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발언대│인생은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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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3.0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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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현 <br>​​​​​​​정치외교학 '23 졸
박서현
정치외교학 '23 졸

 

'또' 학교 폭력이다. 최근 일주일간 온라인 상에선 학교 폭력과 관련한 기사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하루 만에 물러난 정순신 변호사의 자녀와 더불어 MBN <불타는 트롯맨> 방송에서 결승 1차전 1위를 차지한 황영웅 씨가 학폭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학교 폭력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 쉬운데, 정순신 변호사의 자녀는 학교 폭력으로 강제 전학 조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생활기록부에서 해당 기록이 삭제돼 여론이 더욱 뜨겁다. 또한, 황영웅 씨는 현재 방송에서 1위라는 순위를 기록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학교 폭력이 사회 문제로 대두됐던 건 2011년에 발생했던 대구 중학생 집단괴롭힘 자살 사건 이후부터다. 당시 피해자였던 중학생이 엘리베이터에 주저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는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분노한 네티즌들이 가해자들의 신상 정보를 게재하는 등 학교 폭력은 근절돼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었다.

 

그 결과, 교육부에서도 학교 폭력 방지의 일환으로 전국의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 상담 인력을 따로 배치하도록 했으며 학교폭력위원회(학폭위)를 열어 학교 폭력 가해자에 대한 징계 처벌을 내릴 수 있게 조처했다. 방송가에서는 학교 폭력을 주제로 권선징악(勸善懲惡)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비책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학교 폭력은 여전히 존재한다. 학교 폭력의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들은 그 고통과 트라우마를 평생 짊어지며 살아가야 하지만, 가해자들은 아무런 뉘우침 없이 평온하게 잘 살아간다는 것이다. 필자 또한 학창시절 학교 폭력을 일삼는 소위 '일진'이라 불리는 친구들을 기억하는데, 최근 근황을 보면 가해자라 불리는 자들이 본인이 한 행위가 학교 폭력이라는 것을 인지하는지도 의문스러울 만큼 너무나 태연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구조로 봤을 때 한 작품이 떠오른다. 드라마 <더 글로리>(안길호, 2022)는 지난해 전 세계적인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서 방영했던 드라마로 방영 직후부터 인기를 얻어 오는 3월 10일 2부를 방영할 예정이다. 해당 작품은 학교 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들에게 사적인 복수를 하는 내용이 담긴 드라마로 역시나 학교 폭력을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왜 사적으로 복수하게 됐을까. 이 또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극중에서 피해자로 나오는 문동은은 불우한 가정과 더불어 가난에 시달리는 학생이다. 이 학생이 다니던 학교에는 꾸준히 한 학생을 지정해 괴롭히던 일진 무리가 있었고, 그 가해자들은 부유하고 권력을 거머쥔 자신의 부모 뒤에 숨어 당당하게 학교 폭력을 저지르며 피해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문동은 또한 한 학생의 자살 이후 괴롭힐 대상을 찾는 그들의 타깃이 돼 물리적이건 정신적이건 온갖 폭력을 당해왔다. 경찰에 신고도 해 보고, 학교에 도움을 청하기도 했지만 돌아온 건 없었다.

 

다만 가해자 부모들이 사회적 지위가 있는 권력층임을 몇 번이나 되새기게 됐을 뿐이다. 그렇다고 가해자들의 부모들이 피해자에게 사죄를 했느냐. 이 또한 아니다. 돈으로 입막음하기 급급하며 가해자인 자녀들에게 살살 하지 그랬냐는 단순한 잔소리로 사건을 무마시키기 바빴다. 학교 폭력은 단순한 폭력이 아니었다. 그렇게 권력형 폭행이 돼 있었다.


권력형 폭행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곳이 없었기에 결국 피해자는 사적인 복수를 할 수밖에 없었다. 매일 거울을 보며 폭행으로 생긴 흉터와 상처를 보며 마음을 되새겼고, 자신의 남은 인생을 그들에게 복수하겠노라 다짐하게 된 것이다. 이건 단순히 드라마에 등장하는 허구적 이야기가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정순신 변호사 자녀나 방송에 등장하는 일반인만 봐도 크게 이슈화되기 전까지는 자신의 자녀가, 자신이 어떠한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경찰청의 중요 직위에 오르지 않았다면, 방송에서 1위라는 순위를 차지하지 못했다면 피해자들에게 늦게나마 사죄할 수 있었을까.

 

안하무인(眼下無人)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사전에 등재된 이 사자성어의 뜻은 '눈 아래에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방자하고 교만해 다른 사람을 업신여김을 이르는 말'이다. 가해자들은 자신의 권력과 힘에 취해 약자로 보이는 이들을 괴롭히고, 그렇게 자신의 권력을 한 번 더 확인한다. 정말 안하무인 그 자체다. 


권력형 폭행은 무엇이 됐건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다. 한때 미투 운동이 활발했을 시절 권력형 성폭행 폭로로 세간이 뜨거웠던 적이 있다. 그때의 여론 또한 하나같이 권력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권력으로 피해자를 내리찍는 행위 자체가 악질이며, 권력형 성범죄는 근절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현재는 어떠한가. 이젠 하물며 학교에서도 권력형 폭행이 일어나는 세상이 됐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과오를 반성조차 하지 않고 뻔뻔하게 잘 살아간다. 그런 과거를 가지고 국가에 헌신하겠다는 부모도 있고, 연예인 데뷔를 꿈꾸는 파렴치한도 있다.

 

가해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다. 전 국민이 열광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정말 단 한 번도 양심의 가책을 느낀 적이 없었는지, 자신 또한 피해자가 자신에게 복수하지 않을까 걱정한 적이 없었는지. '인생은 부메랑'이다. 아무리 큰 권력을 가진 자여도 상대를 멸시하고 그 권력을 마구 휘둘렀다면 언젠간 돌아오게 돼 있다. 돌아올 부메랑도 두려워하지 않고 여전히 당당한 가해자가 있다면 드라마의 명대사를 하나 들려주자.

 

"멋지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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