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시각│밑 빠진 바퀴에 시민 붓기
│기자시각│밑 빠진 바퀴에 시민 붓기
  • 정유진 기자
  • 승인 2023.10.10 1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6일, 부산시 대중교통 요금이 인상됐다. 버스는 350원 오른 1,550원, 지하철은 150원 오른 1,450원이 됐다. 이번 요금 인상은 2013년 이후 약 10년 만인데, 물가상승률 외에도 부산시의 준공영제로 인한 적자 금액 증가라는 또 다른 요인이 숨어있다. 


버스 운행은 회사가 맡고 노선권 관리 및 적자 보전은 지자체가 담당하는 준공영제는, 공익성을 중시해 교통 약자를 위한 적자 노선이 개설돼 있다. 하지만 이러한 준공영제는 최근 부산시에서 세금 먹는 하마라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부산시 시내버스 재정적자는 1,817억 원이었으나 지난해는 무려 3,657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재정지원금의 출처인 시민들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물론 공익성을 중시하는 준공영제의 특성상 교통 약자를 위해 수익성 없는 적자 노선을 계속 운영해야 한다. 그 영역에서의 적자는 고정적 비용이기에 준공영제 시스템 자체에서 적자는 필연적이다. 하지만 3,657억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의 적자는 의문스럽다. 부산시는 △환승할인제 △인건비 상승 △코로나로 인한 승객 감소를 과도한 적자의 원인으로 제시했지만, 준공영제 시스템 자체의 문제는 없었을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법으로 보장하는 퇴직금은 8.3%이다. 현행법상 법정 퇴직금을 초과하는 경우 별도의 제재가 없어 자유롭게 지급할 수 있지만, 지난해 공공운수노조 부·경 버스 지부(이하 노조)에 따르면 부산시 시내버스 회사는 무려 10.3%를 퇴직급여로 지급했다고 밝혔다. 법정 퇴직금의 비율을 8.3%로 고정해서 지급하고 있는 서울시와는 대조적이다. 


결국 법정 퇴직금 8.3%를 초과한 퇴직금은 시로부터 받은 재정지원금으로 지급했고 그 재정지원금의 출처는 시민의 세금이다. 이에 노조 측은 법정 퇴직금을 초과해서 지급하지 않았더라면 적자 금액이 대폭 줄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준공영제의 적자 문제는 미뤄두더라도 시민들은 결국 350원이나 오른 버스요금을 내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다. 이러한 시민들의 반발을 인식한 듯 부산시에서는 8월 1일부터 환급 교통카드 동백패스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동백패스는 월 4만 5,000원 이상 교통비를 사용해야 환급받을 수 있는 제도라 한 달에 2-3만 원 가량 교통비로 지출하는 일반 시민들은 실질적으로 환급을 받기 어려웠으며, 되레 교통비 지출은 더욱 늘어나게 됐다. 요금 인상은 모두에게 적용되지만, 환급 대상은 제한적인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또한, 동백패스는 요금 인상으로 인한 시민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일시적 수단에 불과하다. 한번 인상된 요금은 다시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교통비 환급을 통해 요금 인상의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어도 언젠간 요금 인상의 영향권 안에 모두가 들어간다.


부산시의 준공영제 시작은 시민들의 편리를 돕기 위한 공공성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적자 증가로 요금 인상을 초래하면서 오히려 시민들에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됐고 이는 요금 인상으로 이어졌다. 결국 부산시는 준공영제 시스템에서 생긴 적자라는 구멍을 시민들에게 요금 인상으로 짊어지게 한 것과 다름없다.

 

 정유진 기자 
 2010342@donga.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