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타파해야 할 금전적 이중고
졸업, 타파해야 할 금전적 이중고
  • 이승희 기자
  • 승인 2023.11.06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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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한호정 기자>

대학생들은 졸업 필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많은 학생이 잠을 줄여가며 졸업 논문과 자격증 취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밤낮 가리지 않는 노력과 함께 많은 돈을 사용하며 졸업전시회를 준비하는 학생들과 졸업을 유예하며 졸업 유예비를 지급하며 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의무로 강제된 졸업전시회

 

졸업전시회는 졸업을 앞둔 공학 또는 예체능 계열의 학생들이 졸업 시험이나 졸업 논문과 같은 맥락으로 제출한 작품을 공개하고, 심사를 통해 학위를 취득하는 전시회다. 우리 대학은 지난 7월 제68회 건축학과 졸업전시회를 진행했으며, 지난달 산업디자인학과 제43회 졸업작품전 'GATE 43'을 성료했다.


우리 대학 신재욱(산업디자인학) 교수는 졸업전시회에 관해 "졸업전시회는 졸업 연구 작품을 발표하는 자리이기에 학과에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졸업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다른 학년 학생들에게도 많은 영감과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자리이기도 한 것 같다"며 졸업전시회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런 졸업전시회를 준비하고 성료하기 위해 학생 개개인이 지출해야 하는 금액은 상당하다. '예술대학이 처한 위기 현실 진단(예술대학생네트워크, 2021)'에서 예술대학생네트워크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졸업전시회를 위해 예술대학생들은 1인 평균 100-150만 원 비용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 대학 김윤지(산업디자인학 4) 학생은 "제품스페이스전공 같은 경우 실물 모형 제작(Mock-up)에 큰 비용을 들여 100만 원가량 지출했다"고 말했으며, 인제대에 재학 중인 A(멀티미디어학 4) 씨는 "작품 제작비 외에도 졸업작품이 지류 위주인 탓에 서울로 가서 종이를 보거나 택배로 종이를 시킨 적 있으며, 검사를 위해 작품을 매주 출력하기도 했다"며 "그 외에도 전시회를 위해 소자재를 구매하며 대략 60-70만 원 정도 지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서민결(배재대 광고사진영상학 4) 씨 또한 "작품 준비와 액자 제작비, 그 외 비용을 포함해 대략 400만 원 정도 사용했다"며 "전시회 공간 대여와 작품 준비에 필요한 금액은 부모님에게 빌려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렇듯 학생들은 오직 졸업을 위해 상당수의 비용을 개인 돈으로 지출해야 했다.


우리 대학 이상진(건축학) 교수는 학생들의 졸업전시회 비용 부담에 대해 "(건축학과의 경우) 70만 원에서 많은 경우 150만 원까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며 "건축학과 학생은 △전시장 및 전시대 대여료 △작품제작비 △도우미 식대 등으로 돈을 지출해야 하는데 학생 관점에서 그 비용이 부담스럽단 반응에 동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상진 교수의 말처럼 돈을 벌지 않는 학생 관점에서 졸업전시회 비용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취업난에 유예비 징수까지, 첩첩산중

 

한편,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에 졸업을 미루면서까지 학교에 남아 있는 학생들도 있다. 바로 졸업 유예생이다. 졸업 유예제도는 학사 학위취득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졸업을 유예하고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제도로, 2018년 「고등교육법」을 개정해 학칙에 근거해 졸업 유예제도를 운영하고, 졸업 유예 학생에게 학점 이수 등 수강을 의무화할 수 없도록 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취업이 어려우니 취업 준비로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이 늘어났고, 그런 학생에게 대학이 수업을 의무적으로 듣게 했다"며 "그렇게 되니 학비 부담과 불필요한 수강을 해야 하는 문제가 제기됐는데, 그를 보완하기 위해 2018년 법을 개정해 학사학위 유예제도를 신설하고 대학에서 그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2년 교육기본통계조사' 자료에 따르면 졸업 유예생은 작년 대비 기준 △2020년에는 약 27% 증가 △21년에는 약 14% 증가 △2022년 8월 기준으로는 졸업 유예생 규모가 전년 대비 약 17% 감소했으나, 집계된 졸업 유예생 숫자는 여전히 약 1만 6천여 명에 달했다.


'졸업 유예의 비용에 관한 고찰(김건화, 2023)'에 따르면 졸업 유예생이 증가한 원인으로 △재학생 신분으로 더 많은 취업 기회를 제공받음 △졸업 후 구직기간이 길어졌을 때 받을 수 있는 불이익 감소 △불리한 노동시장의 여건을 피함으로써 실업에 놓이는 상황 회피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이렇듯 취업난을 이유로 대학에 머무르는 졸업 유예생들은 학교가 요구하는 졸업 유예비 즉, 돈을 내야 한다. 대학 교육연구소에서 조사한 '졸업 유예제도 운영 현황(2022)'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체 국·공립대학과 입학정원 2천 명 이상 수도권 사립대학 61교 중 41교(67.2%)가 졸업 유예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졸업 유예제도를 운영하는 대학 41교 중에서는 절반가량인 22교(53.7%)가 졸업유예금을 징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졸업 유예제도 운영 현황(2022)'에 따르면 졸업 유예비는 학교별로 정액제 또는 정률제로 부과한다. 정률제 부과 대학은 16교인데 등록금의 6.5%에서 12.5%까지 징수하며, 정액제로 징수하는 대학은 6교로 10만 원에서 20만 원까지 다양하다. 강릉원주대, 공주교대 등 19교는 졸업 유예제를 운영하지만 별도의 졸업유예금은 없다.


우리 대학 역시 졸업 유예비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학사 학위취득 유예라는 이름으로 일정한 기준에 따라 유예금을 부과하고 있다. 학사 학위취득 유예는 학기 단위로 총 2회 가능하며 △수강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3학점 이하 △3학점 초과-6학점 이하 △6학점 초과-9학점 이하 △9학점 초과로 나눠 졸업 유예비 납부 기준을 지정했다.


기준에 맞춰 각각 △정규 학기 등록금의 5.5% △해당 학기 수업료의 1/10 △해당 학기 수업료의 1/3 △해당 학기 수업료 1/2 △해당 학기 수업료 전액으로 나눠 졸업 유예비를 징수할 것을 학칙에 기재하고 있다.


학사관리과 관계자는 졸업 유예비를 징수하는 이유로 "(학사 학위취득 유예를 하는) 학생도 학교 시설물을 이용하는데, 재학생들 또한 등록금을 낸 후 학교 시설물을 자유로이 이용하고 있다"며 "유예생들이 졸업 유예비를 내지 않으면 재학생들에게 차별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하며 졸업 유예비는 일종의 시설 이용비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 대학 B(고고미술사학 2) 학생은 "졸업 유예비를 받을 수는 있다 생각하는데, 이를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지 알려지지 않아 받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졸업 유예생 모두가 학교 시설을 이용하는 것도 아닌데, 모두에게 징수 받으면 도리어 유예생에게 불이익인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지서윤(인제대 멀티미디어학 1) 씨는 "졸업 유예비도 등록금과 같이 징수한 금액을 어디에 사용하는가에 관해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며 "사용하는 곳이 불투명한 졸업 유예비를 내면서 학교에 유예하는 건 학교와 학생 간의 신뢰가 제대로 생기지 않을 것 같다"며 의견을 밝혔다.


충남대 총학생회장 최인용(농업경제학 4) 씨는 "졸업 유예비가 필요하다는 취지에 대해 공감하고는 있으나,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학교와 학생이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며 "학교 시설 이용비라는 명목하에 징수한다면 정액제로 동결해 단과대 별로 징수하는 금액이 다른 걸 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방대학의 재정 상황이 열악하다는 것은 공통점이니, 이런 재정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학생들의 협조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그런 재정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정부의 보조금이나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야 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졸업 부담을 한시름 덜 수 있다면

 

졸업전시회 비용과 졸업 유예비는 그 금액이 적든, 적지 않든 필수적으로 징수되는 금액이기에 학생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앞선 졸업전시회의 경우 전시 공간 대여와 작품 제작비가 가장 큰 지출이라 할 수 있다.


예술대학생네트워크는 "예술대학생들의 과도한 비용 부담 문제를 위한 개선 방향으로 졸업행사 관련 지원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책 마련, 고등예술교육 관련 법령 혹은 전문기구 등의 제반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으며, 우리 대학의 경우 캡스톤 디자인(Capstone Design) 실험·실습비 지원과 학과 차원의 지원을 하는 등 크게 두 가지의 분류로 나눌 수 있다.


캡스톤 디자인 실험·실습비 지원은 링크플러스사업단 현장실습센터에서 3·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학과 차원에서도 지원하고 있는데, 산업디자인학과의 경우 2019년부터 졸업 전시 공간 대여를 학과 차원에서 전액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원에도 학생들은 여전히 아쉽다는 반응이다. 김윤지 학생은 "(하지만)우리 대학 링크플러스사업단에서 3D프린트실을 사용할 수 없어 실물 모형 제작 당시 어려움을 겪었다"며 "학생 개개인의 금전적 지원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겠으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만큼이라도 학생들의 작품이 빛나 보일 수 있게 폭넓은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며 의견을 전했다.


이어 오정훈(산업디자인학 4) 학생 역시 "실물 모형을 제작하는 비용을 일부 지원해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강의실은 전시 공간으로 한계가 있으니 교통이 좋은 위치를 대여할 수 있게끔 전시 공간 대여비를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상진 교수 역시 "캡스톤 디자인 프로젝트의 경우, 팀 작업으로 진행하는 경우에만 비용을 지원하고 있는데, 졸업작품의 경우 예외를 적용하거나 더 유연하게 운영하는 등으로 졸업과 관련해 학생 지원의 폭을 넓히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시설 이용비라는 명목하에 졸업 유예생에게 부과되는 졸업 유예비는 역시 취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큰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최근에는 졸업 유예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졸업 유예제도 운영 현황'에 따르면 졸업 유예제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답한 대학 중에는 학칙(시행세칙) 등에 졸업 유예제도 관련 조항이 있는가 하면, 학칙에는 없지만 사실상 운영하는 대학도 있다. 이는 등록금 납부 부담을 줄이고자 졸업 유예생의 수강 의무를 폐지한 개정 「고등교육법」 취지에 어긋난다.


임 연구원은 "서울대는 졸업 유예제도를 시행하지 않으나, 졸업을 유예하고 싶다면 수업을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한다"며 "졸업 유예제도 운영이 선택적이라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모든 대학이 명시적으로 졸업 유예제도를 운영하도록 제도화하고, 졸업 유예비를 받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등의 개선 방안을 주장했다.


또한 임 연구원은 "실제 졸업 유예비를 징수하는 대학은 어떤 근거나 이유가 있을 것인데, 대학마다 졸업 유예비를 부과하는 비율이 다르고 유예비를 책정하는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며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고 산정 근거가 불명확한 졸업 유예비에 관해 학생들 사이에서 논의돼야 하며, 학교마다 다르게 책정하고 징수하는 졸업 유예비는 폐지돼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끝으로 C(중앙대 경제학 4) 씨는 "(졸업 유예비가) 단순히 학생이라는 명목을 유지하기 위해 징수해야 하는 금액이 되지 않도록 학교 본부에서는 징수 근거를 명확하게 세우고 이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며 "졸업 유예비의 근거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하고 학교 본부 이행 여부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희 기자
 1778wmok@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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