 분권 및 자치 전략 기초연구'(부산문화재단, 2022)에 따르면 2021년 지역 대학 문화예술 분야 학과 수는 서울이 633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기 388개, 부산이 130개였다. 지역별 대학 문화예술 분야 학과 수는 서울, 경기를 합친 수도권이 1,021개로, 부·울·경 지역보다 약 7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대학 김승호(미술학) 교수는 "대학에서 학과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에 따라 학과 통폐합, 재정 지원 등이 결정되는데, 학과 경쟁력은 △입학 경쟁률 △재학생 충원율 △취업률이다. 특히 취업률 같은 경우에 다른 대학들과 달리 예술대학은 학생들이 취업을 목표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학과 정체성 또한 작가를 양성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학문의 특수성 차원에서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1년 지역별 대학 문화예술 분야 학과 수 <일러스트레이션=박하늘 기자>

 

계속해서 수도권으로 가야 하나


그렇다면 문화생활을 향유하기 위해서 계속 수도권으로 가야 하는 걸까. 부산연구원의 김민경 연구위원은 '콘텐츠 생산 역량'을 강조했다. 그는 "예술 산업군에 종사하는 예술인의 평균 임금의 경우, 수도권에 비해 부산은 거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똑같이 공연하고 연습해도 부산보다 서울, 수도권에서 활동할 때 훨씬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으니 수도권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승호 교수는 "졸업하고 작가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사회에서 작업하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결국은 지방 재정의 투자가 있어야 하는데, 부산시와 각 구청 등 지자체 단위별로 지원해야 한다"며 '지자체와의 연결 코드'를 주장했다.


실제 부산시 역시 지역 예술인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으로 부산 사하구의 홍티 예술촌이라는 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입주예술가와 청년 작가에게 전시 공간을 지원하고 있다. 김 교수는 "홍티 예술촌처럼 생산된 작품을 가지고 전시하고, 외부의 인지도를 만들어주는 레지던스를 꾸준히 구축해 나가야 하며, △구청 △시청 △국가 단위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끝으로 김민경 연구위원은 "부산의 문화 인프라 부족은 굉장히 복합적으로 엮어있는 문제"라며, "전반적인 문화 생태계 강화를 위해 문화 정책의 틀 안에서만이 아니라 인구 정책, 교육 정책 등 다양한 연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답했다. "일단 공간적인 부분을 해결한다거나, 그 다음 2차적으로 예술인들을 지원하고 시민들의 문화생활 기회를 늘린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점차적으로 지속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재원 기자
 2208026@donga.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