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고독, 혼자의 새로운 의미
자발적 고독, 혼자의 새로운 의미
  • 정유진 기자
  • 승인 2024.03.04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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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박소현 기자> 

당신은 자발적 고독이라는 용어를 알고 있는가. 지난 20204월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30대 성인남녀 5,060명을 대상으로 '자발적 아웃사이더 현황'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발적 아웃사이더 생활을 하고 있나요?'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61.8%'그렇다'고 답했다. MZ세대 사이에서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이렇게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사회에서의 혼자란

 

지난 115, 이케아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38국 소비자 37,428명을 대상으로 2023년 한 해 동안 진행한 설문조사 리포트 ‘2023 라이프 앳 홈 보고서를 공개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 응답자의 40%집에서 홀로 있을 때 즐거움을 느낀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 세계 1위였다.

 

또한 집에서 혼자 낮잠 자는 것이 좋다는 문항엔 28%그렇다고 답했는데 이는 전 세계 평균인 20%보다 높은 수치였다. ‘잠자리에 들기 전 사랑하는 사람에게 인사하기는 한국이 12%로 전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다.

 

사실 이런 조사 결과가 놀라운 것은 아니다.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는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아주 기본적인 혼자 밥 먹기부터 혼자 여행을 떠나고 운동을 하고 코인 노래방을 가는 등 혼자 지내는 일상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유독 한국 사람들은 함께가 아닌 혼자 하는 것을 선호하게 됐다.

 

이에 대해 숙명여대 서용구(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은 개인주의의 발달보다는 오히려 집단주의의 영향으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하게 됐다명절에 지방에 잘 내려가지 않는 이유도 결혼이나 월급 등을 서슴지 않고 물어보고 사생활 간섭이 심한 게 일반적인 분위기지만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MZ세대들은 그에 대한 반발로 혼자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어 충북대 박상희(심리학) 교수는 한국과 같은 집단주의 사회에서는 주변 사람들과의 조화와 배려를 중시하기 때문에 그로부터 얻게 되는 피로감이 더 커 타인과의 관계를 피하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대학생 A 씨는 사람들과 엮이고 생활하는 과정에서 불편하다는 감정을 느끼면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답했다. 또한 B(부경대 컴퓨터공학전공 4) 씨 역시 많은 사람과 함께 있고 난 후에 특히 혼자만의 시간이 갖고 싶다고 말했다.

 

<일러스트레이션= 박소현 기자> 

 

혼자를 선택하는 이유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2030세대가 혼자 있음을 선택하는 이유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비대면이 일상화됐다. 그러다 보니 타인과 관계 맺는 방법을 잊어버리거나 어려워졌고 오프라인 활동을 꺼리게 됐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코로나 이후 업무문화가 재택근무로 많이 변했다미국에서는 주 5일 재택근무를 원하는 MZ세대들과 회사 측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고 한국은 굴복해서 그 정도는 아니지만 수도권에서 주 1일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들도 상당히 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그는 팬데믹 시기에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살아보니 이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까 관계 맺기에 대한 욕망은 있지만 이전처럼 오프라인에서 대가족이나 동창회 같은 문화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타인과 비교하면서 스트레스가 생기고 사람들을 만나서 상처를 받으면서 고슴도치처럼 변하게 된다고 말했다.

 

C(경성대 중국학 3) 씨는 대학 입학 당시 비대면 수업이었고 다음 학기에 대면 수업으로 전환됐었지만, 처음에 비대면으로 만났다 보니 동기들에게 말을 걸거나 친해지는 과정이 어렵다고 느껴져 일부러 혼자 다녔던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경성대 임낭연(심리학) 교수 역시 온라인에서의 소통으로 타인과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가 어느 정도 채워질 수 있기에 실질적인 상호작용으로부터 물러서서 대인관계에서 올 수 있는 부정적 영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의견을 전했다.

 

D(부경대 법학 ‘24 ) 씨는 코로나가 끝나가면서 비대면 강의가 없어지는 추세에도 새로운 관계가 두려워 비대면 강의를 찾아들었다혼자가 편하고 인간관계에 수반되는 많은 노력들이 힘들어 비대면을 핑계 삼아 새로운 인간관계를 전혀 시도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덧붙여 박 교수는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혼자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남들과 함께하는 시간의 불편함이 더 강하게 느껴졌고 그와 더불어 유튜브나 인터넷 게임 등 혼자 향유할 수 있는 매체가 발달한 것도 혼자가 편해진 이유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D 씨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친해지기 위해 눈치 보고 시간과 돈을 쓰는 것보다 원래 친한 사람들과 더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B 씨 역시 사람들을 만나면 필연적으로 사람들의 감정에 공감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워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되고 싶다고 자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MZ세대 사이에서 인간관계를 맺는 문화 역시 과거와 달라졌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이재흔 연구원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집단보다 자신에게 방점이 찍혀있다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러닝 크루나 독서 모임처럼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뭉쳤다가 다시 흩어지는 느슨한 관계를 맺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관계가 느슨하고 부담이 없다 보니 공통 분모만 있다면 전보다 쉽게 관계를 맺고 연결된다는 점이 특징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흔히 고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외로움과 쓸쓸함 등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인의 고독은 자발적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게 된다. 임 교수는 자발적인 고독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없으므로 자기 내면을 성찰할 기회와 평온의 기회를 제공한다자발적 고독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삶의 만족과 심리적 안녕감을 높이며 사회적 자극으로부터 자유를 얻고 내적 상태에 집중하고 창의적 생각이나 영적 통찰 등을 얻을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A 씨는 평소 남들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는 편이라 혼자 고독을 즐기는 것은 저에겐 숨이 트이는 시간과도 같다밖에서 타인과 잘 어울리기 위한 충전의 의미도 가진다고 전했다. B 씨 또한 홀로 시간을 보내며 나 자신을 돌봐주고 되돌아보고 체력을 보충한다라며 혼자 있는 시간이 없다면 체력이 닳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고독과 고립은 비슷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단어지만 핵심적인 의미는 다르다. 박 교수는 주변 사람들이나 사회적 조건에 의해 당하게 됐다면 고립이고 개인이 자발적으로 선택했다면 고독이라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고립은 개인을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만들고 사회적 자극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등 심리적으로 대단히 부정적인 결과들을 초래한다그에 반해 고독은 개인이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에 이러한 부정적 결과들을 겪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그 시간을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러스트레이션= 박소현 기자> 

 

 

혼자 있음의 새로운 의미

 

이제 혼자는 더 이상 외톨이의 의미가 아니다. ‘자발적 아웃사이더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부정적 반응이 주를 이뤘다. 주로 사회 부적응자라거나 외톨이라는 수식어가 혼자 지내는 사람에게는 늘 따라다녔고 문제 있는 사람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제는 자유롭다거나 독립적인 사람처럼 긍정적 시선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 이유에 대해 박 교수는 어떤 사회 집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그 사람들이 사회에서 다수인지 소수인지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과거에 비해 혼자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주위에서 쉽게 관찰이 되면서 그들이 유별나거나 비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서 교수 역시 과거에는 가족이나 직장 같은 기초적인 관계에서 만족하고 살았다면 이제는 그들에 대한 관계 맺기를 최소화하고 혼자 등산을 하거나 명상하는 등 자아실현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이 MZ세대에게는 오히려 주류 라이프 스타일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항상 자발적 고독을 즐기며 혼자서만 지내는 것은 아니다. 이 연구원은 자발적 고독을 즐긴다고 해도 인간관계를 아예 단절한 것은 아니다라며 개인이 혼자 있고 싶을 때는 혼자 시간을 보내고 연결되고 싶을 때는 유연하게 연결되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자발적 고독의 시간을 즐기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개인의 성향이나 선호에 따라 그 방법들은 매우 다양하다. 박 교수는 독서 음악 감상 게임하기 미디어 시청 등 자신이 편하게 생각하는 것을 택한다고 추천했다. 이 연구원은 자신의 성향이나 취향을 탐색하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자신을 더 잘 알아갈 수 있는 성향 검사나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파고들고 몰입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D 씨는 집에서 넷플릭스나 왓챠 등 OTT나 유튜브를 보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가끔 퍼즐을 맞추고 책을 읽고 글을 쓰기도 하며 침대에 누워 공상에 빠질 때도 있으며 혼자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한다고 전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뭐든지 지나치면 독이 되듯이 자발적 고독의 시간을 과하게 가지는 것은 좋지 않다고 조언했다.

 

임 교수는 자발적 고독은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계발하는 기회를 위해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과도하면 좋지 않다혼자됨을 선택하는 삶이 지속되면 대인관계나 사회적 상호작용을 어려워하게 돼 완전히 사회적으로 고립될 위험도 늘어날 수 있다” 고 당부했다.

 

 

 

정유진 기자

2010342@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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