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그 책│우리는 미디어에서 의지대로 행동 '당한다'
│소문의 그 책│우리는 미디어에서 의지대로 행동 '당한다'
  • 이승희 기자
  • 승인 2023.09.11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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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MBC <나 혼자 산다>(2013)의 지난달 23일 방영분에서는 연예인 코드쿤스트가 스마트폰을 상자에 넣어 10시간 동안 핸드폰 없이 사는, 일명 '디지털 디톡스'의 삶을 살아 세간의 화제가 됐다. 코드쿤스트가 스마트폰을 넣은 상자는 책 『도둑맞은 집중력: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요한 하리 저, 김하현 역, 어크로스, 2023)에 나온 케이 세이프(kSafe)라는 장치다. 케이 세이프는 무엇일까.

 

핸드폰을 위해서는 케이 세이프 장치를 마련했다. 케이 세이프도 단순하다. 뚜껑이 열리는 작은 플라스틱 금고다. 핸드폰을 안에 넣고 뚜껑을 닫은 다음 다이얼을 돌려 얼마나 오랫동안 핸드폰을 가두고 싶은지 설정하면 된다. 그러면 끝이다. 뚜껑이 잠겨서 망치로 상자를 부숴야만 핸드폰을 꺼낼 수 있다. (p.157)

 

이 책은 총 14장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인의 집중력 부족 문제를 크게 14가지로 나눠 분석하고 △멀티태스킹 △수면 부족 △딴생각 △알고리즘 △산만함 △스트레스 등 다양한 주제로 집중력 저하가 단순한 사회 현상 중 하나가 아니란 점을 시사한다.
우선, 1장에서는 우리의 뇌가 멀티태스킹이 불가능하단 점을 설명한다. 뇌는 멀티태스킹을 하지 못한다. 뇌가 하나의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재설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재설정이 여러 번 빠르게 전환된다면, 뇌가 전환하는 시간이 필요해 오히려 사람들의 수행 능력이 떨어지고 수행 속도 또한 느려진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또한, 뇌는 깨어 있는 상태와 잠든 상태 두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잠든 상태에선 정화 작업이 이뤄지는데, 수면이 부족하면 독소가 쌓여 집중이 힘들다. 자신은 깨어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깨어 있는 상태로 뇌의 일부가 잠들어 지속적으로 사고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책에서는 하루에 최소한 일곱 시간 이상은 자야 한다고 설명한다.


기자가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현대인들이 SNS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분석한 내용이었다. 우리가 말로 무언가를 사고 싶다고 말했을 때, 모바일 광고로 방금 언급했던 물건이 나온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가령, 친구와 우스갯소리로 바디 필로우를 구매할 것이라는 대화를 나누고 인스타그램을 실행했을 때, 해당 SNS 광고로 바디 필로우를 띄우는 것을 보고 놀란 적 있듯 말이다. 이건 결코 놀라운 우연도, 알고리즘의 뛰어난 성능도 아닌, 우리가 검색하고 보면서 누적된 데이터들이 정확하게 예측해 광고를 띄운 것이다.

 

이 웹사이트들은 우리가 분노와 적대감으로 가득한 환경에 있다고 느끼게 만들고, 이로써 우리는 더욱 각성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집중력은 위험을 찾는 상태로 바뀌고, 책을 읽거나 자녀와 함께 노는 활동처럼 더 느린 형태의 집중이 갈수록 힘들어진다. (p.208)

 

SNS는 우리가 화면을 들여다보면 돈을 벌고, 화면을 내려놓으면 수익이 나지 않는다. 우리가 광고를 클릭해 보지 않아도 광고를 들여다보는 시간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일부러 자극적이고 분노를 유발하는 내용을 띄우는데, 우리는 그것에 각자의 의견을 내세우고 분노하면서 SNS에 다시 시선을 옮긴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의 의지대로 분노하고 행동해 의견을 표하는 것 같지만, 실은 알고리즘의 선택에 이끌려 의지대로 행동을 당하게 된다.


우리가 SNS에 집착하는 이유는 즉각적이고 빠른 반응들 때문이다. 좋아요나 댓글과 같이 가까이 있지 않아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는 반응들은 우리를 자극해 점점 SNS로 몰아간다. 사진을 찍어 올린 게시글에 반응이 좋았다면, 우리는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빈도가 늘어날 것이며, 이는 SNS에 계속 접속하게 만들어 미디어 중독을 야기하기도 한다.


SNS에 글을 올리고, 반응을 보며 그 반응에 반응을 남기는 것까지 모두 미디어의 의도에 이끌리는 것이다. 우리가 SNS에 접속해 반응하지 않으면, 그 반응은 애초부터 오지 않을 것이다. 결국 우리가 들어가서 행동하기 때문에 반응이 생기고, 그 반응에 답하면 또 다른 반응이 생겨 우리는 미디어에 시선을 떼지 못한다. 이러한 현상은 몇 분이라도 화면에 시선을 고정하려는 SNS의 주요 목적에 부합하며, 결국 인간은 SNS에게 주도 당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다.


이 책에서 언급한 '도둑맞은 집중력'이란 단순히 개인의 집중력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미디어에 집중력뿐만 아니라 화를 내고 의견을 표현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의지를 빼앗긴 채 타인이 바라는 행동을 취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SNS에서 움직이는 우리의 행동이 자신의 의지만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모두 착각이며 자유 의지를 뺏긴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왔다. 우리는 타인의 의도에서 벗어나 나무가 아닌 숲을 볼 필요가 있다. 


 이승희 기자
 1778wmok@donga.ac.kr
 <일러스트레이션 =  윤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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