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화 필름을 재생하다
부산, 영화 필름을 재생하다
  • 이승희 기자
  • 승인 2023.10.1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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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윤예원 기자>

 

 

OTT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마스크걸>(2023), <DP 시즌2>(2023)가 흥행을 거뒀다. 이러한 흥행세에 영화들이 배급사를 통한 영화관 개봉이 아닌, OTT로 바로 상영하는 흐름을 보이며 자연스레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영화의 수가 줄어들었다. 부산국제영화제로 영화의 도시라는 명성을 얻은 부산 또한 남포동 영화관 두 곳이 줄어드는 등 영화 산업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톺아보는 부산 영화


1903년 한국 최초로 영화관이 들어선 부산은 영화관 '행좌'를 시작으로 다양한 영화관이 개관했다. 이어 1924년 국내 최초의 영화사 조선키네마주식회사가 부산 중구 남포동에 설립되며, 부산은 우리나라 영화 산업의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이후 1950년 한국영화평론가협회가 발족하고, 6·25 전쟁을 말미암아 서울의 영화인들이 임시 수도 부산을 근거지로 영화 산업의 명맥을 이어갔다. 뒤이어 1958년, 부산일보사가 부일 영화상을 만들어 영화 부흥에 크게 기여해 영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증가하는 계기가 됐다.


동의대 김이석(영화학) 교수는 "부산이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가 시작되고 1999년도 부산영상위원회(이하 부영위)가 생기는 등 영화 문화에 진취적이고 도전적이었다"며 "국제영화제나 영상위원회가 뭐 하는 곳인지 아는 사람도 드물 때 부산은 이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등 선도자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렇듯 1990년대 부산의 영화 산업은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 열기를 이어 2011년 영상 복합 문화 공간인 영화의 전당을 설립해 부국제의 공식 상영관으로 지정하는 등 부국제는 아시아 영화감독들의 최신작을 볼 수 있는 창구 역할과 함께 관객 18만여 명이 찾는 대중적인 영화제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 영화 산업이 휘청이며 우리나라 또한 적신호가 켜졌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지난 7월 26일 발표한 올해 상반기 영화 산업 집계 결과에 따르면, 영화관 전체 매출은 6,078억 원으로,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같은 기간 평균 8,390억 원과 비교했을 때 2,212억 원 차이 나는 수준의 매출을 보였다. 


또한 '온라인 영화 시장 변화 및 산업 전망 분석 조사'(정인숙 외, 2020)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관 관람객 수는 2020년 전년 동월 대비 개봉작이 더 많았으나 2월 중순부터 관객수가 급격히 감소했으며, 2020년 상반기 영화 전체 관객 수와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70% 감소해 2005년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러스트레이션=윤예원 기자>

 

희미해진 영화 도시

 

영화관 매출과 관람객 방문 수가 코로나19의 직격타를 맞으며, 한국 영화의 선두 주자로 달리던 부산 역시 위기를 맞았다. 한때, 한국 영화 1번가로 군림했던 남포동 극장가는 코로나19로 인해 2021년 부산극장 신관과 CGV 남포 지점이 폐관하는 등 위기를 맞았다. 이처럼 부산 영화 산업의 위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순히 코로나19뿐 아니라 △홍보 부족 △동서 문화 격차 △예산 감축 등의 문제가 있다고 입 모아 말했다. 


부산독립영화협회 김지연 사무국장은 "부산이 영화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도 많고 타 도시와 비교해 부산은 중견이라 할 수 있는 *커뮤니티 시네마 운동도 보유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홍보 측면에서) 일반 시민이 알고 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이 퍼져있지 않고 영화 관련 활동에 관심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부산 영화 문화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고하늘(인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3) 씨가 "사실상 부국제가 아니면 부산은 영화와 관련된 문화 사업이 없는 것 같다"고 답하며 그 의견에 힘을 싣었다.


동의대 정성욱(영화학) 교수는 영화 문화 편향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부산이 유네스코 영화 창업 도시로 지정돼 있는 만큼 관련된 다양한 시설들이 훌륭하게 갖춰진 편이나, 해운대 지역에 밀집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진위가 제공한 지역별 영화 상영관 현황에 따르면 부산의 영화관은 총 35개가 있다. 그러나 영화관이 위치한 지역별로 보면 △해운대 9곳 △부산 진구 6곳 △중구 4곳 △북구 3곳 △금정구·남구·동래구·사상구 2곳 △동구·사하구·연제구 1곳으로, 이는 지도상으로 볼 때 동부산 지역에 영화관이 밀집돼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서부산에 위치한 우리 대학교 부민캠퍼스 학생들은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남포동 영화관에 가기 위해 최소 35분을 걸어야 한다.


한가연(부산교대 음악교육학 2) 씨는 "해운대구와 진구에 있는 영화관만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가 존재해 문화 편향이 있다. 실제로 지난달 15-16일 진행한 'J-FESTA' 특별전이 해운대구와 진구 CGV에서만 진행해 예매를 포기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우리 대학 홍재윤(기계공학 1) 학생 역시 "해운대구와 진구 같은 경우 부산 내 인구 이동이 많고 다른 도시에 비해 발전이 많이 된 도시"라며 "자연스럽게 영화 관련 문화 편향이 (다른 도시에 비해) 높다고 생각한다"며 의견을 전했다.


부영위 양종곤 사무국장은 "문화 다양성 관점에서 부산시에서 상영 시설을 짓는다든가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동부산, 서부산의 균형 발전 문제는 부산시에서 전체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5일 영진위는 전년보다 증액된 734억 원의 예산 편성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역 관련 영화지원예산이 100% 삭감됐고, 제작과 배급지원 예산 역시 줄었다. 또한 영화와 관객을 매개하는 국내외영화제육성지원사업 예산은 50% 삭감됐으며 국내·국제영화제를 통합해 기존 40개 지원에서 20여 개로 축소됐다.


이에 부국제 위원회 측은 '영화제 지원예산 삭감 철회 촉구 국내개최영화제 공동성명서'를 지난달 14일 제출했다. 성명서에 따르면  2024년 영진위 영화제 지원예산 50% 삭감 철회 및 2024년 영진위 영화제 지원예산을 복원하고 영화제와 영화 문화 발전을 위한 논의 테이블을 즉각 구성하라고 주장했다.


지역 영화 지원 예산이 삭감된 상황 속, 올해 부산의 영화·영상 예산 총액은 전년도 334억 7,700만 원에서 352억 4,800만 원으로 늘었으나, 부국제 지원 예산은 58억 원으로 동결되고 5개 중소형 영화제는 평균 33% 삭감됐다.


또한 부산은 오늘날까지 영화 제작보다는 로케이션, 즉 영화 촬영지로서 각광을 받는 중이다. 그러나 부산 영화 스튜디오의 환경은 사뭇 달랐다.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는 각각 규모가 250평과 500평인 A동과 B동뿐이며, 부산촬영소는 10년간 신설이 유보된 상태로 신설의 유무에 대한 언급만 더해지는 실정이다. 더 많은 작품 촬영을 유치하기엔 열악한 상황이다. 부영위 양 사무국장은 "신설 예정인 부산 촬영소뿐만 아니라 스튜디오도 더 증축돼야 한다"며 "기존의 지원 사업들을 확대하고 지역에 있는 제작사에 대한 지원 사업은 늘려야 한다"며 의견을 말했다.


이에 지난 8월 부산시는 영진위와 함께 △한국영화아카데미 신축·이전 △부산지역 영화·영상산업 발전을 위한 글로벌 핵심 인재 발굴·육성 △세계 최고의 영화·영상 인력양성 플랫폼 조성 협력 등을 내세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부산지역 영화·영상산업 발전을 위한 인재 발굴·육성과 한국영화아카데미 신축 및 이전을 위해 상호 협력할 예정이라 밝혔다.


'영화 산업 육성을 위한 부산 지역 산업 주체의 정책적 소통'(김숙, 2023)에 따르면 부산 지역의 산학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글로컬 지향 영화·영상·미디어 정책을 추진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보다 부산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영상산업 생태계 조성 방안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부산, 다시 영화로 부흥하려면


같은 국제 영화제를 개최하는 전주는 매 분기마다 영화 후반 제작 지원 산업을 통해 영화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부천시는 부천시 50주년을 축하하는 동시에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을 시행해 영화제 개최에 맞춰 △부천 괴담 공모전 △올해 50주년을 맞이한 영화를 엄선한 '부천시 50주년 기념전' △지역 내 상권과 연계한 이벤트 등을 함께해 도시와 축제가 조화롭게 상생하게끔 했다.


현재 부산에서는 △지역 기업이 원하는 마케팅 프로젝트를 부산 로케이션 촬영 현장과 매칭·연계해 주는 신사업 '지역 상생형 콘텐츠 제작 현장 후원사업' △영화에 등장한 장소에 찾아가는 새로운 관광프로그램 '영화드라마 로케이션 투어' △한국의 독창적인 장편 독립 극영화 프로젝트를 발굴 및 지원하는 사업 '라이징필름즈 인터내셔널 어워즈' 등의 사업이 실행 중에 있다.


또한, '지역 영화 문화와 커뮤니티 시네마의 가능성'(김이석, 2022)에 따르면 상영공간의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대구의 오오극장이나 부산의 모퉁이극장이 다른 커뮤니티 시네마에 비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이유는 상영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기초자치단체가 보유하고 있는 문화공간을 영화관으로 운영하거나 낡은 공공건물 등을 마을 영화관으로 리모델링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서술한다.


한가연 씨는 "(동서 문화 격차를 해소하려면) 편향된 문화를 배분해 특정 구에 집중된 문화 집중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적인 것 같다"며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곳이더라도 부산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화관을 건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재윤 학생은 "영화관의 장점인 큰 스크린과 웅장한 사운드를 부각시킬 수 있는 환경 마련, 시각적, 청각적 자극이 중점이 되는 영화는 3D 효과를 사용하는 등의 다양하고 적절한 콘텐츠 사용이 필요하다"며 "부산의 상징적인 것들과 영화를 결합해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영화 관련 축제나 이벤트를 효과적으로 홍보하면 좋겠다"며 의견을 전했다.


끝으로 김이석 교수는 "예전의 부산은 영화의 선도자 역할을 했으나 지금은 지나치게 영화 산업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영화는 문화이자 예술이기에 이전처럼 과감하게 앞서서 투자하고 선도해 영화 문화 발전에 신경을 써 재도약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승희 기자
 1778wmok@donga.ac.kr

 

*커뮤니티 시네마 운동: 척박한 지역영화문화 환경을 개선하려는 시민 중심의 자발적인 문화운동

〈참고 문헌〉
부산역사문화대전(busan.grandcultur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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