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 한스의 자유를 향한 선택
나의 친구, 한스의 자유를 향한 선택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23.12.0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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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독서 에세이 대회 대상 수상작

도서명 : 수레바퀴 아래서

 

[신문 2면] 한스 기베란트, 지역 시험 합격한 인재 사고사. 기계공 동료들과 음주 후 발을 헛디뎌 익사…. 천재의 이른 죽음에 다들 비통함에 빠져있어…

"개소리." 


신문을 보자마자 어이가 없어 본심이 입 밖으로 나왔다. 나는 한스와 신학교에서 친해진 헤르만 하일너이다. 학교에서 퇴학당한 후에 나는 그를 본 적도 없고, 연락을 한 적도 없었다. 당연히 그가 신학교에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계절이 6번 바뀔 때쯤 나는 우연히 그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는 신경쇠약으로 집에서 요양을 하다가, 기계 훈련공으로 일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는 믿지 않았지만 나의 친구 한스가 죽었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는 부랴부랴 그의 고향으로 찾아갔다. 그의 고향에 도착하자 포근한 햇살이 나를 감쌌다. 한스의 고향도 그를 닮아 참 따뜻했다. 길을 물어물어 그의 장례식에 도착했다. 신기하게도 그곳에선 한스의 냄새가 났다. 아직 빨갛게 변하지 못한 초록색의 떫은 사과 향이었다.


맨 앞에 한스의 향과 닮은 듯 닮지 않은 짙은 사과 향이 나는 구부정한 아저씨가 있었다. 나는 단번에, 그가 한스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스의 아버지 뒤로는 울부짖는 아줌마. 그리고 신학교 선생님 몇 명. 얼굴 모를 아저씨들이 있었다. 그리고 장례식이 끝날 무렵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우연찮게 들었다. 


"왜 이렇게 천재들은 빨리 떠나는 걸까요? 그 아이의 재주가 뛰어나 우리 동네의 자랑이었는데… 갑자기 불운이 닥치더니… 아무래도 저 학교 선생님들이 한스를 망친 겁니다. 내가 가르칠 땐 곧잘 따르던 학생이었어요."


나는 저 말을 하는 사람이 목사나 교장이겠거니 생각했다. 한스에게 들은 적이 있다. 우리가 신학교에서 반항기를 가득 품은 시절, 나는 여느 때와 같이 학교의 구역질 나는 공부 방식과 이해할 수 없는 제도에 견딜 수 없어 한스를 데리고, 나무 아래로 갔다. 그리고 그의 무릎에 누워 내가 쓴 시를 읽고 분노를 토하려 했으나 그날은 왠지 수척해진 한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한스는 나의 요청에 힘겹게 과거를 회상하면서 자신이 여기에 온 이유에 대해 말해주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속이 울렁거리고 메스꺼웠다. 그 아인 이 신학교를 들어오기 저부터 또 다른 신학교에 다녀선 듯하다.


멍청하고 겁쟁이인 한스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모조리 빼앗긴 삶을 살았다. 신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처음에는 낚시를. 다음에는 꽃의 이름을 맞추며 산책하는 것을. 다음엔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듣는 것을…. 결국에는 그의 자유까지 빼앗겼다. 그 사이사이 그의 무서운 아버지와 그를 가르쳐주던 목사와 교장,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도 섞여 있었다. 그들의 욕심으로 그 아인 자유를 빼앗겼다. 모두가 한스를 망친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잘못은 조금도 없다는 듯이 남 탓을 하는 저들을 보니 나는 확신했다. 한스는 사고사가 아니었다고. 그는 자신의 자유를 찾기 위해 이 이승을 떠나기로 스스로 선택한 것임을.


한 아이의 비옥한 땅에 어른들의 욕심과 꿈이 가득 차니 땅의 주인은 자신의 꿈과 자유를 심을 자리가 없었다. 그렇게 타인을 위해 가꿔져 갔던 땅은 점점 메말라갔다. 그리고 땅의 주인인 아이는 자신의 땅이 타인에 의해 죽어가기 전에 자신의 땅을 스스로 죽였다. 자유를 향한 온전한 그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나의 친구, 한스. 당신이 선택한 곳에서는 자유롭고 편안함에 이르렀길.


 김예린(경제학 3)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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