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행정혁신과 대학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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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3.11.0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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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테이프(red tape)라는 말은 복잡하고 불필요해 보이는 규칙·규정·절차 등을 일컫는 말로, 관료제적 형식주의를 비판하는 표현이다. 이 용어의 기원은 16세기 잉글랜드의 헨리 8세가 왕비 캐서린과의 혼인무효를 주장하는 80여 가지의 청원서를 교황에게 제출하면서 붉은 끈으로 묶었던 데에서 비롯됐다고도 한다. 이후 영국 관청 등에서 공문서를 붉은 끈으로 묶는 전통이 18세기까지 이어졌고 현재처럼 관료적 형식주의를 비판하는 용어로 사용된 것은 19세기부터이며, 20세기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Robert K. Merton)이 관료주의의 병리현상과 비효율성을 강조하면서부터 널리 사용됐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부, 대학, 공기업 등 공공 영역이나 준 공공 영역에서 각종 형태의 레드테이프로 인한 비효율이 많은 사업의 성과와 열매를 부실하게 만들고, 실제 현장에서는 많은 관련자들의 혁신성과 창의성을 발휘해야 할 시간에 과도한 행정부담을 소화하기에 아까운 고급노동을 소모하고 있는 것이 불편한 현실이다.


기업의 활동을 막는 거미줄같은 각종 규제 또한 이러한 행정 비효율의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 필자도 가끔 참여하는 중소기업 규제영향평가 점검위원회의 활동과정에서 신청되는 규제를 살펴보면, 지금 있는 각종 규제들조차 지키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생기는 규제는 매달 수십, 수백 건씩 통과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규제는 대부분은 이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지켜야 하는 기업의 행정비용으로 지출되고, 그 비용은 곧 그 규제를 수행하는 특정 기관이나 대행 민간기관의 새로운 먹거리가 되는 먹이사슬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 번 만들어진 먹이사슬 구조가 규제 명분이 기술변화 등으로 퇴색됐는데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대 모든 정권에서 혁파하고자 노력했으나, 실질적 규제 개혁 성과는 조족지혈(鳥足之血)도 안 되는 것 같다. 이미 형성된 강력하고, 안정적이고, 쉬운 철밥통 같은 규제 이권은 대통령이 나선다고 해도 쉽게 뺏을 수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또한 생존을 위해 사업을 수행해야 하는 기업들은 이러한 형식적이고, 불필요해 보이는 규제에 대한 대응을 하기 위해 각종 편법에 기댈 수 밖에 없는 것 또한 불편한 현실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자의 생각은 규제 자체를 없앤다는 무모한 노력보다는 규제를 효율화시키는 방향의 개선이 보다 실용적이라 생각된다.


모든 절차와 규제는 이 절차를 수행함으로서 얻고자 하는 목적이 있고, 동시에 수행에 따르는 부담이 존재한다. 이러한 부담이 비용(투입)이고 목적이 성과(산출)라고 보면, 투입 대비 산출을 높이는 방향의 노력이 생산성 향상이고 행정혁신이다. 이러한 혁신에는 주어진 행정비용을 그대로 두면서 한 번의 절차로 여러 성과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법과, 달성하고자 하는 성과는 그대로 두고 보다 낮은 비용으로도 가능하게 하는 혁신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목적이 좋은 예산지원이라도 그것을 달성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달성 목적의 2배, 3배 이상이 들어간다면 그러한 예산지원은 안 주고 안 받는 것보다 못할 것이며, 실제로 목적에 맞는 정상적인 수혜자 또한 많지 않을 것이다.


대학들이 교육부나 지자체 등의 각종 지원 사업이나 과제들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행정혁신은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 같다. 어렵게 낸 국민의 혈세를 지원 받아 활용하는 과정에서 지원사업들의 성과를 제대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러한 자금의 확보와 집행과정의 행정을 효율화할 여지가 없는지를 면밀히 살펴보고 가능한 행정혁신을 선도해 나가는 것 또한 대학혁신을 위한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 생각된다.

 

 본지 논설위원
 국제무역학과 정무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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