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누군가에겐 열정페이처럼 보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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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혜정 기자
  • 승인 2023.12.04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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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 편집국장
박혜정 편집국장

'동아대학보'는 우리 대학교 내 학내 언론사로 올해 75년째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이곳을 거쳐 간 기자 역시 많다. 필자 역시 대학 생활 4년 중 무려 3년을 이곳에서 학생기자로 활동했다.


처음 이곳에서 지원자로 면접을 볼 때, 활동 가능 기간을 적는 칸에 당당하게 3년이라고 작성했다. 그러자 면접에서 "활동기간을 3년이라고 적었는데, 사실상 활동이 너무 바쁘기 때문에 3년을 활동하는 기자는 거의 없다"라는 답을 들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오기로라도 내가 내뱉은 말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을 증명해 보이기까지 3년간 무수히 많은 눈물을 삼켜야 했다. 매달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학보의 특성상, 학생기자는 학업과 학보를 병행해야 한다. 어떨 때는 학업보다 학보를 우선순위로 두며 취재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 노력 끝에 매달 발행되는 학보에 필자의 이름을 건 기사를 볼 수 있었고, 그때마다 느낀 감정은 솔직히 고백하자면 성적에서 A+을 받았을 때보다 더 좋았다.


그러나 그런 기쁨도 잠시,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도 있었다. 대학 언론에 몸을 담고 있는 언론인이라면 모두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예산 삭감의 위협과 극심한 인력난이 존재한다는 것을. 대부분의 대학 내 학보사는 부속기관으로 분류되며, 매년 학교에서 예산 집행을 받는다. 이러한 예산은 학보사를 운영하고, 장비를 고치고 더불어 취재 활동비로도 쓰인다. 그러나 학보사의 예산은 매년 기자들이 체감할 정도로 줄고 있다.


기자 활동을 하면서 만난 모 대학의 학보사 기자는 "올해 학보사 예산이 줄어 이젠 종이신문을 발행할 수 없다"고 했다. 대학 언론이 대학 내에서 본부와 학생회를 감시·견제 그리고 나아가 학생들의 알 권리를 보장함에도, 그 역할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끼며 나아가 없애버리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대학 본부의 예산 삭감은 그저 먼 나라의 얘기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오죽하면 대학 언론인들끼리 만나면 하는 단골 얘깃거리에 열정페이가 빠지지 않는다. 몇 날 며칠을 노트북과 휴대폰을 붙잡고 눈이 시뻘게지도록 기사 4-5편씩 써내지만, 그에 대한 노동의 대가를 따진다면 쉽사리 말을 꺼낼 수 없을 정도로 작아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 학보사에 지원하는 학생 수도 현저히 줄고 있다. 필자가 속한 학보도 인력난의 위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랜 기간 기자로 일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힘듦을 이길 정도로 뿌듯함이라는 감정이 더 컸기 때문이다. 인터뷰이로부터 "아무도 몰랐던 우리 얘기를 들어줘서 고맙다. 기자님 덕분에 모두가 이 사안에 대해 고민해 볼 것 같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전화로 연신 고마움을 표하던 인터뷰이를 필자는 잊을 수 없다. 그런 인터뷰이와 독자가 있었기에 필자 역시 학보사 활동이 고되고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곧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동아대학보도 76년의 역사를 시작하며 힘차게 또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필자는 이제 그 역할을 후임자에게 넘기고자 한다. 너무나도 애정하기에 펜을 놓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이젠 든든한 선배로 또 독자의 입장에서 학보를 응원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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