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상기후는 없다!
│사설│이상기후는 없다!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3.12.0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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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대신 열대화!', '폭우 대신 극한호우!' 지난 여름, 우리는 이런 헤드라인의 언론 기사를 수없이 접했다. 기사의 내용대로 높은 습도의 무더위, 눈앞이 안 보일 정도의 폭우를 직접 경험한 우리는 '지구가 이상하다, 환경 위기가 눈앞에 닥쳤다, 재난을 넘어 재앙 수준이다' 라고 말한다.


농업혁명 이후 인간들은 숲을 태워 경작지를 넓혔다. 인간의 유전자 수는 급격하게 늘었고, 늘어난 인간들은 경작지를 점점 더 넓혔다. 환경 파괴의 시작이었다. 화석 연료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산업혁명은 이를 더욱 가속화했다. 그 결과 숲과 나무, 그리고 땅속에 있었던 엄청난 양의 탄소들이 밖으로 나왔고, 과도하게 배출된 탄소는 지구를 뜨겁게 달궜다. 극지방의 빙하와 만년설이 녹고 해수면이 상승한다.

 

거대한 산불이 하와이 마오이 섬을 전소시켰고,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들의 영토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유럽은 무더위로 미국은 폭우로 몸살을 앓는다. 여름에 눈이 내리고 가뭄이 지속되다가 양동이로 퍼붓는 듯한 비를 뿌리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이상기후'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런데 이것이 왜 '이상' 기후인가? 지금의 현상은 지극히 '정상' 아닌가? 감기에 걸리면 열이 나고 상한 음식을 먹으면 배탈이 나며 과로하면 피곤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독화살을 맞으면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것이 정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멀쩡하기를 바란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그러니 현재 우리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후 현상에서 이상기후는 없다. 다만 '정상' 기후가 있을 뿐이다. 


우리가 이상기후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 오만에서 기인한 것이다. 지구를 인간이 길들인 반려동물쯤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풍부한 먹이와 안락한 서식지를 제공해 주고 지극한 사랑도 듬뿍 줬는데, 갑자기 이빨을 드러내고 공격을 하면 우리는 그의 행동을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조차도 인간의 착각에 기인한 것이긴 하다. 지구는 인간적 관점으로 바라볼 수 없는 대상이다. 우리는 우주나 지구 탄생의 신비를 접할 때마다 인간이라는 생명의 위대함을 경험한다.

 

우주를 떠돌던 먼지들이 뭉쳐져 만들어진 지구에 생명이 움트기 시작했고 그것이 어떻게든 변화해 지금의 우리가 있게 됐으니 지구의 역사는 곧 인간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인간 중심적 사고이다. 지구는 인간에게 큰 관심이 없다. 지구 입장에서 인간은 세 들어 사는 많은 생명체 중 하나일 뿐이다. 지구에서 우리는 벼룩이나 나무와 같은 존재이기에 인간을 특별하게 생각할 이유도 전혀 없다. 역사 속 공룡들이 그랬듯 잠시 머물다가 때가 되면 사라질 존재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는지 모를 일이다. 아마 무지 혹은 몰염치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상기후라는 인식이 바로 대표적 사례이다. 이상기후란 인간 자신이 지구에 저지른 범죄를 은폐하면서 책임을 전가하는 말이다. 그러기에 이 말은 지구에 대한 인간의 자세가 어떠한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가 이런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탄소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우리는 저탄소나 탄소 제로 등의 말을 자주 사용한다. 지구가 뜨거워진 데는 탄소의 역할이 크다. 지표면의 복사에너지를 대기권에 머물게 하여 이른바 온실 효과로 인한 열돔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탄소를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 한다. 역시 인간 중심적 관점이다. 누군가가 칼로 사람을 찔렀다면 누가 범죄를 저질렀는가? 칼인가? 찌른 사람인가? 너무나 분명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탄소가 '주범'이라고 주장한다. 이 역시 인간의 죄를 은폐하고 전가하는 말이다. 


우리는 기후를 이상하다고 여기지 말아야 하며 탄소를 우리의 재판정에 세우지 말아야 한다. 이상기후나 저탄소라는 말로 우리의 죄를 은폐하고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 기후는 그냥 기후이며 탄소는 그냥 탄소일 뿐이다. 현재의 기후는 지구의 정상적인 변화 과정이며 지금의 탄소는 그 변화를 추동하는 물질일 뿐이다. 이상한 것은 우리 인간이며 벌을 받아야 할 대상도 우리이다. 우리는 이것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

 

본지 논설위원
  한국어문학 정규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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