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발언대│헤어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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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3.04.0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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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현 <br>​​​​​​​정치외교학 '23 졸
박서현
정치외교학 '23 졸

2019년 여름이었다. 학교를 2년 정도 다니고 너무 힘들어 휴학을 한 후, 본가에서 지냈다. 분명 학교 생활이 고되고 지쳐 휴학을 했지만, 복학 후 자취방을 다시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본가에 머무르면서도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를 열심히 했었던 기억이 있다. 반년동안 평일 내내 오전과 오후 알바를 병행하다가 그만두고 한 달 정도 휴식기를 가진 적이 있다. 


4년 전 여름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알바천국(구인 앱)을 구경하고 있을 때, 단기 알바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설문조사 알바'였다.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조사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응답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알바 당일, 근무 장소로 향했다. 여러 설문지와 더불어 나를 포함한 여성 알바생이 한 명 더 있었다. 개인적으로 답변하는 문항도 있었고 다른 알바생과 토론을 진행한 후 응답해야 하는 문항도 있었다. 그 알바생과는 텀이 있을 때마다 짧은 대화를 나누며 나름의 유대감을 형성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 시간 뒤에 알바가 끝난 후, 약속된 급여를 받고 귀가하려던 찰나에 그 여성분이 카페에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의심의 여지도 없이 흔쾌히 수락하고 카페에 갔다. 결론적으로 그 여성분과 카페에서 실랑이를 벌이다 헤어지는 최악의 결말을 맞이했다. 필자의 사주를 봐 주겠다기에 생년월일을 알려 줬는데, 풀이를 하다 갑자기 조상의 기운이 막혀 있어 성공하기 힘들다며 이 기운을 풀기 위해서는 '정성'을 드려야 한다며 나를 설득했기 때문이다. 


평소 사이비나 이단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아 유튜브로 영상을 자주 접했었는데, 그 영상에서만 봤던 용어를 현실에서 직접 듣게 되는 날이 오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정성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신천지예요?" 필자의 질문에 여성분은 자신은 천주교라며 극구부인 했다. 이후로 계속해서 실랑이를 벌이다 그 여성분은 필자가 정성을 드리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급히 자리를 떴다. 나름의 재미있는 경험이지만 속은 것 같은 기분에 귀가하자마자 해당 알바 업체를 알아보니 그 업체도 이단 소속이었으며, 설문조사 알바는 포교를 위한 미끼였을 뿐이었다. 모두가 한통속이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조성현, 2023)를 보며 과거 사이비 종교 집단의 알바를 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사이비 종교, 이단을 주제로 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기독교복음선교회(JMS) 교주 정명석의 만행이 알려지며 사이비 종교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교주뿐만 아니라 이단에 빠져들게 된 교인들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존재했다.


종교(宗敎)란 신이나 초자연적인 절대자 또는 힘에 대한 믿음을 통해 인간 생활의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문화 체계이다. 모든 종교인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사전적 정의에서도 나와 있듯이 주로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거나 의지할 곳이 필요할 때 종교의 힘을 빌린다. 그렇다면 종교는 단순한 신념일 뿐일까. 그것도 아니다. 종교로 인해 국가간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고, 종교 분쟁이 현재진행형인 곳도 존재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에서도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지며, 정치와 분리돼야 하며 개인의 내심의 작용인 신앙의 자유를 핵심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자유를 보장받아야 할 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교를 악용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역으로 침해하는 이들이 있어 종교가 사회적 문제로 거론될 때가 많다. 필자가 알바 사기를 당했을 당시 온라인에 해당 알바를 검색했을 때 생활고를 겪는 청년들이 그들의 말에 혹해 돈을 지급하고 정성을 드리고 오는 경우가 존재했으며, 그런 식으로 사이비 종교에 빠지게 돼 수많은 돈을 갈취당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다큐멘터리처럼 신도들간 위계 질서를 이용해 폭행과 노동 착취가 일어나기도 했다. 마음의 위로와 정신적 지지가 필요했던 신도들은 그저 이용당할 수밖에 없었다.

 

종교의 자유를 이런 식으로 교묘히 이용하라고 우리나라 헌법에서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단과 사이비 종교에 한 번 빠지면 돌이킬 수 없다지만, 비상식적이고 비윤리적인 종교에 대해선 헤어질 결심도 필요한 법이다. 결심하는 게 가장 어렵다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신도, 신념도 아닌 나 자신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행복하기 위해 믿기 시작한 종교가 누군가에겐 고통이라면 종교라는 가치는 사라지게 된다. 여전히 피해받는 이들이 있다면 부디 헤어질 결심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주저 말고 도움을 요청한 후, 그들과 안전 이별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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