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아싸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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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유진 기자
  • 승인 2024.03.04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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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혼자 밥 먹기가 유행한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본래 밥을 먹는다는 행위는 당연하게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었지만 그 개념이 변한 것이다. 밥뿐만 아니라 혼자 여행을 가거나 영화관을 가는 등 혼자 하는 활동은 더욱 확장됐다. 흔히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지만 왜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을까.

 

자발적 고독 기사의 시작은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과 피로감이었다. 어느 순간 인간관계를 관리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노력과 시간이 너무 버겁다고 느껴졌다. 스스로의 인간관계가 전혀 넓지 않고 오히려 좁고 깊은 축에 속한다고 생각했음에도 말이다. 더 이상 인간관계를 확장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혼자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그 가치를 깨달았다. 그렇게 자발적으로 혼자 있으면서 약속도 잡지 않고 집에서 쉬다 보니 안정을 느꼈다.

 

이번 기사를 취재하면서 생각보다 기자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고독을 즐기는 이유는 저마다 다양했지만 공통으로 타인과 함께함으로써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감정 소모와 피곤함에 대해 언급했다. 본인 역시 그 부분에 공감했기 때문에 그들의 이야기가 특별히 놀랍다거나 의외라는 생각은 없었다.

 

또 코로나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한 인터뷰이는 코로나가 완화되고 비대면 강의가 사라지는 추세에도 일부러 비대면 강의만 찾아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혼자가 편하기도 하고 인간관계에 수반되는 많은 노력들이 힘들어 새로운 관계를 시도하지 않았다고도 말했는데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하고 그의 발언에 공감하는 현대인들이 아주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누군가와 필연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야 하는 현대사회에서 할 수만 있다면 최소한의 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사람들과 교류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고 이 점이 코로나 이후 대인관계 단절을 가속하는 요인이 됐을 것이다. 또 외부로부터 분리돼 혼자 있는 시간이 외로움보다는 편안함이나 자유로움 등 긍정적 정서가 훨씬 컸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늘리고 그렇게 자발적 고독을 즐기게 된 사람들이 증가하게 된 것 같다.

 

이렇게 자발적 고독의 가치를 깨닫고 혼자 있음을 즐기는 현대인들이 꽤 많은 숫자가 됐기 때문에 혼자 밥 먹기나 혼자 마시는 술 문화가 반짝 지나가는 트렌드가 아닌 고정적인 하나의 문화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혼밥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생소하거나 신기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제는 특이 사항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모습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수용된다.

 

흐릿하게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기자도 과거에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혼자 밥 먹기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됐을 때 밥을 왜 혼자 먹지라고 생각했었고 혼자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들 텐데 왜 혼자 있고 싶어 하는지 의문이었다. 그 시점으로부터 시간이 꽤 흐른 지금 생각해 보면 집단주의 문화가 일반화된 한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뭐든지 같이 하는 것이 당연하고, 혼자 어떤 활동을 하는 것이 어색하고 이상하다고 받아들였던 것 같다.

 

그러나 기자의 생각을 바꾸는데 무엇보다도 가장 컸던 요인은 역시 인간관계로 인한 피로도였다. 취재하며 인터뷰이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했던 부분이 배려감정이었다. 타인과 함께하면 필연적으로 배려해야 하고 감정 소모가 심하기 때문에 혼자 있는 시간이 무조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간관계에 피로도를 느끼더라도 타인과 완전히 단절된 삶을 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타인과 어느 정도 적당한 교류는 재충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본인만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대인관계에 피곤해하지 않고 외톨이가 되지도 않는 그 중간지점을 찾는다면 윤택한 삶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정유진 기자

2010342@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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