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놀라운 캠퍼스
구석구석 놀라운 캠퍼스
  • 장소영
  • 승인 2010.05.0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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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 2009년 09월 10일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늘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것은 잊은 채 말이다. 허나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했던가. '옛 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안다'라는 뜻을 현대의 시선으로 본다면 조금은 아이러니한 이 사자성어가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현대의 흐름을 따라가느라 어딘가 방치해뒀을 그 옛날의 시간들이 우리대학교 안에도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우리대학 안에 있는 근대문화유산적 가치가 있는 건물이나 유물 등을 찾아보기 위해 나섰다. 1946년 개교 이래 60여 년의 시간을 지나온 덕분인지 우리대학에는 근대문화유산적 가치가 큰 문화재가 많다. 구덕캠퍼스의 예술대 디자인동 건물, 석당도서관 건물, 이미 등록문화재 제41호로 지정된 부민캠퍼스 박물관 건물, 구덕캠퍼스 어딘가에 있다는 국내에 유일하게 남은 전차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과연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일까.

 

구덕캠퍼스는 역사의 산물

 




사진 : 석당 도서관

 

건물 대부분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구덕캠퍼스에는 1960년대 부산 근대 건축의 디자인 수법을 확인 할 수 있는 건물들이 있다.

우리대학 설립자인 정재환 박사의 호를 따서 이름을 붙인 석당도서관은 1957년 12월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졌다. 정면에서 보면 좌우대칭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1950년대 부재치장기법을 확인 할 수 있는 건축물이다. 또한 현재 예술대학 디자인 동으로 이용되고 있는 돔형 건물은 독특한 조형미를 갖고 있다. 상부에 원형 돔이 있고 전면은 좌우대칭이면서 좌우의 긴 세로 창은 높이감을 강조하고 있다. 전면 가운데는 복도를 외부에 노출시켜 권위적이면서도 개방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우리대학 건축학부 김기수 교수는 "현대에는 활용도가 낮은 건물을 가치 없게 보지만 해외여행 시 우리를 감탄하게 하는 것은 그 나라의 역사와 흔적을 담고 있는 오래된 건축물"이라며 "1950년대 해방이후 건축물들이 도시개발로 대부분 사라지고 없다. 도시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건물은 중요한 자료" 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구덕캠퍼스의 건물 가치는 훗날 높이 평가될 수 있다"며 현재 이에 대해 꾸준히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구덕캠퍼스는 아름다운 캠퍼스의 모습을 잘 보존한 덕에 영화 <닥터 K>, <지독한 사랑>, <그 남자의 책 198쪽> 등의 촬영지가 되기도 했다. 영화 <닥터 K>에 등장하는 김혜수와 차인표의 갈등 장면에서는 구덕캠퍼스의 석당도서관이 나타나기도 하니 영화를 보며 우리대학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구덕캠퍼스에 전기 괴물이?

 

사진 : 예술대 디자인동 건물

 

'전기를 잡아먹고 그 힘으로 달리는 괴물'이 우리대학 구덕캠퍼스에 숨어있다. 많은 학생들이 고개를 갸우뚱 하겠지만 너무 놀라지 마시라. 이는 바로 53년간 부산시민과 함께해 온 부산 전차 이야기다. 전차가 국내에 처음 모습을 선보였을 때 부산 사람들은 '번갯불 내는 괴물'이라며 아주 신기해했다고 한다. 구덕캠퍼스 학생들은 오가다 의과대 건물 쪽 야외창고에 보관 중이던 전차를 본 적 있을 것이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대규모의 피난민이 남하해 부산시가 급속히 팽창하게 됐다. 이 때 시내버스 사업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전차는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리고 노후해 승객들에게 외면당했다. 노선을 복선화하며 전차를 활성화시키려는 회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968년 5월 20일 거리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추게 된 것이다.

이 때 우리대학 설립자인 고 석당 정재환 박사가 한국전력 측에 전차 1량을 기증해 줄 것을 요청, 이 전차를 40여 년 동안 구덕캠퍼스에서 보관 중이다.

 

사진 : 전차

 

이 전차는 지난 1950년 미국 LA시가 운영하던 시영전차를 무상원조 받은 것으로 개통 당시 들여온 1세대 전차보다 업그레이드된 2세대 전차이다. 길이 14m, 너비 2.8m로 전차 표면은 철재이고 내부는 목재로 처리돼 있다. 2명씩 앉을 수 있는 좌석이 24개, 입석까지 고려한다면 100명은 충분히 탈 수 있다. 좌우 각각 2개의 미닫이문으로 오르내릴 수 있으며 전·후진만 가능하기 때문에 앞뒤 구분 없이 모양이 동일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대학 박물관 구순서 과장은 "옛 전차는 우리나라에 세 개가 남아있는데 둘은 일본에서 들여온 것으로 서울과학관과 어린이대공원에서 보관 중이며 미국에서 들여온 전차로는 우리대학에 있는 것이 유일하다"며 "근대화시대를 대표하는 중요한 역사적 소재로 가치가 있기 때문에 '근대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차를 보여주기 위해 우리대학 부민캠퍼스 이전 시점부터 전차를 부민캠퍼스로 옮겨 전시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건설과 차익준 담당자는 "현재 '임시수도기념거리' 조성 사업과 관련해 우리대학 박물관, 부산광역시 서구청과 계속해서 논의 중이며 더불어 전차도 이전해 전시하는 쪽으로 구상 중"이라고 전했다.

 

 

안팎으로 문화재가 가득한 박물관

 



사진 : 박물관 외경

 

그렇다면 이미 문화재로 지정된 박물관 건물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우리대학 박물관은 1959년에 지금의 석당도서관 3층에 조그맣게 자리 잡고 있던 진열실로부터 시작해 1966년 구덕캠퍼스 박물관 건물로 이전을 해 박물관의 틀을 조금씩 잡아갔다. 그 후 2009년 지금의 부민캠퍼스 박물관이 탄생한 것이다. 현재 우리대학
박물관은 국보 2점과 보물 12점을 비롯하여 총 3만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박물관 건물 자체가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돼 있다는 사실이다. 등록문화재 제41호인 박물관 건물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져 당시 경남도청으로 사용됐으며 6.25전쟁이 일어나던 때에는 임시수도정부청사로 쓰였다. 그 후 1983년에 경남도청이 창원으로 소재지를 옮기면서 부산지방법원과 부산지방검찰청 본관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에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이다.

 




사진 : 박물관 내부의 관광객

 

지난 5월에 개관을 한 박물관은 평일 하루 평균 60~70명의 방문객이 찾아온다. 처음 개관했을 당시에 비해서는 저조하지만 더 많은 방문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있다. 석당학술원의 도움을 받아 스토리텔링(story-telling) 방식으로 유물을 소개해 관람객이 보다 이해하기 쉽고 재밌게 관람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유물에 관한 시, 소설, 콩트 등을 쓴 작가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가와의 만남'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직접 문화재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오는 11월 30일까지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부산임시수도청사 퍼즐맞추기와 미니어처 만들기를 통해서 문화유산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게 해준다. 참가비도 무료라서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다. 또한 박물관 홈페이지의 게시판에는 체험학습을 신청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게시되고 있다.

정진아 담당자는 "방학이라서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하러 많이 오는 편"이라며 "개관 당시보다는 방문자 수가 줄긴 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관람객들이 방문을 한다"고 말했다.

어김없이 개강은 다가왔고 우리는 또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낼 것이다. 그 정신없는 하루 중에 단 하루라도 우리대학 속의 근대문화유산을 찾아보는 날로 정해보는 것은 어떨까. 많은 유물이 기다리고 있는 박물관에도 슬쩍 가보고 천덕꾸러기가 되기 직전인 전차도 만나보고 미스코리아길 한 가운데 서서 구덕캠퍼스의 건물도 훑어보는 하루 말이다.

아무리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라도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것이라면 그 가치는 반쪽에도 미치지 못한다. 먼저 우리대학 학생들부터 교내 문화유산과 옛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더불어 학교 측에서도 근대문화유산적 가치가 있는 학내 건물의 존재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학교 홍보로 연결시키거나 국가예산을 지원받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민경 송자은 기자
동아대학보 제1072호 (2009.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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