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는 오늘도 사각(死角)과 여러 각도(角塗)를 조명하며 사각사각 연필 소리를 낸다.
기자는 지난해 어린이날, 가수 옥상달빛의 '어른이 될 시간'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서울에 다녀온 적이 있다. 왕복 기차표 예매부터, 한밤중에 집에 돌아오기까지 장장 13시간의 대장정이었다.
먼저 기차를 타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는 KTX 기차표는 59,800원으로 왕복 기차표는 약 12만 원에 달한다. 거금을 들여 서울에 가는데, 한번 갔을 때 모든 일을 처리하고 돌아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아침 일찍 기차에 타 서울에 도착했다.
대부분의 평일 공연은 저녁에 하므로, 아침에 도착해 서울에서 계획했던 일들을 모두 처리하고, 공연을 관람했다. 이 공연을 위해 서울에 온 것이 아깝지 않았던 유일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공연이 끝나고 밤이 되면 신데렐라가 된 것처럼 기차 시간에 맞춰 서울역까지 도착해야만 한다.
저녁 공연을 보는 서울 사람들은 그날 일과를 끝내고 여유롭게 공연을 보고 집에 가면 되지만, 지방 사람은 공연이 끝나자마자 부랴부랴 기차역까지 달려야만 한다. 부산에 도착하니 12시 30분, 늦은 시간이었다. 부산에 사는 기자는 그 공연만을 위해 하루를 모두 바쳐야만 했다.
왜 우리는 공연을 보러 기차를 타고 서울까지 가야만 할까. 박형준 부산 시장의 15분 도시 정책처럼 내가 공연을 봤던 공연장이 내 생활권 15분 안에 있다면 어떨까. 15분 도시는 시민 누구나 15분 이내에 문화·의료·교육·복지·여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도시다.
부산연구원의 김민경 연구위원은 "이전부터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시설들이라고 하면 교육시설이나 의료시설 등을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문화 시설들도 포함돼, 더 이상 문화생활이 사치 항목이 아닌 우리 삶의 기초자원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아직도 부산에 사는 우리는 기초자원을 충족하기 위해 서울에 가야 하는 것이다. 공연 하나에 계속 서울을 드나들 수만은 없다. 우리가 직접 부산에 시설을 짓고, 공연을 올릴 순 없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유명무실한 공약이 되지 않도록 계속 지켜보고 불편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언젠가는 부산에서 하루 중 소소한 일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길 기대한다.
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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