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삶에 쉼을 찾아, 템플스테이
바쁜 삶에 쉼을 찾아, 템플스테이
  • 박혜정 기자
  • 승인 2023.06.05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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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직접 해봤다

 

 

▲사찰 내 전경 <사진=박혜정 기자>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6월 한 달을 '2023년 여행가는 달'로 지정했다. △교통 최대 50% △숙박 3-5만원 △테마파크 1만 원 할인 등 다양한 할인 혜택도 함께 공지됐다. 이에 여행을 계획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잠시 도시를 떠나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여행이 있다.


바로 템플스테이다. 템플스테이는 1,700년 한국불교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산사에서 수행자의 일상을 경험할 수 있는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당일형 △1박 2일 체험형 △1박 2일 휴식형으로 운영된다. 비용은 사찰마다 다르며, 프로그램 운영 역시 조금씩 다르다.


기자는 지난달 27일, 부산 내원정사 템플스테이를 1박 2일 체험형으로 신청했다. 비용은 1인당 7만 원으로 △밥 △숙소 △법복 등이 제공된다. 대신 세면도구와 법복 안에 입을 옷은 개인이 챙겨가야 한다.
27일 오후 1시 30분까지 템플스테이 생활관으로 오라는 문자를 받고 일찌감치 길을 나선 기자는 10분 정도 지각을 하고 말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부처님 오신 날과 겹쳐 사찰을 찾는 수많은 인파에 10분 걸어갈 길을 무려 20분에 걸쳐서 도착했기 때문이다.


약간의 뜀박질과 함께 도착한 템플스테이 생활관은 사찰과는 분리돼 있어 고요했다. 간단한 안내와 함께 법복을 받아 들고 들어간 숙소는 깜짝 놀랄 만큼 넓었다. 족히 4-5명이 쓸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에 휴지, 드라이기 등 간단한 편의 물품이 구비돼 있었다. 숙소 크기에 놀람도 잠시, 법복으로 갈아입고 이름표까지 단 기자는 제법 이곳 템플스테이 참가자 같아 보였다.


뒤이어 오후 2시 30분부터 진행된 프로그램 안내에서는 기자를 비롯해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가족 단위로 온 사람부터 친구, 커플까지 다양한 연령대를 볼 수 있었다. 간단한 안내 후, 저녁 공양 전까지 자율 정진 시간이라 사찰을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좋다는 말에 기자는 내원정사에서 유명하다는 대나무 숲부터 보러 갔다.


내원정사에서 인기 있는 대나무 숲은 '힐링의 숲'이라 불리는데, 울창한 대나무들 사이로 들어가니 왜 힐링의 숲인지 알 것 같았다. 대나무 숲을 거쳐 내려간 사찰의 대적광전에는 부처님 오신 날 행사 준비와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시끌벅적한 사람들을 피해 기자는 한적한 정자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마음먹고 자리를 잡았다.


정자에는 간간히 들리는 뻐꾸기 소리와 함께 초록빛 가득한 전경만이 가득했다. 그동안 복잡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한참 정자에서 휴식을 취하고, 저녁 공양 시간인 오후 5시에 맞춰 식당으로 향했다. 사찰음식은 심심한 맛일 거라는 기자의 생각과는 달리 비빔밥과 함께 나온 각종 반찬들은 집밥처럼 맛있었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사찰 문화에 따라 덜어온 음식을 배부르게 먹었다. 


저녁 공양 후엔 번뇌를 끊고 성장하는 의미를 담은 108배가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솔직히 108번이라는 숫자에 시작도 하기 전에 겁을 먹은 건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구호에 맞춰 흐르는 음악과 문장에 나름대로 의미를 곱씹으며 절을 하다 보니 108번이라는 숫자가 그리 버겁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또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기에 자연스럽게 '남들도 다 하는데,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


108배의 여운도 잠시, 기자는 약간의 땀과 함께 서둘러 오후 7시에 진행되는 부처님 오신 날 행사에 참석했다. 점등식과 함께 진행된 탑돌이는 스님을 따라 천천히 일렬로 탑을 돌며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외치는 불교 의식에서 유래된 일종의 민속놀이이다. 탑을 돌면 돌수록 날이 어두워지며 등이 점차 밝아지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발원문을 쓰고 있는 기자 <사진=신재원 기자>

 


점등식과 탑돌이가 끝난 후, 템플스테이 생활관에서는 합장주와 소원등, 발원문 쓰기 체험이 진행됐다. 그중 발원문 쓰기는 신이나 부처에게 소원을 비는 내용을 적은 글로 한자로 돼 있다. 오랜만에 잡아보는 연필의 촉감과 함께 한자를 열심히 써 내려가며 그동안 생각했던 소원을 나름대로 열심히 말했다.


한차례의 체험이 끝난 후, 숙소로 발걸음을 떼는데 보살님께서 "이제 사찰 밖 문을 닫아 외부인들은 모두 나갔고, 여전히 등이 켜져 있으니 구경하고 와도 된다"고 말했다. 그에 따라 기자는 사찰에 켜진 등을 보러 밖으로 향했다. 아까는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던 것과 달리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등만 남은 절은 조용하고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실컷 등을 구경하고 숙소로 돌아오니 어느새 오후 10시였다. 다음날 새벽예불도 있었기에 서둘러 잠을 청했다. 새벽예불은 오전 4시로 이른 시간에 진행된다. 기자는 평소 한 번도 그 시간에 일어난 적이 없었기에 알람과 함께 힘겹게 눈을 떴다. 새벽예불은 템플스테이 생활관과 사찰의 대적광전 총 2곳에서 진행된다. 템플스테이 생활관에서는 미얀마 식의 예불이 진행된다고 해, 이번엔 한국식 예불을 체험하고자 대적광전으로 향했다.

▲합장을 하고 있는 기자 <사진=신재원 기자>

 

템플스테이의 모든 체험은 강제성이 없기에 새벽예불 역시 자유롭게 참여하면 됐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거라는 생각과 달리 사찰에는 스님들과 기자와 함께 간 친구 둘 뿐이었다. 새벽예불은 약 40분간 진행됐는데, 처음이다 보니 눈치껏 스님들을 따라 합장을 하고 절을 했다. 아무래도 하나씩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뭘 해야 하는지를 잘 몰라 약간 아쉬웠지만, 새벽예불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졌다. 


새벽예불이 끝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 오전 7시 30분에 시작되는 아침 공양까지 잠시 눈을 붙였다. 그런데 잠시 잔다는 것이 그만 8시까지 잠을 자버렸다. 아무래도 처음 새벽시간에 눈을 뜬 것에 피로감이 누적됐던 것 같았다. 결국 아침 공양은 참석하지 못한 채, 오전 9시에 진행되는 스님과의 차담에 참석했다.


스님과의 차담에서는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사람들과 함께 차를 나눠 마시며, 사찰의 문화를 비롯해 다양한 얘기를 들었다. 스님과의 차담을 마지막으로 템플스테이 체험은 종료됐다. 


이곳을 나서며 비록 1박 2일이지만 잠시나마 휘몰아치는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어서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사찰을 나섰다. 템플스테이는 단순히 종교적인 의미를 넘어 바쁜 일상 속 나를 위로해 주는 시간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학기 중 대학 생활을 하며 지쳐 있던 마음을 달래 줄 수 있는 템플스테이를 가보는 건 어떨까.

 


 박혜정 기자
 2108591@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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