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청년이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 정유진 기자
  • 승인 2023.12.04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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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

본인이 자취한다면 혹은 주변에 자취생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자취는 돈이 많이 들어가며 그중에서도 특히 청년은 자취 시 발생하는 생활비와 주거비 부담까지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은 한없이 크기만 하다. 

 

<일러스트레이션=한호정 기자>

 

혼자 밥 해 먹고 사는 청년 1인 가구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3.4%인 716만 6,000가구로, 전년 대비 1.7% 늘어났다. 그중 1인 가구 가운데 29세 이하 비중은 19.8%로 1인 가구 청년의 수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또한 부산연구원이 실시한 '2022년 부산 청년 패널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만 18-34세 청년 3,008명 중 19.5%가 1인 가구다. 부산 내 지역별로 보면 중부산(26%)의 비중이 크고 동부산(15.2%)의 비중은 작았다. 이는 △남구 △수영구 △금정구 등의 대학가와 강서구, 중구 등 기업 밀집 지역의 1인 가구가 몰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청년층에서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광주대 이용교(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비혼을 이유로 청년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청년층의 경우 대개 결혼하면 2인 가구가 되지만 결혼을 안 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면서 1인 가구가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영산대 서정렬(부동산학) 교수는 "취업이나 진학 등으로 본가에서 벗어나 타지에서 1인 가구로 거주하고 있는 청년세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동의대 강정규(부동산금융·자산경영학) 교수는 "인구는 줄고 있지만 1인 가구 세대수는 부산의 경우 증가하고 있다"며 "결국 사회적인 시류에 따라서 독립된 가구를 구성하고자 하는 욕구가 만들어진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부산에서 자취하고 있는 A 씨는 "내 마음대로 집도 꾸미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자취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자취생 B 씨 역시 "나만의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혼자 사는 것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청년 1인 가구의 생활은 녹록지 않다. A 씨는 "현재 주거지가 5평 정도 되는데 주방이 좁아서 요리할 때 불편하다"며 "하지만 원룸이 대부분 주방이 좁으니 감안하고 지내고 있다"고 답했다. 서영호(경상국립대 디자인비즈니스학 3) 씨 역시 "6평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문을 닫은 것을 확인했지만 열린 적이 있었고 세게 닫지 않으면 제대로 닫히지 않는다"며 "의자 시트는 노후로 인해 만지면 벗겨져 생활하는 데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청년 1인 가구의 삶

 

앞서 청년들의 인터뷰 답변을 통해 알 수 있듯, 1인 가구 청년으로 살아가기는 쉽지만은 않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최소 주거 면적은 14㎡(4평)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은 1인당 주거 면적에 겨우 부합하는 공간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주거요구 분석'(이소영·엄순철, 2018)에 따르면 청년들이 거주하는 주택 규모는 30㎡(9평) 이하가 55%, 30-40㎡(12평) 이하가 20.6%, 45㎡(14평) 이하가 9.4%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좁은 면적의 자취방에서 생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 교수는 "청년층은 소득 자체가 많지 않으니까 소득 대비 지출해야 하는 항목에서 주거비를 최소화하려다 보니 주거 환경이 열악한 원룸 등에 거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여성가족부의 '2020년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에 부담이 되는 지출 항목으로 주거비가 35.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임대인의 입장에서 청년들이 자산이 없다는 취약점을 알기 때문에 표준주택이나 규모 있는 주택을 짓기보다는 열악한 주택을 지어서 더 많은 임대료를 받는다"고 꼬집었다.


서영호 씨는 "집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 중 주거비용이 1순위다"라며 그는 "월세 30만 원에 생활비까지 포함하면 (주거·생활비용으로만) 80-90만 원 정도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B 씨는 "월 소득은 80만 원 정도인데 전기와 가스비, 관리비를 포함하면 주거비가 35만 원이다"라고 전했다. A 씨 역시 "알바하지 않아 소득이 없어 부모님께 받는 용돈의 50% 정도가 주거비로 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청년 1인 가구는 주거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거주하기도 한다. B 씨는 "현재 집에서 가장 불편한 부분은 건물 내 소음차단이 너무 안된다는 점이다"라며 "밖의 오토바이 소리나 말소리가 다 들리고 새벽에는 소리가 무조건 다 들릴 정도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1인 가구 청년들은 잦은 이사를 반복한다.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주거지원 정책 방안'(박미선·이재춘, 2018)에 따르면 청년층의 2년 내 주거 이동률은 82.6%이며 평균 주거 기간도 1-2년에 불과해 주거 안정성이 낮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A 씨 △B 씨 △서영호 씨는 모두 현재 살고 있는 집의 계약기간이 1년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한밭대 박종훈(경제학) 교수는 "높은 주거 가격에 대응해 본인들이 주거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계속 탐색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사가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생각한다"며 의견을 전했다. 이 교수는 "청년의 삶 자체가 다른 세대에 비해서 유동적이다"라며 "그들은 학교 혹은 직장을 따라서 거주지를 옮겨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이동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취약성은 청년들이 삶을 살아가는 것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SNS상에서 △무지출 챌린지 △N 만 원으로 일주일 살기 △거지방처럼 치솟는 물가에 식비를 줄이기 위한 소비위축 현상이 나타났다. 공주시에서 자취하고 있는 C 씨는 "근처에 식당이 거의 없어서 배달을 자주 시켜 먹었는데 식비가 너무 많이 들어 배달을 줄이려고 노력했다"며 "배달 대신 직접 요리해 먹거나 마켓컬리에서 밀키트를 사서 먹었다"고 전했다. 


부산시에서 자취하고 있는 D 씨 역시 "직접 해 먹지 않으면 월말부터는 컵라면만 먹어야 하므로 장을 보고 직접 요리해 식비를 아낀다"라며 "식비 외의 생활비도 알뜰교통카드를 이용하고 걸어 다니고 당근마켓을 이용하는 등 줄일 수 있는 부분에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자취생 청년들은 소비를 줄이기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한다. 


또 혼자 살기 때문에 사회적 연결망 부분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여성가족부의 '2020년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생활상 어려움 중 '아프거나 위급할 때 혼자 대처하기 어렵다'는 답변이 30.9%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D 씨 역시 "심한 감기에 걸렸을 때 겨우 병원을 다녀와서 약 먹고 이틀 동안 잠만 잤다. 자취생이라 아플 때 내 상태를 봐주거나 식사를 챙겨줄 사람이 없다는 점이 힘들다"고 전했다.


덧붙여 1인 가구가 주로 다세대주택이나 원룸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 문제에도 취약해 각종 범죄에 노출된 환경에 놓여있다. 서울연구원 포용도시연구본부 변미리 본부장은 "청년들은 시스템상 안전한 주거지에 살 수 없기 때문에 다세대주택이나 원룸에 주로 산다"며 "그러다 보니 당연히 범죄에 노출되기 쉬울 수밖에 없다"며 "전국에 1인 가구 안심과 관련한 주거 정책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라고 설명했다.

 

D 씨는 "보통의 원룸은 도어락 하나 말고는 어떤 걸쇠나 방범 기구도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가까운 거리에 자취 중인 친구가 새벽에 누가 계속 도어락을 누르고 있다고 전화했을 때 불안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일러스트레이션=한호정 기자>

 

청년 1인 가구를 위한 정책, 가능할까. 

 

그렇다면 청년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서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청년 1인 가구의 주거, 일자리 현황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 경기도 거주 청년 1인 가구를 중심으로'(이태형·윤성원, 2023)에 따르면 일자리 상태는 청년세대의 생활 수준을 결정짓는 문제이기 때문에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청년 1인 가구 대상 정책에 대해 정부가 정책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1인 가구의 삶의 질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한편, 주거 빈곤 문제와 관련해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저렴한 셰어하우스와 공공임대주택 제도가 대안으로 지목됐는데, 실질적으로 청년들에게는 효과가 없다고 지적되고 있다. 이 교수는 "지금 서울이나 경기도에 셰어하우스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문제는 총량이 너무 적다"며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데가 없는 것이 문제다. 이런 주택도 제공한다 정도가 아니라 전체적인 총량이 많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 대학 문영주(사회복지학) 교수는 "지금 청년 세대들은 예전에 비해 우리라고 하는 개념보다는 '나'라고 하는 개념이 조금 더 핵심 동력인 것 같다"며 "그런 부분에서 셰어하우스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결정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맞춰가야 하는 삶이 될 수 있다. 공동체성이 회복됐다면 의미 있는 대안이 되겠지만 지금은 점점 낮아지고 있기에 대안이 안 된다고 본다"며 의견을 전했다. 


셰어하우스에 거주 중인 익명을 요청한 우리 대학 E 학생은 "이번 연도를 마지막으로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라며 "요리 및 설거지를 할 때 사람들과 마주치고 같은 층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생활 패턴이 맞지 않아 좀 더 편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 원룸으로 이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청년들에 대한 제도를 설계할 때 청년 모두에게 주는 제도는 없다"며 "청년 중에서도 저소득층으로 제한하거나 인원을 한정하는 데 임시방편적이라고 보고 청년을 살리기 위한 정책보다는 청년의 환심을 사기 위한 정책인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 역시 "다자녀, 신혼부부와 같은 계층은 있는데 청년 계층은 없다"며 "청년도 일정 정도 할애를 반드시 해줘야 하는 하나의 계층으로 분류해서 우선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문 교수는 "청년은 이질적인 계층이다. 모두를 청년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넣고 하나의 정책을 만들어 내면 결국 실패한다. 청년 정책으로 내놓았지만, 신혼부부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많은 청년은 패배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정유진 기자 
 2010342@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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