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내요, 청춘!
힘을 내요, 청춘!
  • 이성미
  • 승인 2011.06.14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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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 학기가 지나가고 기말고사로 잘 마무리한 후 방학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알바니 토익이니 해야 할 일은 쌓여 있지만 마냥 놀고만 싶은 여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신세한탄만 하고 있는 대학생들을 위해 동화 속 주인공 걸리버와 신데렐라, 토끼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꿈꾸는 라디오'에 주파수를 맞춰보자.

6월 7일, 걸리버의 꿈꾸는 라디오, 디제이 걸리버 인사드립니다! 오늘 걸리버의 고민상담 코너에서는 특별게스트인 신데렐라 왕비님을 모셨습니다. 먼저 왕비님의 인사말씀 듣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안녕. 방송으로 찾아뵙기는 또 처음이네.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반가워. 내가 바로 신데렐라야. 나 왕비니까 말 좀 놓을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부러워하고, 나처럼 되고 싶어한다는 소문. 그리고 나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소문까지도 나는 모두 다 듣고 있었지.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군. 이렇게 내가 국민 여러분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다니, 한편으로는 기쁜 마음이 들어. 오늘 내 답변 기대해도 좋아.

그렇다면 오늘은 특별히 엄선하여 뽑은 고민의 주인공 토끼님의 사연을 들어볼까요?

토끼, "제 고민을 들어보세요!"

 저는 육지에 사는 이십대 중반의 토끼입니다. 자라에게 속아 간을 뺏길 뻔 했고 거북이와의 경주에서 지기까지 했습니다.
어리석다고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저임금 비정규직 용궁 인턴을 모집하려고 자라가 저를 데리러 왔었습니다. 자라가 저에게 용궁에 가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유혹을 했는데 정말 솔깃했습니다. 당시 저는 육지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었거든요.

육지생활은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겨울에는 바람과 눈, 된서리 때문에 돌구멍 찬자리에서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그렇다고 겨울이 지나고 나면 좋아지느냐, 그것도 아니었지요. 여름이 되면 폭우가 연달아 몰아치고 천둥벼락까지 내리쳐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날이 좋아져 먹을 것을 얻으려고 깊은 산골짜기로 가면 호랑이와 표범, 승냥이 같은 맹수들이 저를 노리고 있었지요.

저는 필사적으로 그들을 피해 다녀야 했습니다. 맹수들은 태생부터가 저와는 다르지요. 날 때부터 날카롭고 강한 이빨과 발톱이 있고, 망막이 발달해 어두운 곳에서도 생활이 가능하거든요. 거기에 비해 저는 고작 깡총 뛰는 것 외에는 할 수 없는 '루저' 였지요. 제가 삼신할매 랜덤으로 호랑이나 표범 같이 태어났다면 육지생활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텐데 말이지요.

여하튼, 그런 맹수들을 피해 도망쳐 시냇가로 가면 매, 독수리 등 날짐승들이 비 오듯 날아들어요. 그들도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 멀리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지요. 게다가 날개까지 달렸어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 들어보셨죠? 아, 이건 정말 억울한 거지요. 누구는 부리, 발톱 다가지고 심지어 날개까지 달리는데 제가 내세울 것이라곤 큰 귀 하나이지요. 태생부터 약하니까 귀라도 쫑끗하란 건가 싶어요.

양육강식의 육지에서 이건 해도 너무 한 거 아닌가요? 그러다가 겨우 풀 뜯을만한 곳을 찾아내면, 거기엔 이미 노루, 영양, 사슴 같이 덩치 큰 동물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어서 풀 한포기 내어 주질 않아요. 어떤가요? 육지생활 정말 고달프지 않나요?
이렇게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는데 자라가 나타나서 수궁에 가면 일자리를 준다고 하더군요. 무려 제후의 자리에 앉혀준다고요. 일종의 스카우트 제의였죠. 제후의 자리는 너무 높은데 제가 능력이 없어 비웃음을 당할까 두렵다 했더니 그 나라에서는 스펙만 보는 게 아니라고 하며 안심 시키기까지 했어요. 수궁에서는 특기자 전형이 있어서, 활쏘기나 글쓰기, 말하기 중 하나만 잘해도 다들 취업을 할 수 있다구요.

그런 유토피아가 있다는데 어찌 따라가지 않고 배기겠어요? 그렇게 자라의 등에 업혀 용궁으로 갔지요. 그런데 수궁에 도착해서 뱃멀미를 호소하는 저를 보자마자 용왕이 용궁인턴 삼년을 해야 한다며 온갖 잔심부름을 시키는 것이 아니겠어요. 고작 풀 두포기 주면서 말이죠. 행복의 나라, 제후는 커녕 저임금 심부름꾼이 될 뻔 했지요.

저는 그 일로 크게 상심했습니다. 그 후유증으로 거북이와의 경주에서도 졌습니다. 진 것이라기보다 사실은 제가 뛰지 않은 거예요. 자라가 말했던 유토피아는 없으니까요. 힘든 육지생활에서 한 가닥 희망이었던 수궁은 결국 거짓이었지요. 그 허무함이 저에겐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습니다.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되었지요. 아무리 뛰어봤자 나아질 것 없는데, 결승점에 뭐가 있을 줄 알고 달리겠어요.

저는 자만했던 게 아니라 그저 달릴 이유를 찾지 못했던 것 뿐이예요. 아무리 깡총거리며 뛰어 봐도 희망이 없으니까요. 맹수처럼 강하지도 않고 날개도 없는데다 풀들은 다른 덩치 큰 동물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저의 현실입니다. 이제 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제가 앞으로 어떻게 이 힘든 삶을 버틸 수 있을까요?

여다정 인턴기자
 hakbodj@donga.ac.kr

걸리버, "너만의 소인국을 찾아!"

자, 토끼님의 사연을 들어봤는데요. 제가 사연으로 만난 토끼님의 모습은 많이 혼란스러워 보이네요. 토끼님은 그곳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을 거라고 생각되네요. 사연을 듣고 나니 토끼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지네요.

토끼님은 자신은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비하는 옳지 않다고 보거든요. 이에 대한 부가설명으로 저의 경험을 말씀드려볼까 해요. 제 경험을 들어보시면 토끼님도 제 말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토끼님처럼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던 적이 있었어요. 그런 사고방식은 제가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게 만들었죠. 그래서 저는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어요. 이런 사회구조를 인정한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을 했거든요. 사회를 바꾸는 것보다 제가 바뀌는 것이 더 빠르다고 생각 했으니까요.

그런데 여행 중 우연찮게 제가 탄 배가 소인국에 도착하게 됐어요. 그곳은 난쟁이들이 살고 있는 나라였죠. 저는 거인이 됐어요. 그곳에서 사용하는 사물들은 저에게 장난감 같은 것이었죠. 그래서 저는 그 난쟁이들에게 많은 힘을 줄 수가 있었어요. 한번은 제가 살았던 '릴리풋'이 전쟁을 하게 되어 적국의 배를 몇 개 가져다줬죠. 그러자 '릴리풋'의 왕은 큰 공적을 세웠다며 저를 무척 신뢰하게 됐어요.

저는 그곳에서의 생활이 만족스러웠어요. 그저 평범했던 제가 이렇게 장난감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말이에요. 정말 마음만 먹으면 이 나라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우쭐해하기도 했지요.

왕비의 궁전에 불이 났을 때는 너무 급한 나머지 오줌을 누어 불을 진압했던 적이 있어요. 난쟁이들이 조그마한 양동이로 물을 퍼서 불을 끄는 것을 보다가는 제 속이 다 타버릴 것 같았거든요. 저도 불을 끄면서 이래도 되는 것인지 걱정하긴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저의 행동에 잘못을 묻는 신하들이 생겨났죠. 그들은 신성한 왕비의 궁전에 오줌을 누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왕에게 저를 추방할 것을 부탁했죠. 저는 억울하긴 했지만 그들의 말도 틀린 것은 없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어요. 그저 그때의 일을 돌이키고 싶은 마음 뿐이었죠.

결국 저는 몇몇 신하들이 저를 죽이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친구의 말을 전해 듣고 소인국에서 탈출했어요.

 물론 제가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예요. 태생부터 좋은 조건을 타고난 것은 좋은 일이죠.

저는 소인국에서 다른 난쟁이들에 비해서 10배 이상이나 큰 키를 타고난 덕분에 그들보다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지만 타고난 것이 다는 아니라는 교훈을 깨닫게 됐어요. 저는 사회에서 타고난 인간들을 엄청나게 부러워하곤 했었죠. 저는 10시간이 넘게 작업해야 결과를 얻는 업무를 타고난 실력 때문에 2시간이면 해결을 보는 능력을 가진 동료를 보면 그런 모습에 샘이 나기도 했고 제 스스로가 싫어지기도 했었죠.

하지만 제가 소인국에 있어보니 타고난 것이 있어도 스스로의 노력과 조심스러운 행동이 없다면 오히려 그 능력은 자신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토끼님이 가지고 있는 큰 귀를 가지고, 혹은 토끼님의 잠재된 장점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어딘가 있을거예요.

스스로를 돌아보며 잠재된 자신만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소인국을 한번 찾아보는건 어떨까요? 물론 그 소인국에서 토끼님의 행동과 생각에 조심성이 따라야 하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토끼님은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토끼님만의 소인국이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거에요!

 최문희 인턴기자
 hakbomh@donga.ac.kr

신데렐라,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

네, 저의 생각은 여기까지입니다. 제 의견이 토끼님의 고민에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오늘의 특별게스트, 신데렐라 왕비님의 생각을 들어보도록 할게요!

내가 생각하기에는 사연의 주인공 토끼 씨와 디제이 걸리버 씨는 지금 요행을 바라고 있다고 생각해. 본인에게 주어진 것을 알지도 활용하지도 못하고 용궁, 소인국처럼 스스로의 노력의 댓가가 아닌 다른 것에 의해 남들보다 앞서길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말야. 나는 너희들의 모습이 어리석고 한심하다는 생각까지 들어.

그래. 나는 '귀족' 출신이야. 하지만,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마저 돌아가신 후 아무도 나를 귀족으로 대해주지 않았어. 마음을 추스릴 겨를도 없이 새엄마와 언니들의 구박이 시작된 거지. 내 생활을 전혀 할 수가 없었고, 도대체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어.

그래. 무도회 날. 내가 이날 얼마나 비참했는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 할 거야. 귀족들을 초청한 그 무도회는 당연히 나도 가는 거였지만, 새엄마는 순순히 오도록 허락해 주지 않았지. 정말 서럽고 슬픈 마음을 누르며 집안일을 하고 있는 중에 요정님이 나를 도와줬어. 요정님에게 너무 고마웠어. 한편으로는 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에 비참해졌지만. 그래도 무도회에서 왕자가 나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서, '나는 이런 사람이었는데' 하고 오랜만에 내 존재를 확인 할 수 있어 기뻤어. 하지만 요정과 약속한 시간은 12시까지였고, 오랜만에 찾아 온 순간을 그렇게 떠나보내는 것이 무척 아쉬웠지. 그 때 인연으로 지금 나는 왕자님과 결혼해서 살고 있지만.

나도 요행으로 신세를 폈다고? 나는 원래부터 남부럽지 않게 생활할 수도 있었어. 부모님이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여러 가지 나만의 꿈을 꿀 수도 있었고, 내가 해 보고 싶었던 것을 누리며 살 수 있었다고. 솔직히 말해서 지금 나는 신세를 폈다고 생각하지 않아. 나는 지금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 왕의 아내로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결국 내가 꿈꿀 수 없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어. 나는 아직도 그 점이 너무 힘들고 아쉬워.

토끼, 걸리버, 그리고 국민 여러분은 지금 내가 그렇게도 원하고 있는 꿈을 실천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 그리고 지금 있는 곳에서 여러분이 스스로 노력하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여러분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도 있고, 꿈을 이룰 수도 있어. 그런데 왜 자꾸 본인에게 모자란 것만, 없는 것만 탓하며 현실을 도피하려 하고, 희망도 의지도 버린 채 아무런 의미없이 시간들을 보내고 있어? 단지 다른 사람보다 조건이 좋아지기 위해서 왜 소인국 같은 곳을 찾아 헤매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거지? 나는 현실에서 여러분들에게 주어진 것에 불평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서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여러분은 꿈이란 것을 가질 수도, 이룰 수도 있는 기회라는 것이 있잖아.

그런 소중한 기회를 불평하고 투정부리면서 날려보내지 말고 지금 그 자리에서 본인만의 꿈을 가져봐. 그리고 그 꿈을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면서 살아봐. 본인이 그렇게 걸어가고 있는 길의 끝에는 소인국 같은 곳이 아닌, 현실에서 당당히 꿈을 이루고 있는 여러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거야.

왕비님에게 이런 고충이 있었다니,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네요. 항상 행복하고 고민도 없을 것 같았던 왕비님의 의외의 모습에서 토끼님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네, 걸리버의 고민상담코너,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잘자요~ 

이세진 인턴기자
 hakbosj@donga.ac.kr

 일러스트레이션 = 김승언 인턴기자
동아대학보 1088호(201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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