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발, 적자 싣고 달리다
시민의 발, 적자 싣고 달리다
  • 정유진 기자
  • 승인 2023.09.11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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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에서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한다. 하지만 내 월급빼고 다 오르는 고물가 시대에 도래한 지금, 특히 부산 시민의 발은 더 무거워질 전망이다. 지난 7월, 부산시는 대중교통 요금 조정안을 부산시의회에 제출했다. 해당 조정안이 통과돼 오는 10월 6일부터 버스는 350원, 지하철은 내년 5월까지 300원 인상된다. 인상된 요금은 서울을 비롯한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높다.

<일러스트레이션=한호정 기자>

 

 

공익과 사익이 공존하는 버스 준공영제


1963년부터 시작된 부산 시내버스는 어느덧 60년 가까이 시민들의 편리한 이동을 돕고 있다. 한때는 노선번호가 없어 일일이 버스 앞에 적힌 행선지를 확인해야 하던 시절도, 소형버스인 마이크로버스가 익숙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젠 대형 시내버스가 일반적인 시대가 됐다. 더불어 △좌석버스 △급행버스 △마을버스 등 버스의 종류도 세분화됐다.


버스의 종류가 세분화 됨에 따라 시내버스의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과거 민영제로만 운영됐던 시내버스는 현재 △민영제 △공영제 △준공영제 총 3가지로 운영되고 있다.

민영제는 민간 기업이 버스 공급의 주체가 돼 정부는 간접적으로 개입하는 제도이며, 공영제는 정부가 직영기업, 공사 등의 공기업을 통해 버스 운송 자산을 직접 소유하고 운영한다. 마지막으로 준공영제는 민영제와 공영제를 혼합한 운영 방식으로 버스 운행 및 차량, 노무 관리는 각 버스 회사가 맡고 노선권 및 수입금 관리는 지자체가 담당하는 방식이다. 부산시는 과거 민영제로 운영했는데 승용차 증가로 인한 시내버스 승객 감소, 도시철도 등장 등으로 버스 회사 경영 악화가 진행돼 2007년 5월부터 준공영제가 도입됐다. 


 우리 대학교 김회경(도시공학) 교수는 "준공영제 도입으로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노선임에도 정책적으로 노선을 배정할 수 있다. 이는 공공이동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지역까지도 버스를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준공영제의 공익성을 설명했다.

<일러스트레이션=한호정 기자>

 


무거워진 '시민의 발'


하지만, 최근 시내버스의 준공영제 시스템에 빨간불이 켜졌다.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서울시와 인천시는 지난해 각각 6,582억 원, 2,64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부산시 역시 매년 적자액이 증가하고 있다. 부산시 홈페이지에 따르면 '부산 시내버스의 운송적자액'은 △2010년 975억 원 △2014년 1,183억 원 △2018년 1,641억 원이었으며 지난해엔 3,657억 원에 달했다. 이러한 준공영제 시스템에서의 적자액 증가는 곧 지자체의 재정지원금, 즉 세금이 투입되는 액수가 늘어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매년 시내버스의 운송적자액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산연구원의 이원규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발생으로 이용 승객이 급감해 시내버스 적자 규모가 더 커졌다"며 이어 "물가상승률이 증가하면서 *표준운송원가 역시 올랐지만, 요금 인상이 없어 재정적자가 심해지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산시청 버스운영과 관계자는 "(그동안) 시민들에게 교통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 10년간 물가 상승분만큼 요금 인상이 돼야 했지만, 그걸 지자체가 부담해 왔기에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다른 사업들과는 달리 재정 적자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부산시에서는 대중교통 운영 적자로 인한 재정 부담이 심각해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오는 10월 대중교통 요금 인상 계획을 밝혔다. 시내버스는 10년만에, 도시철도는 6년만에 요금 인상을 하는 것임에도 기존 요금의 약 30%가 오르기에 시민들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해운대구에 거주 중인 강다은 씨는 요금 인상에 대해 "직장인에게는 괜찮을지 몰라도 대학생들에게는 교통비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의견을 전했다. 이어 우리 대학 A(분자유전공학 4) 학생은 "물가와 인건비를 고려해서 책정한 금액이겠지만 교통비로 월 8-10만 원을 내고 있어서 비싸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B(경영학 3) 학생 역시 "(지금도) 등·하교 시 하루 2,400원, 일주일에 교통비로만 12,000원을 지출하고 있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이러한 시민들의 대중교통비 부담에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대중교통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우선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에서는 청년층과 저소득층의 교통비 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알뜰교통카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이동 거리에 비례해 마일리지로 환급받을 수 있다. '온국민 혜자카드 '알뜰교통카드' 월 교통비 1만 3,000원 절약!'(한국지방재정공제회, 2023)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으로 전국 17개 시도 및 173개 시·군·구에서 53만 명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부산시에서는 지난달 1일부터 동백패스를 시행하고 있다. 동백패스는 동백전 후불 교통카드로 부산 대중교통을 월 45,000원 이상 이용하면 최대 45,000원까지 환급받을 수 있는 교통 할인 제도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를 두고 모순점이 지적되고 있다. 어차피 돌려줄 교통비를 왜 인상하냐는 것이다. 수영구에 거주 중인 진소윤 씨는 동백패스에 대해 "교통비 인상과 동시에 환급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동백패스가 요금 인상을 무마하려는 수단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진구에 거주 중인 임세희 씨는 "대중교통은 시민이 부담을 느끼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요금 인상으로 부담이 생기게 된다"며 "동백패스 활성화로 요금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는 알겠으나 예산도 한정돼 있을 것이고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의견을 전했다.


이러한 시민들의 목소리에 부산시 버스운영과 관계자는 "동백패스 제도는 대중교통 활성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요금 인상은 늘어난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시행하는 것이고 동백패스는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하게 하기 위한 제도다"라고 해명했다. 

<일러스트레이션=한호정 기자>

 


버스가 계속 달리기 위해선


시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행한 준공영제를 둘러싸고 △운송 적자 증가 △과도한 세금 △요금 인상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중교통 활성화 △수요자 중심 운행 △노선 입찰제의 대안을 제시했다.


부산연구원의 이원규 선임연구원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시내버스 이용 승객을 증대시키는 방안이다"라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강력한 자가용 이용 억제정책을 시행하고 버스전용차로 간선급행버스(BRT) 시스템을 확대해서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시내버스 준공영제 실시 이후 대중교통 정책변화의 영향 연구- BRT와 무료 환승 요금제의 정책 효과성을 중심으로'(성우용, 2021)에 따르면 해운대 올림픽 교차로와 동래교차로 구간에 버스전용차로제(BRT)를 실시한 이후 부산시의 자체 점검 결과 이용 승객은 4.5%, 버스 속도는 18.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대학 배유일(행정학) 교수는 수요자 중심 운행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용객이 정류장으로 들어오면 운행을 시작하는 인천공항 스마트시티 기술이 그 예시다"라며 "이용객이 있을 때만 운영할 수 있다면 비효율성을 극복하고 쌓이는 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부산시 역시 지난 3월, 박형준 부산시장의 '부산형 대중교통 혁신방안' 브리핑을 통해 "부산은 지형 특성상 대중교통 취약 지역이 많아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수요응답형 교통(DRT)을 도입하고자 한다"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부산대 사회과학연구소 성우용 객원연구원은 준공영제를 보완할 제도로 노선 입찰제를 제시했다. 그는 "노선 입찰제는 입찰받은 노선을 한시적으로 기간을 정해두고 운행한다. 노선 입찰제에 따른 노선 운행 실적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입찰 여부를 판가름낼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회경 교수는 "승용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자 하는 이용자들의 시민의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며 시내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태도를 강조했다. 


정유진 기자
2010342@donga.ac.kr

 

*표준운송원가: 하루 버스 1대를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총비용을 뜻한다. 이 비용에는 인건비, 연료비, 정비비, 보험료, 차량 감가상각비, 차고지 임차료 등이 포함된다.

<참고도서> 

「부산시내버스 50년사」(부산광역시버스운송사업조합,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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