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상실의 시대: 청년들은 조용히  소멸하고 있다
│사설│상실의 시대: 청년들은 조용히  소멸하고 있다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3.09.1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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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은 하루에 한 건 꼴로 발생한다.


대부분의 살인범죄는 면식관계, 그러니까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 간에 발생한다. 범죄통계를 살펴보면 가족 등 친족에 의한 살인이 가장 빈번하며, 이웃·지인이나 연인관계에서의 살인도 드물지 않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뉴스 등의 미디어는 낯선 이에 의한 살인 사건이 비일비재한 것처럼 묘사하지만, 살인의 평균적인 모습은 오히려 가족이나 지인 등 익숙한 관계에서의 고질적인 갈등이 폭발하는 경우일 것이다. 이러한 살인범죄(기수)는 1년에 300건 내외로 발생하는데, 이는 하루에 한 건 꼴로 살인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번 여름도 살인범죄는 끊이지 않았다.


폭행이나 성폭력 등 폭력범죄는 무더운 여름철에 많이 발생하곤 하는데, 이번 여름에는 전국적으로 이슈가 된 폭력범죄가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 5월 부산에서 발생했던 정유정 살인 사건을 시작으로 8월 말까지 전국민을 충격에 빠뜨리는 범죄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7월 21일에는 서울 관악구 신림역에서 조선에 의한 칼부림 사건이, 8월 3일에는 성남시의 서현역에서 최원종에 의한 흉기 난동 사건이, 8월 17일에는 서울 관악구 관악산 둘레길에서 최윤종에 의한 강간살인이 발생했다. 이들의 범죄는 범행대상이 불특정하다는 점에서 무차별 범죄 혹은 범행의 동기가 일반적인 범죄사건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이상동기 범죄로 불린다.


사회적으로 단절된 청년들의 범죄였다.


전술한 것처럼 살인범죄는 하루에 한 건 정도는 발생한다. 그런 점에서 이 네 건의 흉악범죄는 짧은 기간 사이에 발생한 이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단순히 살인범죄의 빈도로만 본다면, 통계상 큰 이상은 아니다. 그런데 사건의 특징을 되짚어보면 평균적인 살인범죄의 모습과는 다소 상이한, 이들 사건들이 공유하는 특징이 있다. 가장 특징적인 것 중 하나는 가해자들이 각각 1999년생, 2001년생, 1990년생, 1993년생으로 20·30대의 사회적 연결고리가 약한 청년들이 자신들과 일면식도 없는 낯선 대상을 향해 가해행위를 했다는 점이다. 사회적 연결고리가 약했다라는 표현을 통해 정유정 등이 저지른 범죄사건의 책임을 사회로 돌리려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행위에 따른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다만, 우리가 곱씹어봐야 할 문제는 우리 사회가 청년 문제를 취업률, 실업률, 출산율의 문제로 이해하고 노동공급과 청년유출과 같은 생산성의 방정식으로만 접근하는 사이에 우리사회 곳곳에 괴물들이 탄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들은 조용히 소멸하고 있다.


청년들이 사회적으로, 그리고 물리적으로 소멸하고 있다. 정유정 등이 사회적으로 단절된 삶을 살아왔다면, 우리 사회가 청년들을 바라보는 산업적인 관점에 적응하지 못한 또 다른 청년들은 영구적으로 세상과 자신의 관계를 단절하기도 한다. 2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며, 20대 뿐만 아니라 10대의 자살률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MZ세대라는 편견을 통해 이들을 외계인처럼 묘사하는 데에는 광적인 반면, 청년들의 자살 문제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큼 침묵한다. 지역의 소멸 위기가 지자체와 정치인들 사이에서 시끄럽게 메아리치며 막대한 예산이 오간다. 지자체는 죽어가는 지역을 살리기 위해 청년유출을 우려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 눈앞에 서있는 청년들은 조용히 소멸하고 있다.


 본지 논설위원
 경찰·소방학과 라광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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