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청예│어느 날 포장지에서 자라난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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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희 인턴
  • 승인 2023.06.05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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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하는 부산 청년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황정원 작가의 '불닭과 분재' <제공=홍티예술촌>

 

부슬비가 우산을 두드리던 지난달 19일, 일상에서 예술을 느껴보고자 사하구 홍티로에 있는 홍티예술촌에 방문했다. 깔끔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간간이 바깥의 백색소음만이 들리는 홍티예술촌은 사하구청에서 운영하는 서부산창작거점공간이다. 


이곳에서 지난 4월 18일부터 '2023년 릴레이 개인전 전시'가 시작됐다. 현재 개인전 <잘 자 랐.>을 전시 중인 황정원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홍티예술촌 입주작가 황정원이다. 현재 <잘 자 랐.>이라는 주제로 홍티예술촌 2층에서 개인전을 전시하고 있다.

 

홍티예술촌을 통한 개인전 진행 소감이 어떤지.

사실 지난해에도 개인전을 전시했다. 그래서 이번이 두 번째 개인전이라 처음 개인전을 전시했을 때처럼 유달리 설렌다거나, 특별한 감정이 들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남들이 일할 때 느끼는 감정처럼 그냥 전시회가 개최되었구나 싶어 조금은 무미건조한 감정인 것 같다.

 

전시한 작품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모든 작품이 애착이 간다. 굳이 하나를 고르자면 제일 애착 가는 건 '불닭과 분재' 작품이다. 전시된 작품 중 가장 최근에 작업을 끝마친 작품이기도 하고, 다른 것들보다 비교적 더 마음에 드는 수준의 퀄리티가 나온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 개인전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것 같다.

 

작품을 구성하면서 중점을 둔 것이나 주제가 있다면.

분재와 각종 다양한 브랜드를 이용해 작품을 구성 중이다. 자유라는 관념 아래에서 분재와 브랜드들을 바라보고 생각해 보자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작품 속 포장지는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포장지는 소비사회의 대표적인 이미지이자 구성원으로서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종류 중 하나다. 우리는 이 소비사회 아래에서 사회가 원하는 소비자의 모습으로 자란다. 이 모습이 분재와 겹쳐 보인다 생각했고, 그렇기에 포장지 위에 분재를 그려 자연과 인공물의 경계에 선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했다.

 

이번 작품들의 영감은 어떻게 받았는지.

평소 쓰레기나, 주변의 상품들을 통해 작품을 그려왔다. 편의점을 둘러보면서 선택해달라고 주장하는 것만 같은 화려한 포장지들을 보며 선택을 유보한 적 있다. 그러한 것이 계기가 돼 생각이 많아지게 됐다. 평소에 자주 그려왔던 작품들이 쌓여 지금의 작품들이 탄생한 것이지, 어느 순간 전등에 불이 들어오듯 떠오른 영감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다.

 

부산에서 청년 예술가로 활동하며 고충이 있다면.

작업과 일상의 비중이 조율이 안 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사실 예술가라는 직종은 남의 시선으로 봤을 때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어려운 직종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도 그렇기에 보통은 다른 곳에서 돈을 벌고, 그 돈을 활동에 투자하는 형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예술을 하기 위해서 일에 시간을 투자한 만큼 자연스럽게 내 삶이 사라지는 것이다. 낮에는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일을 마치고 와서 이곳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시간이 굉장히 부족한 직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홍티예술촌 전경 <제공=홍티예술촌>

 

 

홍티예술촌의 입주작가로 어떤 지원을 받고 있는지.

가장 큰 지원은 작업실을 사용할 수 있단 점이다. 지원받는 것 중 그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또 다른 지원으로는 매년 한 번씩 개인전을 열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있다. 지금의 <잘 자 랐.>이 그 개인전이다. 또, 10월 말에 오픈 스튜디오라는 활동을 하게 되는데, 그 활동을 통해 작가 보수가 나온다. 그걸로 재룟값이나 다른 필요한 것들을 충당한다.


홍티예술촌의 입주 작가가 된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대표적으로 달라진 건 예술 작업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학교를 다닐 땐, 강의도 듣고 과제와 아르바이트 등을 병행하고, 친구들도 만나야 하기에 미술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때와 지금 작업량을 비교하면 3분의 1도 되지 않을 정도로 시간이 부족했는데, 지금은 작업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단 점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이후 작품계획이 있다면.

지금 진행 중인 <잘 자 랐.> 시리즈의 테마를 유지하며 작업을 이어갈 생각이다. 이 시리즈가 아직 자리 잡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좀 더 자리 잡게 되면 조금의 변형이 필요할 것 같다. 그렇기에 지금은 <잘 자 랐.> 시리즈가 자리 잡게 하기 위한 작업을 통해 지금의 시리즈를 유지하는 데에 힘쓰고 더 많은 신경을 기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부산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진부한 말이지만 열심히 하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예술 활동을 열심히 하고, 힘내란 말밖에는 해 줄 수 있는 말이 없는 듯하다.

 

 이승희 기자
 1778wmok@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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